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소식/한인컬럼

[정도현의 베트남 리포트] 베트남 ‘부동산 계약 잔혹사’,외국인 임차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계약 조건

2026년 07월 11일 (토)

비자의 시작은 임시거주 신고, 식당 창업의 복병은 소방·용도 허가
“문제없다”는 구두 약속 믿었다가 보증금·권리금·인테리어비 날리는 사례 속출
베트남 진출 첫 단추는 마케팅이 아니라 집·매장 계약서

호치민과 하노이 주요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외국인 임차인을 겨냥한 임대차 계약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호치민 도심 아파트 밀집 지역. / 한국관세신문 , 사진=Znews.vn
호치민과 하노이 주요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외국인 임차인을 겨냥한 임대차 계약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호치민 도심 아파트 밀집 지역. / 한국관세신문 , 사진=Znews.vn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로 향하는 한국인 기업가와 소상공인의 발길이 다시 늘고 있다. 누군가는 법인을 세우러 오고, 누군가는 식당과 카페를 열기 위해 온다. 또 누군가는 은퇴 후 생활비가 저렴한 나라를 찾아 베트남을 선택한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한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의외로 복잡한 투자 인허가가 아니다. 바로 매일 잠을 자야 하는 ‘집’과 생업의 기반이 될 ‘매장’ 계약이다.

베트남 진출 실패는 거창한 사업전략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월세 몇 백 달러를 아끼려다 비자 연장이 막히고, 유동인구 좋은 매장을 덜컥 계약했다가 수억 원짜리 인테리어를 뜯어내는 일이 실제 현장에서 반복된다.

베트남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 진출의 첫 단추는 마케팅이 아니라 부동산과 임대차 계약”이라고 말한다. 주거지를 잘못 구하면 체류 자격이 흔들리고, 매장을 잘못 계약하면 식당 허가가 나지 않아 문도 열기 전에 사업이 끝난다.

최근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 압박과 투기 억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025년 베트남 주요 도시 아파트 가격은 ㎡당 평균 약 8,000만 동, 미화 약 3,028달러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보도됐고, 2026년 1분기 신규 아파트 평균 가격은 하노이 약 1억2,800만 동, 호치민 약 1억1,200만 동 수준까지 거론됐다. 정부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세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외국인 임차인을 겨냥한 계약 리스크는 더 교묘해진다.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집과 매장을 구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은 분명하다. 싼 월세는 기회가 아니라 위험 신호일 수 있다.


1. 주택 임대, 월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집주인의 서류’다

베트남에서 한국인이 집을 구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월세부터 비교하는 것이다. 같은 지역, 같은 면적인데 유독 싼 집이 있다면 먼저 의심해야 한다. 베트남 임대시장에서 이유 없이 싼 집은 대개 이유가 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서류다. 집주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외국인에게 임대할 권한이 있는지, 관할 공안에 임시거주 신고를 해줄 의지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주택을 임차하면 임시거주 신고가 필요하다. 실무상 집주인이나 숙박 제공자가 관할 공안 또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신고해야 하며, 이 기록은 비자 연장, 노동허가, 임시거주증(TRC) 신청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베트남 내 외국인 임시거주 신고는 통상 입주 또는 숙박 후 정해진 시간 내 신고가 요구되는 절차로 안내되고 있다.

한국인 임차인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은 네 가지다.

첫째, 등기서류다. 베트남에서는 흔히 ‘핑크북’ 또는 ‘레드북’으로 불리는 주택·토지 사용권 관련 서류가 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사람이 실제 소유자인지, 대리인이라면 위임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임대 가능 여부다. 일부 아파트나 주택은 관리규정, 건물 성격, 집주인의 세무 문제 때문에 외국인 임대를 꺼리거나 공식 신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

셋째, 임시거주 신고 확약이다. 계약서에 “집주인은 외국인 임차인의 임시거주 신고에 협조한다”는 문구를 넣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신고 기한, 신고 방식, 미이행 시 계약 해제 및 보증금 반환 조건까지 넣어야 한다.

넷째, 베트남어 계약서다. 영어 계약서만 믿고 서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분쟁이 발생하면 실제 기준이 되는 것은 베트남어 원문인 경우가 많다. 번역본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실패 사례: 월 800달러 아파트, 비자 연장 앞에서 무너졌다

호치민 빈탄 지역에서 월 800달러짜리 아파트를 계약한 한국인 A씨는 입주 당시 집주인으로부터 “문제없다”는 말을 들었다. 집은 깔끔했고 월세도 주변보다 저렴했다.

