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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린 캄보디아발 사기조직, 하노이 고급 빌라로 옮겼다

2026년 04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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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9]

캄보디아 등지에서 밀려난 아시아계 조직형 사기단이 베트남 하노이의 고급 빌라와 아파트 단지로 거점을 옮겨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각국 피해자를 노린 온라인 사기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하노이 공안국에 따르면 2025년 12월 15일부터 2026년 3월 14일까지 3개월 동안 온라인 사기, 인터넷 도박 조직 운영, 불법 입국 혐의와 관련해 외국인 58명이 연루된 사건 3건이 적발됐다. 당국은 이 같은 흐름이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지의 단속 강화로 메콩강 유역의 불법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조직원들이 베트남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수사당국이 파악한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해외에 있는 총책이 현지 조직원에게 지시를 내리면, 이들은 베트남인 공범과 손잡고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고급 주거단지에 숨어든다. 이후 외국인을 현장 관리자로 세우고 조직원들을 관광 비자로 입국시켜 소규모 분산 형태로 움직인다. 발각을 피하려고 수시로 거점을 옮기고, 일부는 국제 증권회사 같은 외형을 내세워 범행을 감춘다. 베트남인을 직접 노리지 않는 점도 현지 수사망과 사법 관할을 비켜가려는 계산된 전략으로 해석된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지난 1월 15일 밤 하노이 서부 외곽 호아이득현 안카인사 손동면의 고급 주거단지 스플렌도라에서 벌어졌다. 하노이 경찰은 이곳 빌라 두 채를 급습해 유효한 여권이나 비자 없이 체류하던 외국인 8명을 붙잡았다. 한국인 7명과 중국인 1명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한국인 피해자를 상대로 한 전화금융사기에 쓰인 컴퓨터와 휴대전화 수십 대를 압수했다. 용의자들은 투자 상담사나 컨설턴트로 접근해 피해자와 신뢰를 쌓은 뒤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사전에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송금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된 한국인 가운데 1명은 관광 목적이 아니라 사기조직에 합류하려고 베트남에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용의자는 조사 과정에서 표적이 한국 거주자였다고 말했다. 또 스플렌도라를 거점으로 고른 이유로 외부 출입 통제가 엄격하고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한국과 베트남 양국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쉽다는 점을 들었다. 고급 주거지가 더는 안전과 사생활의 상징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범죄의 은신처로 악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사건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25년 8월부터 2026년 초까지 하노이에 거점을 둔 중국인·일본인 일당은 경찰관, 검사, 법원 관계자를 사칭해 일본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전화 사기를 벌였다. 당국은 이들이 적발 전까지 약 110억 동, 미화 41만8000달러가량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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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범죄는 하노이에만 머물지 않았다. 인접한 박닌성에서는 최근 중국인 비솽과 추이페이양이 위챗을 이용한 현금 거래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USDT를 베트남 동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구매자인 척 만남을 잡은 뒤 돈만 챙겨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 8일 이들은 피해자 류웨이와 만나 1억2000만 동을 받은 뒤, 한 명은 다른 일이 있다며 먼저 떠나고 다른 한 명은 피해자를 식당으로 유인한 뒤 식사 도중 뒷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1월 26일에도 비슷한 수법이 반복됐다. 하노이의 한 카페에서 다른 피해자에게 접근해 약 9300만 동 상당의 아이폰 3대를 넘겨받기로 한 뒤, 같은 방식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베트남 당국은 현재 하노이 주재 중국대사관 등과 영사 채널을 통해 용의자 신원 확인에 나섰다. 하노이 경찰은 스플렌도라 조직과 일본인을 겨냥한 사기 사건 모두 해외 지휘선까지 추적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 검거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동남아 범죄 지형이 단속에 따라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23년 중국의 압박으로 미얀마 북부 사기조직이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흩어졌고, 2025년 캄보디아가 대대적인 소탕에 나서자 다시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이동했다. 하노이의 고급 주거지가 그 다음 목적지로 떠오른 셈이다.

문제는 범죄조직의 이동이 국경을 넘을수록 단속은 더디고 피해는 넓어진다는 점이다. 관광 비자, 외국인 밀집 주거단지, 모바일 메신저, 가상자산 거래가 결합하면 범행은 더 은밀해진다. 베트남 당국이 현장 단속을 넘어 출입국 관리, 고급 임대주택 실거주 확인, 국제 공조 수사까지 촘촘히 묶지 못하면 하노이는 동남아 사기조직의 새 중계지가 될 수밖에 없다.


출처: Vn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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