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학·미용·치과·건강검진 결합…도시 통합 이후 새 성장축 부상
인프라·접근성은 여전한 과제…‘의료 리조트’와 전문 마케팅이 성패 가른다
호치민시가 해안과 삼림, 의료 인프라를 한데 묶어 의료관광 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값싼 치료비와 전통의학, 현대 의료를 결합한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외 환자와 관광객을 함께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병원 공간 부족과 지역 접근성 한계, 전용 체류시설 미비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화요일 열린 한 학술 세미나에서는 호치민시가 다양한 자연 경관과 의료 시스템,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종합 건강·웰빙 서비스를 찾는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이상적 거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행사는 호치민시 전통의학병원이 주최했다. 병원 측은 전통의학 기반 통증 관리 치료법을 발전시키고, 이를 빠르게 커지는 의료관광 산업과 연결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호치민시 의약대학의 보 트롱 뚜안 부교수는 도시의 강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7월 행정 통합 이후 호치민시는 해안 지역과 삼림 생태계, 촘촘한 의료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함께 확보했고 제도적 지원 폭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기존 호치민시에 빈즈엉성과 바리아-붕따우성이 통합되면서 도시 외연이 커졌고, 의료와 관광을 결합할 수 있는 자원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전통의학을 의료관광의 핵심 축으로 키울 여지가 크다고 봤다. 베트남이 지역과 세계 시장에서 전통의학의 위상을 더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중국과 싱가포르, 일본의 사례는 의료가 단순 진료를 넘어 문화 상품이자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유명 한약방 방문과 약용차 체험, 건강식 경험이 치료 이전의 관광 콘텐츠로 작동하고, 싱가포르는 전문 치료와 프리미엄 진료를 국가 경쟁력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호치민시도 이미 유망 분야를 추려놓았다. 시 보건부 차장 쩐 응옥 찌에우는 보건 당국과 관광 당국이 협력해 전통의학, 미용 시술, 치과 치료, 일반 건강검진, 산모·소아 진료를 의료관광의 핵심 분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치료 목적 방문객뿐 아니라 회복과 휴양을 함께 원하는 수요까지 겨냥한 구상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도 분명하다. 전통의학병원을 포함한 주요 병원들은 공간과 시설이 넉넉하지 않다. 치료 기능은 갖췄지만 관광객 수요까지 흡수할 만큼 서비스 규모를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해안 관광 자원을 품은 빈즈엉과 바리아-붕따우 역시 접근성과 교통 연결성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의료관광은 병원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공항과 도로, 체류시설, 예약 시스템, 통역, 이동 편의까지 맞물려야 산업이 된다.
여행사와의 연계도 중요한 숙제로 떠올랐다. 의료관광객 다수는 개인 예약보다 패키지나 조직된 프로그램을 통해 이동한다. 결국 의료기관과 관광업계 사이를 잇는 실질적 가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치료 상품을 잘 만들어도 이를 시장에 연결할 유통망이 없으면 산업화는 어렵다.
이 같은 과제를 풀기 위해 시 보건국은 전통의학병원에 더 넓은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맡겼다. 구상은 호치민시에 그치지 않는다. 동나이와 람동 등 인근 지역까지 묶어 의료와 생태관광, 리조트형 회복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도 탄 코아 병원장도 전통의학과 남부 베트남 문화를 접목한 모델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치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음식과 문화 체험까지 결합한 체류형 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이다.
호치민 경제대학교의 보 티 응옥 투이 부교수는 호치민시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의료비와 현대 의학·전통의학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 치료 환자가 회복 기간 동안 리조트형 환경에서 머물 수 있다면 차별화는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관건은 인프라다. 의료 서비스와 휴양 기능을 함께 담은 전용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업의 외형만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의료관광을 도시 브랜드로 키우려면 병원과 호텔을 따로 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토지 배정 단계부터 ‘의료 리조트’ 조성을 염두에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베트남은 이미 전통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국제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심이 곧 시장 지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체계적 홍보, 다국어 안내, 표준화된 서비스, 보험과 결제 시스템, 사후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국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호치민시의 의료관광 구상은 분명 잠재력이 크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청사진보다 실행력이다. 치료와 관광을 병치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두 산업을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
출처: tuoi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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