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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동발 나비효과, 베트남 진출 K-기업 ‘컨틴전시 플랜’ 가동 1부

2026년 03월 0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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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물류 대란의 공포가 과거 코로나19 시절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 그 자체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 운송의 변수에 대비해 컨테이너 크기를 줄여 출혈 수출을 감행하거나, 요동치는 환율과 유가 상승에 대비해 원가 방어 총력전에 나서는 등 호치민 인근 남부 산업 현장의 긴장감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물류 마비는 아니지만”… 불확실성에 40피트 대신 20피트 택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바닷길은 철저한 ‘리스크 분산’ 체제로 전환됐다. 주요 선사들이 분쟁 해역을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해상 운임이 눈에 띄게 올랐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무조건적인 공포와는 결이 다르다.

남부 빈프억성(Binh Phuoc)에 위치한 한 한국계 제조업체 관계자 A씨는 “해상 운임이 오른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물류가 완전히 마비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비교하면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꼬리를 무는 ‘불확실성’이다. 언제 배가 끊기거나 지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이 기업은 최근 유럽향 수출 제품을 싣는 컨테이너 규격을 기존 40피트에서 20피트로 전격 교체했다. 한 번에 대량으로 싣기보다 물량을 잘게 쪼개서 선적함으로써, 특정 배가 지연되더라도 전체 납기가 어그러지는 리스크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B씨는 “물량을 나누면 물류비용은 기존보다 훨씬 더 들지만, 바이어와의 납기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마진을 깎아 먹더라도 최악의 물류 차질을 막아내겠다는 현장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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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물류’보다 무서운 진짜 적…강달러와 국제 유가

현장 기업들을 진짜 떨게 만드는 것은 바다 위 물류비보다 실물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환율’과 ‘유가’다. 특히 중국, 대만, 한국 등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원부자재를 수입해 조립·가공하는 베트남 K-제조업의 구조상 강달러의 습격은 치명적이다.

빈즈엉성(Binh Duong)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 대표 B씨는 “핵심 메인 원자재를 해상으로 들여오고 있어 가격 인상 우려가 있긴 하지만, 다행히 소량이라 당장 치명적인 타격은 없다”면서도 “진짜 우려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국제 유가와 강달러(환율) 기조”라고 짚었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베트남 동화(VND)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원자재 수입 단가는 가파르게 상승한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완제품 수출 단가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샌드위치 상황에서 수입 원가만 폭등하며 기업의 마진이 하얗게 증발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유가 급등에 짓눌린 ‘세계의 공장’… 체질 개선 시급

여기에 더해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의 상승은 현지 공장의 조업 비용을 조용히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베트남 내륙 트럭 운송비 인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공장을 돌리는 데 필수적인 산업용 전력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학습 효과를 얻은 기업들이 컨테이너를 쪼개는 등 나름의 비상 경영(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지만, 환율과 유가라는 거시적 해일 앞에서는 개별 기업의 대응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달러 결제 비중을 다변화하는 환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원부자재의 베트남 내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하는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s://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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