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채용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 구조는 여전히 저임금 구간에 머물고 있다. 일자리는 늘어나도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자 개인의 생계 부담은 물론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특징은 일자리의 양과 임금의 질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최근 하노이 노동시장에서는 단순노무직과 초급 기술인력 채용 비중이 높게 나타났고, 임금 역시 월 500만~1000만 동(약 27만~55만 원) 구간에 집중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수요가 존재하지만, 그 수요의 중심이 생산직과 서비스직, 배송직, 판매직 등 비교적 저숙련 직군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베트남 노동시장은 오랫동안 저임금 기반의 성장 모델에 의존해 왔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수출 산업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임금 상승 속도는 생산성 향상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기업 다수는 여전히 저렴한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고, 이는 고부가가치 일자리 확대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동자 개인이 체감하는 현실은 더 분명하다. 월 600만~900만 동 수준의 급여는 형식상 ‘일자리’일 수는 있어도, 대도시 생활비를 감안하면 충분한 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거비와 교통비, 식비, 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실질 가처분소득은 크게 줄어든다. 결국 많은 노동자가 낮은 임금을 감수하면서도 생계 때문에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저임금 구조는 기술 격차와도 맞물려 있다. 기술이 없는 초보 노동자는 낮은 임금에서 출발하고, 숙련공이 되더라도 임금 상승 폭은 제한적이다. 고숙련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육과 직업훈련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동자는 장기간 저임금 구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이지만, 시장이 실제로 공급하는 노동력은 고급 기술보다 저숙련 인력에 더 많이 쏠려 있다.
산업 구조의 문제도 있다. 베트남에서 흔히 채용되는 일자리 상당수는 조립과 가공과 단순 서비스처럼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런 업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임금 인상 여력도 제한적이다. 반면 정보기술, 첨단 제조, 전문 서비스처럼 임금 수준이 높은 분야는 아직 전체 노동시장을 끌어올릴 만큼 충분히 크지 않다. 결국 노동시장 전체 평균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저임금 직군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딜레마가 있다. 임금을 크게 올리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올리지 않으면 숙련 인력을 붙잡기 어렵다. 일부 노동자가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 해외 취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도 이런 구조가 있다. 국내 노동시장에서의 소득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해외 취업이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임금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단순히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핵심은 생산성 향상과 산업 고도화, 직업훈련 강화다. 노동자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임금도 구조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소기업의 기술 투자와 노동자의 재교육, 지역별 산업 다변화가 함께 추진돼야 저임금 일자리 편중을 완화할 수 있다.
결국 베트남 노동시장의 과제는 ‘일자리 수 확대’에서 ‘질 좋은 일자리 확대’로 옮겨가고 있다. 저임금 구조가 계속된다면 소비 여력 확대도, 내수 성장도, 숙련 인력 확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성장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임금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세안 데일리=왕제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