문제는 비자 연장 시점에 터졌다. A씨가 임시거주 신고 확인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세금 문제가 있어 신고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관할 공안 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비자 연장과 향후 거주증 신청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A씨는 보증금을 일부 포기하고 한 달 만에 다른 집으로 옮겨야 했다.

베트남에서 주택 계약은 ‘살기 좋은 집’을 고르는 절차가 아니다. 체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주소지를 확보하는 절차다.


2. 호치민·하노이 임대료, 한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은 이미 싸지 않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호치민 1군, 2군 타오디엔·안푸, 7군 푸미흥, 하노이 서호·미딩 지역은 로컬 평균과 다른 시장이다. 외국인, 주재원, 국제학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이미 상당히 높아져 있다.

Savills Vietnam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호치민 서비스드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당 월 52만9,000동 수준으로 집계됐다. 50㎡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월 2,645만 동, 미화 약 1,000달러 안팎이다.

현실적인 임대료 범위는 다음과 같다.

유형지역 예시월세 대략적 범위
원룸·스튜디오푸년, 빈탄, 7군 일부500~900달러
1베드룸 아파트빈홈, 마스테리, 선와 등          700~1,300달러
2베드룸 아파트투득시, 빈탄, 7군1,000~2,000달러
고급 서비스드 아파트        1군, 3군, 타오디엔1,500~3,500달러 이상          
빌라·타운하우스타오디엔, 안푸, 푸미흥2,500~6,000달러 이상

여기서 숨은 복병은 전기요금이다. 한국인은 에어컨 사용량이 많다. 일부 서비스드 아파트나 집주인은 일반 관리사무소 단가가 아니라 1kWh당 4,000~5,000동 이상의 별도 단가를 적용하기도 한다. 한여름 전기료가 월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에는 반드시 전기료 단가, 수도요금, 관리비, 인터넷 비용, 청소비, 주차비, 반려동물 허용 여부, 중도해지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은 베트남 임대차 계약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 중 하나다.


3. 식당·카페 매장, 위치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허가가 나올 자리인가’다

F&B 창업을 준비하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목 좋은 자리’에 대한 집착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한국인 거주지와 가깝고, 배달권역이 좋으면 좋은 매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상가를 임차했다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식당을 열 수 없다.

식당 운영에는 법인 설립, 사업등록, 식품안전 관련 절차, 소방 요건, 환경·위생 조건, 간판·주류 판매 여부 등 여러 절차가 얽혀 있다. 특히 최근 베트남은 화재 예방과 소방·구조 관련 법률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Decree 105/2025/ND-CP는 화재 예방·소방·구조 관련 법률의 세부 시행을 규정하는 문서로, 관련 시설의 문서 관리와 책임, 적용 범위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시행령은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안내되고 있다.

식당 창업자에게 소방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실제 영업 가능 여부를 가르는 생존 조건이다.

한식당은 특히 리스크가 크다. 고깃집은 숯불, 가스, 배기 덕트, 기름때, 연기, 화재 감지기, 비상구, 주방 동선, 전기 용량이 모두 문제 된다. 분식집과 치킨집도 튀김기, 대용량 전기, 가스 배관, 환기, 하수 기름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건물 용도가 상업용인지, 주거용을 개조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주거용 건물을 식당으로 개조한 경우 허가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배기 덕트 설치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건물 외벽, 옥상, 이웃 세대, 관리사무소, 소방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전기 용량과 수도·하수 시설을 확인해야 한다. 냉장고, 냉동고, 튀김기, 에어컨, POS, 조명, 주방 설비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리스 트랩 설치 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기름이 많은 한식·중식·치킨 매장은 하수 문제로 민원이 발생하기 쉽다.

권리금과 시설 인수 조건도 신중히 봐야 한다. 한국식 권리금 관행은 베트남에서 그대로 보호되지 않는다. 건물주 동의 없이 전 임차인과 시설 인수 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철거 명령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패 사례: 월 2,000달러 상가, 인테리어 후 소방에서 막혔다

호치민 7군의 한 골목 상가를 월 2,000달러에 계약한 한국인 B씨는 분식점 창업을 준비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좋은 자리처럼 보였다. 전 임차인은 “식당으로 쓰던 자리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B씨는 인테리어 업체에 계약금을 지급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확인 결과 건물 용도와 배기 덕트 문제가 걸렸다. 주방 배기구가 이웃 주택 방향으로 향했고, 관리사무소와 주민 민원이 이어졌다. 소방 보완 요구까지 겹치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식품안전 관련 절차도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B씨는 권리금, 보증금 일부, 인테리어 선급금을 잃고 계약을 해지했다. 장사는 시작도 못 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베트남 F&B 창업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임대료가 아니라 “허가가 안 나는 자리에 먼저 투자한 비용”이다.


