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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의 소비 트렌드 변화, 물건 대신 ‘감정’을 산다…’경험경제’ 新성장동력 급부상

2026년 02월 25일 (수)

베트남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이 단순한 물품 구매에서 정신적 만족과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 경제’의 확산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유통·관광·금융 등 경제 전반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호치민시 냐베(Nha Be) 지역에 거주하는 낌 쩌우(Kim Chau) 씨의 사례는 요즘 베트남 청년층의 소비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지난해 음악 공연과 팬미팅, 전시회 등 총 41개의 문화 행사에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현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수천 개의 가시밭길을 이겨낸 형제’(Brother Overcoming Thousands of Thorns, 현지명 Anh trai vuot ngan chong gai)의 호치민시 콘서트는 5번이나 현장을 찾아 직접 관람할 정도로 활발할 모습을 보였다.

쩌우 씨는 “콘서트 티켓값은 평균 80만~250만 동(31~96달러), 소규모 공연은 20만~50만 동(8~19달러) 정도”라며 “2024년 9월부터 문화 소비에 대한 지출을 늘렸다”며 “공연을 보고 나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다시 돈을 벌 동력이 생긴다”며 문화 소비의 이유를 설명했다.

호치민시 직장인 뜨엉 번(Tuong Van, 36) 씨의 사례도 흥미롭다. 그녀 역시 지드래곤(G-Dragon)의 하노이 공연 선예매권을 준다는 소식에 해당 공연을 후원하는 은행의 신용카드를 즉시 발급받았다.

두 여성의 문화 소비는 베트남 청년층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 및 예술에 대한 수요 증가에 주목한 콘텐츠 제작사와 기업들은 2025년,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콘서트를 개최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호치민시에서는 한 때 주말에 6개의 공연이 몰아서 열렸고, 12월 하노이에서 열린 한 콘서트는 러닝타임 10시간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경험에 대한 소비 확대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관련 산업의 거시 지표로도 확인된다.

베트남 독립 영화통계업체 박스오피스베트남(Box Office Vietnam)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약 6조1,400억 동(약 2억3,600만 달러)을 기록했으며, 내국인 관광객 수는 1억3,5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2.7%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소매판매 총액이 7,000조 동(2,690억4,430만 달러)으로 9.2% 증가한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로는 △예술 △엔터테인먼트 △레저가 꼽히며 경험 경제가 확대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오랜 시간 베트남 소비자 행동을 관찰해 온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월드패널바이누머레이터(Worldpanel by Numerator, 옛 칸타월드패널) 베트남지사의 응웬 프엉 응아(Nguyen Phuong Nga)는 사업부장은 “2025년은 소비자들이 즐길 거리가 많았고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실용적 지출’의 기준이 변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추세는 이는 소매업체들이 손님이 줄었다고 느끼는 반면, 서비스 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대파 가격이 kg당 10만 동(4달러)까지 오르면 비싸다는 인식을 갖지만, 콘서트 티켓 가격은 400만 동(154달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베트남에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 통계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라이브 콘서트 산업은 팬데믹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4년 글로벌 음악 투어 매출은 95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50억 달러)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은 공연 관람객이 2021년 이후 20% 증가했고, 중국 인민은행 조사에서도 2025년 말 기준 엔터테인먼트 지출 의향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PwC는 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 규모가 2029년 3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음악·영화·오프라인 이벤트 등 비디지털 활동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행태 변화를 발판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트남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예아1그룹(Yeah1 Group)은 지난해 제작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히트를 치며 전년 대비 61% 늘어난 약 1조6,530억 동(6,350만여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2025년 문화 산업에서 창출된 가치는 연평균 44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분야에서 경제 활동 기관 수와 종사자 수는 연평균 7.2%, 7.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추세 변화가 문화 산업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낙수 효과가 상당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응아 부장은 “사람들은 콘서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 호치민에서 하노이, 혹은 그 반대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며 티켓값 외에도 교통, 숙박, 식비 등으로 수천만 동을 쓴다”고 설명했다.

겉보기에 경험 경제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금융권과 유통가도 이런 추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은행이 글로벌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하며 시민들에게 은행 홍보와 신규 카드 발급을 유도하고 있으며, 제과·치약·신발 브랜드들은 뗏(Tet) 연휴를 기념해 감성적인 뮤직비디오(MV)를 제작해 마케팅에 활용하며 화제를 모았다.

호치민 청년기업가협회의 레 찌 통(Le Tri Thong) 회장은 작년 말 ‘라이프스타일 경제’를 주제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경제 성장과 두터워진 중산층으로 인해 무형 상품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와 구매력이 모두 증가했다. 공급에서는 예술과 창의적 기획 역량 특히 성숙해지는 등 수요와 공급이 모두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이어 “20년 전만 해도 음악과 금융업이 연관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나, 오늘날 우리는 금융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간 긴밀한 융합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치민시 또한 지난해 개최된 일련의 대규모 문화 행사와 축제들로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 유입은 물론, 숙박 및 외식 업계 전반에 활기가 도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러한 변화를 도시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호치민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문화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54%에서 2025년 말 5.7%로 확대됐다. 시당국은 관련 산업에 대한 세제 및 신용 인센티브 정책을 확정하는 한편, 창조산업발전기금 설립과 지식재산권 보호, 현대적 문화·스포츠 복합시설에 대한 우선 투자에 나서 2030년까지 이 비중을 7.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출처 : 인사이드비나(https://www.insidevi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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