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 대신 농장일·교육 봉사 택한 여행객 늘어…관광 넘어 생활형 체류 확산
관광지를 훑고 떠나는 여행 대신 베트남 농촌에 머물며 소를 돌보고 농사를 거들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돈을 내고 소비하는 여행보다 현지의 삶을 몸으로 겪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른바 ‘워크어웨이’ 형태의 체류가 베트남 농촌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3월 초 오전 6시, 폴란드인 여행객 아가타 클라빈스카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대나무 막대기를 손에 든 채 다낭시 께선쭝면의 한 농장에서 소떼를 밭으로 몰았다. 뒤이어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풀을 베고 작물에 물을 주는 일도 했다.
26세인 그는 베트남을 세 번째 찾았지만 이번에는 관광객이 아니라 농부처럼 살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인의 삶을 직접 이해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이 농장에 일주일만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체류 기간은 한 달로 늘어났다. 이후 10명이 넘는 외국인 자원봉사자를 이끄는 팀장 역할까지 맡아 나무 심기, 소몰이, 축사 청소 같은 일을 조율했다.
낯선 환경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고국과의 큰 기온 차이 탓에 극심한 피로를 느꼈고, 한때 열사병까지 겪었다. 그러나 그는 점차 베트남 농촌의 느린 리듬과 생활 방식에 적응해 갔다.
오후에는 마을 아이들을 상대로 무료 영어 수업도 했다. 한 반에 학생이 거의 60명에 이르는 날도 있었다. 정신없었지만 행복했다고 그는 돌아봤다. 농장 한가운데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은 애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도 했다.
저녁이면 그는 다른 자원봉사자, 호스트 가족과 함께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야채 수프와 생선찜 같은 소박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여행지의 숙소가 아닌 누군가의 생활 공간 안으로 들어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가족 같은 온기가 그곳에 있었다.
2월에는 35세 터키인 후르칸 고카야가 베트남 중부 달랏의 한 과수원을 찾았다. 그는 임금을 받지 않는 대신 숙식 제공 조건으로 일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음식물 쓰레기 수거, 동물 돌보기, 농장 홍보 영상 촬영 등을 맡고 있다.
그는 네다섯 명의 다른 체류자와 함께 기숙사 방을 쓰며 공동체 생활에 빠르게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빠른 이동과 소비 중심의 도시 여행을 선호하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과수원에서 갓 수확한 용과와 패션프루트를 맛봤을 때를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자기 나라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과일이고, 이곳의 하루는 매일 이른 아침에 시작돼 평화롭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노동과 봉사를 하는 워크어웨이 방식은 갑자기 등장한 현상은 아니다. 다만 2026년 초부터 농업 자원봉사 단체 등을 통해 베트남 체류 기회를 찾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현장 설명이다.
다낭의 휘게 농장을 운영하는 트란 탄 하 씨는 올해 들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수백 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장 사정상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인원은 20명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자원봉사자 약 80%가 30세 미만이며, 유럽과 미국, 호주 출신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광상품이 아니라 실제 지역 문화와 생활이라는 것이다.
하 씨의 농장에서는 방문객들이 공동 숙소나 텐트에서 함께 지내고, 호스트 가족과 식사를 하며, 하루 두세 시간씩 교육 프로그램이나 농장 일을 돕는다. 이 농장은 2021년 이후 2000명이 넘는 해외 자원봉사자를 맞이했다.
외국인 자원봉사자의 유입은 농촌 지역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다낭시 께선쭝면 청년연합의 레 호아이 트엉 서기는 지방정부가 농가와 협력해 무료 영어 수업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이 외국인과 직접 소통하는 법을 배우면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데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 농촌의 경제 활동과 대외 소통 능력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다낭에 그치지 않는다. 호이안과 닌빈, 하장 등 다른 지역으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여행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노리는 시도다.
달랏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응우옌 씨도 매달 수십 명의 외국인 방문객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호주, 미국 출신이 많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찾는 젊은 여행자나 프리랜서, 유튜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노이관광협회 응우옌 티엔 닷 부회장은 베트남이 안전한 환경과 풍부한 문화, 뛰어난 자연경관 덕분에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워크어웨이가 지역 교육을 지원하는 동시에 베트남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해외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경험이 젊은 여행자만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다. 일부 외국인 가족은 베트남에서의 워크어웨이를 체험형 교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인 아리안 트리코네는 10살 아들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바나나를 자르고 두부를 만들고 소 축사를 청소하는 일을 도왔다. 그는 처음에는 베트남의 소들이 유럽처럼 풀어져 다니지 않고 묶여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현지의 생활 방식과 관습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기 위해 왔지 판단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들이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노동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길 바랐다고도 말했다.
다낭의 농장에서 한 달을 보낸 클라빈스카는 베트남 문화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른 아침 논밭 사이를 오토바이로 달리던 순간과, 떠나는 날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 준 소박한 작별 자리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를 진심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북부 베트남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가 남긴 말은 단순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였다는 것이다.
베트남 농촌을 찾는 외국인들의 이런 선택은 여행의 의미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 찍고, 소비하는 데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함께 살고, 배우고, 돕는 체류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은 더 이상 스쳐 가는 배경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가장 깊이 베트남을 이해하게 만드는 삶의 현장이 되고 있다.
출처: vn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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