4. F&B 매장 계약은 최소 3년, 가능하면 5년을 확보해야 한다

식당 창업은 초기 투자비가 크다. 주방 설비, 냉장·냉동고, 가스 라인, 배기 덕트, 에어컨, POS, 배달 시스템, 간판, 인테리어까지 갖추면 소형 매장도 5만~15만 달러가 들어간다. 고깃집이나 대형 한식당은 20만~50만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 투자를 하면서 1~2년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은 위험하다. 매장이 자리를 잡을 만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거나 계약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 시설이 좋아진 뒤 임차인을 바꾸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F&B 매장은 최소 3년, 가능하면 5년 이상 계약을 확보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다. 계약서에 연간 인상률을 5~10% 범위로 명시하지 않으면, 계약 갱신 시점에 감당하기 어려운 인상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 조항은 인허가 불발 시 계약 해제 조건이다. 식당 허가, 소방 보완, 배기 덕트, 용도 문제로 영업이 불가능할 경우 보증금 전액 반환과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빠진 계약서는 창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5. 한국식 ‘구두 약속’은 베트남에서 통하지 않는다

베트남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Không sao.” 문제없다는 뜻이다. “Dạ được.” 가능하다는 뜻이다. “나중에 다 해주겠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

한국인은 이 말을 쉽게 믿는다. 정으로 해결하고, 관계로 풀고, 빨리 진행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트남 비즈니스에서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은 분쟁이 생기는 순간 아무 힘이 없다. 오히려 독이 된다.

특히 영어 계약서만 보고 서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 분쟁에서 기준이 되는 문서는 베트남어 계약서인 경우가 많다. 영어 번역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 뿐이다. 베트남어 원문에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이 숨어 있어도, 서명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다.

개인 명의로 먼저 계약한 뒤 법인 설립 후 회사 명의로 바꾸려는 방식도 조심해야 한다. 건물주가 명의 변경을 거부하거나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법인 설립 전이라도 향후 법인 명의 전환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


6.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조항

주택 계약서에는 최소한 다음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

집주인은 외국인 임차인의 임시거주 신고에 협조해야 한다. 신고가 불가능하거나 지연될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보증금은 반환되어야 한다.

전기·수도·관리비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전기요금 단가, 납부 방식, 관리비 포함 범위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보증금 반환 시점도 중요하다. 퇴거 후 며칠 이내 반환인지, 어떤 경우 공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매장 계약서에는 더 강한 조항이 필요하다.

식당·카페 영업허가, 소방, 배기, 용도 문제로 영업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 해제와 보증금 반환이 가능해야 한다.

인테리어 공사 허용 범위, 원상복구 범위, 간판 설치, 배기 덕트, 가스 배관, 전기 증설, 수도·하수 공사 권한을 명시해야 한다.

임대 기간은 최소 3년 이상, 가능하면 5년 이상으로 하고,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정해야 한다.

전 임차인의 시설을 인수할 경우 건물주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권리금은 베트남에서 한국처럼 보호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정도현 기자의 현장 진단

“베트남 진출의 첫 단추는 계약서 한 장이다”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다. 인구 1억 명, 젊은 소비층, 성장하는 내수시장, 한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호감도는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냉혹한 시장이다.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이 작아서가 아니다. 베트남 사람이 불친절해서도 아니다. 절차를 가볍게 보고, 계약서를 대충 보고, 구두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집을 구할 때는 월세보다 임시거주 신고가 먼저다. 매장을 구할 때는 위치보다 소방과 용도가 먼저다. 계약서에 없는 약속은 없는 약속이다. “문제없다”는 말은 확인서가 아니다. “가능하다”는 말은 허가증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부동산 계약은 단순한 임대차가 아니다. 체류 자격, 사업 허가, 세무, 소방, 인테리어, 투자금 회수까지 연결된 복합 리스크다.

계약 전 최소한 현지 법무법인, 건축·소방 실무자, 회계사, 부동산 전문가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은 실패했을 때 잃을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비, 비자 비용에 비하면 보험료에 가깝다.

베트남 진출의 성패는 화려한 마케팅이나 인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첫 번째 집 계약서, 첫 번째 매장 계약서에서 이미 갈린다. 싼 월세에 속지 말아야 한다. 목 좋은 자리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비싼 계약은 싸게 보이는 계약이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 해당기사는 JM&L Partners의 임재환 미국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시는 업체나 국민들께서는 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에게 메일 주시면 K Partners 와 JM&L Partners 의 서비스를 통하여 컨설팅 받으실수 있습니다.

뉴스기사 계속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