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잠재적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 신고 과정에서 체류자격(비자)·거주요건을 확인하고, 해외 예금·해외 대출·해외 금융기관 거래 같은 자금 정보까지 제출하도록 의무를 넓혔다.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어떤 돈으로 샀나’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외국인 규제처럼 보이지만,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국내 투자자에게도 동일하다.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던 방식이 점점 감시와 증빙, 규제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거래가 막히면 자본은 다른 출구를 찾는다. 투자자들이 연간 8%대 성장률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을 바탕으로 동남아를 대표하는 성장 시장, 그중에서도 한국과 가장 깊게 엮인 베트남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베트남, 2015년부터 외국인 주택 매입 제도화
베트남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4년 주택법 제정 후 2015년 7월 1일 시행을 기점으로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제도화했다. 이때부터 외국인의 베트남 내 부동산 구매가 공식 허용된 것이다.
베트남이 외국인에게 개방한 부동산 시장의 언어는 꽤 명확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라면 외국인도 주택을 매입·보유·매각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여지도 있다는 점이다.
다만 베트남은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허용하되, 토지 구매를 제한하고, 구매 허용 부동산 유형과 쿼터 등으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대표적 예시로는 △아파트 1동 기준 최대 30% 쿼터 △빌라·타운하우스 동단위 합산 최대 250호 쿼터 △소유기간 50년(최장 100년) 등을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강한 외국인에게 부동산 시장을 개방함과 동시에 자국민들의 매수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의 베트남 부동산 구매 유형은 주로 아파트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8년간 외국인 매수자 3,000여 명…토지 구매 불가에 아파트 90%, 대도시 집중
베트남 건설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주택 구매가 공식 허용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3,053명의 외국인이 현지에서 부동산을 구매했다. 외국인들이 구매한 부동산 중 90%는 아파트로, 주로 하노이(1,765호)와 호치민(850호) 등에 집중됐다. 출신국별 매수자 비중은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미국, 호주, 일본 순을 차지했다.
외국인들의 베트남 부동산 구매 현황과 관련해, 베트남부동산중개인협회(VARs)는 “2014년 주택법 시행 이후 2018~2022년 외국인들의 베트남 주택 구매 건수는 전체 주택 수의 0.53%에 불과했다”며 “베트남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주택 수요도 높다.
이러한 추세는 긍정적인 신호이자 동시에 권위 있는 국제기구들로부터 아시아의 밝은 전망을 가진 국가이자 빠르게 성장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갖춘 국가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외국인 주택 수요 증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호치민에서 20여년간 공인중개사로 활동 중인 김효성 탄도부동산 대표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 한국의 부동산 규제가 베트남 부동산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을 촉발한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산 분산 차원에서 과거처럼 일부 고액 자산가 중심이 아닌, 중소형 자산 규모의 개인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베트남을 ‘검토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경제·무역·사회·문화적 교류, 베트남이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는 이유
베트남이 대체 투자처로 입에 오르는 건 단지 성장률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사람과 돈, 기업 활동이 촘촘히 얽힌 관계다.
2024년 12월 기준 베트남에 거주 중인 한국인은 19만2,683명, 양국 교역액은 867억 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한국의 대(對)베트남 투자액은 누적 946억 달러(18%)로 153개 국가 중 최대 투자국 지위를 유지했고, 관광객 수는 430만 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보다, 그 숫자가 말하는 현실이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 기업의 생산·소비·인력 교류가 두텁게 깔린 시장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막힌 돈이 어디로 갈까’라는 질문이 나오면, 베트남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배경이 된다. 국내에서 베트남을 ‘해외 부동산 투자처’로 언급하는 세미나·시장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 성패 가를 3가지 조건
현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실무자들은 호재보다 구조적 리스크를 가장 먼저 짚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효하냐’는 질문은 한 문장으로 답이 안 나온다. 대신 판단 기준은 대체로 3개로 수렴한다.
◇ 소유권의 의미: ‘살 수 있나’보다 ‘소유권’
베트남은 외국인에게 ‘주택’ 소유를 허용하지만, 형태와 한도, 기간이 촘촘하다. 계약서 한 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구매 대상 주택이 외국인 소유 허용 대상인지, 외국인 쿼터를 이미 채운 건 아닌지, 소유권증서(핑크북) 발급이 가능한 구조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 정책 리스크: 성장 시장도 정책 방향에 따라 수익 공식이 달라진다
베트남도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 과열을 정책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택 가격 상승·공급 부족을 언급하며 중저가 중심 주택 공급 확대를 주문하는 흐름이 이어졌고, 투기 억제를 위한 세제·정책 카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잠재력이 뛰어난 시장이라도 ‘정책의 방향’이 꺾이면 수익 공식은 달라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현금화: 속도와 방식이 다른 ‘엑시트’
외국인 보유 한도가 있는 시장에서 ‘엑시트’는 늘 숙제다. 특히 단기 차익을 전제로 하면 규정·수요·환율이 동시에 흔들릴 때 출구가 막힐 수 있다. 그래서 실무자들 역시 단순 수익률보다 현금화 경로를 먼저 따진다.
투자금 조달에 있어 비공식 환전(환치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며, 세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한 해외 부동산 취득 미신고 또한 명백한 불법이다. 또한 합법적인 자금 증명 없이는 매매 대금 송금이나 수익금 환수가 불가능해 불법적인 자금 반출은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김효성 대표는 “한국 부동산과 동일한 기준으로 베트남 부동산에 접근한다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베트남 부동산은 언제든 빠르게 매도할 수 있는 시장이라기보다, 매도 시점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 시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출구의 방식과 속도가 한국과 다르다고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석”이라며 “베트남 부동산은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한 시장이라기보다, 한국 부동산의 대안 또는 연장선상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저평가’와 ‘리스크’ 공존하는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 필요
한국 부동산이 규제의 언어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본은 본능적으로 다른 출구를 찾는다.
베트남은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제도화해 문을 열어두었고, 한국과의 교류·투자·거주 기반도 이미 두텁다. 이 조합은 베트남이 다음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다만 외국인에게 베트남 부동산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 곧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외국인 쿼터나 분양·매매 매물 구분, 정책 동향 파악과 투자금 조달 방안, 출구 전략 모색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해외 시장 특성상 높은 투자수익률 역시 환율 향방에 따라 상당 부분이 상쇄될 수 있는 리스크가 공존한다.
베트남 부동산은 ‘저평가된 신흥시장’이라는 기대와 ‘환율·정책·출구’라는 현실이 맞물린 시장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기회이자 비용일 수 있다. 베트남을 대체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는 건,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확인한 투자뿐이다.
권리가 명확한 상품인지(소유·한도·기간), 환율 변동을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인지(현금흐름·헤지), 정책 변화에도 출구가 남는지(매각·임대·수요)를 통과하지 못하면 잠재력은 곧바로 리스크로 전환된다.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의사결정에 나서기보단, 자신만의 기준으로 시장 가치를 면밀히 평가하고, 여러 조건을 다각도로 검토한 투자자만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효성 대표 또한 “현 시점에서 베트남 부동산 투자는 누구에게나 유효한 투자처라기보다 조건이 맞는 투자자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시장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면서 “단기 시세 차익보다 실거주나 은퇴 준비, 중장기 보유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s://www.insidevin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