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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조 몰린 푸꾸옥”…베트남, 관광섬 넘어 동남아 투자 허브로 키운다

2026년 05월 19일 (화)

162조 투자 몰린 푸꾸옥…베트남, 싱가포르형 경제특구 꿈꾼다.
지방정부에 ‘두 자릿수 성장’ 목표…생산기지 넘어 AI·디지털경제 중심 재편.

썬그룹이 개발 중인 푸꾸옥 남부지역 전경. 혼똔섬 케이블카와 전통 어선들이 어우러진 해안 마을 모습이 보인다. | 한국관세신문
썬그룹이 개발 중인 푸꾸옥 남부지역 전경. 혼똔섬 케이블카와 전통 어선들이 어우러진 해안 마을 모습이 보인다. | 한국관세신문

[정도현 기자 | 호치민·푸꾸옥]

베트남 정부가 ‘관광섬’으로 알려진 푸꾸옥과 메콩델타 거점 안장성을 앞세워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단순 관광 개발을 넘어 물류·AI·디지털경제·해양산업까지 결합한 복합 성장 전략이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전략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 푸꾸옥에서 열린 안장성 투자촉진회의에서는 총 16조2000억 동(약 162조 원) 규모의 투자 등록 및 협약이 발표됐다. 관광·리조트 개발뿐 아니라 항만 물류, 스마트시티, 디지털 인프라, 첨단기술 산업까지 포함됐다.

이번 행사는 단순 지방 투자 설명회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강조하는 ‘지역별 성장 책임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정부는 호치민·하노이·하이퐁 등 주요 지방정부에 두 자릿수 경제 성장 목표를 사실상 주문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직접 투자 유치와 산업 구조 개편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푸꾸옥 기본개황 | 한국관세신문
푸꾸옥 기본개황 | 한국관세신문

특히 주목받는 곳은 푸꾸옥이다.

푸꾸옥은 베트남 최남단 끼엔장성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은 약 580㎢다. 제주도의 약 3분의 1 규모지만 최근 베트남 정부가 가장 공격적으로 육성하는 관광·투자 특구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푸꾸옥 방문 관광객은 약 600만 명에 달했으며 국제공항 이용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푸꾸옥을 국제 금융·관광·디지털 경제 복합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수년간 빈그룹(Vingroup), 선그룹(Sun Group) 등 베트남 대기업들이 대규모 리조트·카지노·복합상업시설 개발에 나서면서 섬 전체가 거대한 관광·투자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베트남판 제주도 개발을 넘어 싱가포르형 경제특구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푸꾸옥은 베트남의 대표 휴양섬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공항·항만·카지노·복합리조트·데이터 인프라가 동시에 들어서며 동남아 복합경제구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푸꾸옥을 싱가포르·마카오·두바이를 결합한 형태의 국제 경제 허브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경제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반도체·AI·스마트 제조업 등 70개 첨단기술 분야를 국가 우선 투자 산업으로 지정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의 방향도 단순 생산기지 중심에서 첨단기술·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삼성전자 중심 제조업과 부동산·유통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은 관광·콘텐츠·플랫폼·라이브커머스·핀테크·AI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투자 축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호치민 현지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베트남은 단순히 인건비가 저렴한 생산기지가 아니다”며 “동남아 소비시장과 디지털경제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 정부는 최근 야간경제 활성화, 디지털 전환, 외국인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호치민시 역시 금융·물류·첨단산업·관광을 연결하는 초대형 경제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안장성·푸꾸옥 프로젝트가 단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베트남식 ‘신성장 실험’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8% 안팎으로 아세안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지방정부별 성장 경쟁과 외국인 투자 확대 전략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베트남 경제는 ‘포스트 중국 생산기지’를 넘어 동남아 소비·플랫폼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베트남 투자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의 베트남이 ‘공장’이었다면, 지금의 베트남은 플랫폼·소비·관광·디지털경제가 동시에 성장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도현 기자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베이징·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베트남 전문 기자다. 현재 호치민 한상 및 한인사회 활동과 함께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제보메일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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