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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흔들리자 베트남 공장도 ‘경고등’…차이나+1의 숨은 공급망

2026년 07월 17일 (금)

생산기지는 베트남으로 옮겼지만 핵심 중간재는 여전히 중국산
중국 내수 부진에 부품업체 경영 악화·저가 수출 공세 동시 확산
전자·봉제·철강·화학업계 직격탄…향후 3년 공급망 재설계 골든타임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 산업단지의 전자제품 생산시설.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핵심 생산기지로 성장했지만 부품·소재 공급망의 중국 의존은 여전히 높다.| 사진출처=Tạp chí Điện tử Công nghiệp môi trường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 산업단지의 전자제품 생산시설.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핵심 생산기지로 성장했지만 부품·소재 공급망의 중국 의존은 여전히 높다.| 사진출처=Tạp chí Điện tử Công nghiệp môi trường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광저우]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의 산업단지.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과 수백 개 협력업체 공장이 이어진다. 공장 지붕 위에는 한국 기업의 로고가 걸려 있고, 생산라인에서는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될 스마트폰과 전자제품이 쉴 새 없이 조립된다.

겉모습만 보면 중국에 집중됐던 한국 제조업이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성공적으로 옮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탈중국’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현실이 드러난다. 전자부품과 정밀 금형, 자동화 장비, 화학소재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남부 호치민·동나이·빈즈엉의 섬유·봉제공장도 베트남에서 옷을 만들지만 원단과 부자재, 염색·가공 소재의 상당량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한다.

공장의 주소는 베트남으로 옮겼지만, 그 공장을 움직이는 원부자재의 혈관은 여전히 중국에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것이 ‘차이나+1’ 전략의 숨은 약점이다.

중국 성장 둔화보다 심각한 ‘수요의 부진’

중국 국가통계국이 7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1분기 5.0%에서 0.7%포인트 낮아졌고, 전분기 대비 성장률도 0.9%에 그쳤다. 상반기 전체 성장률은 4.7%였다.

문제는 성장률 숫자보다 경제 내부의 온도다.

상반기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보다 5.7% 감소했다. 제조업 투자는 1.2%, 인프라 투자는 2.4% 줄었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18.0% 급감했고, 민간투자도 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비재 소매판매 증가율은 1.3%에 머물렀다. 중국 국가통계국도 현재 경제의 핵심 문제로 ‘강한 공급과 약한 수요의 불균형’을 지목했다.

중국 공장은 계속 제품을 만들어내지만, 부동산과 민간투자, 내수가 이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중국의 수요 부진은 중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과 부품·원자재 공급망으로 연결된 베트남 제조업, 그리고 베트남에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으로 충격이 전달된다.

베트남 수입 10달러 중 4달러가 중국산

베트남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전체 수입액은 2,831억7,0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1,152억 달러로 전체의 40.7%에 달했다.

베트남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773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9.0% 증가했다. 계산상 베트남의 상반기 대중 수출액은 약 379억 달러에 그친다. 중국에서 사들인 금액이 중국에 판매한 금액의 약 3배에 달하는 구조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입품의 성격이다.

베트남의 상반기 수입액 가운데 기계·설비·원부자재 등 생산수단은 2,664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94.1%를 차지했다. 기계·설비·공구·부품이 56.0%, 원료와 연료가 38.1%였다.

전자제품·컴퓨터·부품 수입액은 약 1,100억 달러로 전년보다 62% 급증했다. 기계·설비·공구·부품 수입도 346억 달러로 22.9% 늘었다. 두 품목만 합쳐도 베트남 전체 수입액의 약 51%를 차지한다. 철강과 화학제품, 플라스틱, 섬유·의류·신발용 원부자재 수입 역시 증가했다.

베트남의 수출 확대가 곧바로 베트남 자체 산업 생태계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부품과 소재, 생산설비를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한 뒤 미국·유럽·한국 등으로 수출한다. 베트남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중국산 생산재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베트남 수출은 2,665억2,000만 달러로 21.0% 늘었지만, 수입은 이보다 빠른 33.4%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79억5,000만 달러 흑자였던 무역수지는 올해 166억5,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경기 둔화가 가진 두 얼굴

중국 경제의 둔화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준다.

첫 번째는 원가 하락이다. 중국 내수가 위축되고 철강·화학·소재 업체의 재고가 늘어나면 수출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중국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하는 베트남 생산법인은 단기적으로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착시일 수 있다.

중국 공급업체가 내수 부진으로 설비투자를 줄이고 경영난에 빠지면 납기 지연과 품질 저하, 거래처 부도 위험이 커진다. 핵심 부품 공급업체 한 곳의 생산이 멈추면 베트남 조립공장 전체가 함께 멈출 수 있다.

두 번째 위험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베트남 유입이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과 화학제품, 기계, 전자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면 베트남 시장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철강·화학·기계·소비재 기업은 중국산 제품과 현지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조달가격이 내려가는 이익보다 판매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질 경우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업종별 위험도 다르다.

전자산업은 중국산 부품과 금형, 자동화 장비의 납기와 품질이 핵심 변수다. 섬유·봉제업은 중국산 원단과 부자재 가격, 위안화 환율, 육상 국경 통관에 민감하다. 철강과 화학업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저가 수출 압력을 동시에 받는다.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 의존의 분산’

차이나+1은 중국을 버리고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전략이 아니다. 중국의 거대한 소재·부품·설비 생태계에 베트남의 조립·수출 기능을 추가하는 전략에 가깝다.

중국과 베트남은 경쟁하는 두 개의 독립 생산기지라기보다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이 소재와 부품, 기계설비를 공급하고 베트남이 이를 조립해 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흔들려도 베트남 공장은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은 위험하다. 중국의 내수 침체와 기업 부실, 과잉생산이 가격과 납기, 환율, 물류를 통해 베트남 공장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3년 동안 해야 할 일은 중국에서 무조건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을 얼마나 정교하게 분산하느냐가 중요하다.

반도체·배터리·전자부품과 핵심 소재는 한국·대만·태국·말레이시아 등으로 조달선을 넓혀야 한다. 동시에 베트남 현지 협력업체를 육성해 현지부품 조달률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중국 공급업체의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재무상태와 생산능력, 재고 수준, 대체 공급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위안화와 베트남 동화 환율, 중국·베트남 국경 통관시간, 해상운임 변동도 하나의 화면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향후 3년은 아시아 제조업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시간이다.

베트남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는 ‘제2의 중국’이 되기보다 중국과 연결된 아시아 제조·수출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의 승부처도 중국을 얼마나 빨리 떠나느냐가 아니다.

공장은 베트남에 두되, 중국 한 곳에 연결된 혈관을 얼마나 여러 갈래로 나눌 수 있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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