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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세신문 기획] 베트남 시장, 냉정하게 다시 본다 ⑧ 관광·MICE·항공

2026년 06월 24일 (수)

관광객은 돌아왔는데 돈은 누가 버나…베트남 관광산업의 권력이 이동한다
다음 승부처는 단체관광이 아니라 ‘MICE·항공·복합 서비스’
다낭·나트랑·푸꾸옥 이후 고부가 관광 경쟁 본격화
한국 여행업계, 베트남을 ‘저가 휴양지’로만 보면 기회를 놓친다

다낭, 나트랑, 푸꾸옥은 베트남 중남부를 대표하는 3대 휴양지로 꼽힌다. 다낭은 도시와 해변이 결합된 복합 관광지, 나트랑은 해양레저와 리조트 중심의 휴양지, 푸꾸옥은 프리미엄 섬 휴양지로 각기 다른 관광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다낭, 나트랑, 푸꾸옥은 베트남 중남부를 대표하는 3대 휴양지로 꼽힌다. 다낭은 도시와 해변이 결합된 복합 관광지, 나트랑은 해양레저와 리조트 중심의 휴양지, 푸꾸옥은 프리미엄 섬 휴양지로 각기 다른 관광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한국관세신문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2026년 현재 베트남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다낭, 나트랑, 푸꾸옥의 해변은 물론 하노이와 호치민의 공항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다시 붐비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끊겼던 항공 노선도 빠르게 복원됐다.

겉으로 보면 완연한 회복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기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다.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여행업계의 마진은 예전 같지 않다. 항공권, 호텔, 차량, 가이드 비용은 오르고 있고,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그 사이 전통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의 수익성은 빠르게 압박받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숫자는 늘었는데, 과연 누가 돈을 벌고 있는가.”

이 질문이 지금 베트남 관광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20년 가까이 중국과 베트남 현장을 오가며 산업의 흥망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지금 베트남 관광산업은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구조적 권력 이동’의 한복판에 서 있다.

과거 베트남 관광을 설명하던 공식은 단순했다.
저가 항공권, 해변 휴양지, 패키지 상품, 한국인 단체관광.

그러나 이 공식은 빠르게 낡아가고 있다.

그 자리를 개별 자유여행(FIT), 체험형 관광, 골프·의료·공연·리조트가 결합된 고부가 복합 상품이 채우고 있다. 여행사가 쥐고 있던 시장의 주도권도 플랫폼, 항공사, 호텔 체인, 현지 직거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관광시장은 분명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 기록적 수치, 그러나 갉아먹히는 수익성

2026년 베트남 관광시장이 찍어내는 성적표는 화려하다.

베트남은 2026년 1~5월 약 1,06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4.9% 증가한 수치다. 1~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5월 한 달에만 약 178만 명의 외국인이 베트남을 찾았고, 4월에는 약 203만 명이 입국했다. 1분기 외국인 관광객도 약 676만 명에 달했다.

기간  외국인 관광객 수   주요 내용
2026년 1~5월      약 1,060만 명전년 동기 대비 약 14.9% 증가       
2026년 1분기약 676만 명빠른 회복세 지속
2026년 4월약 203만 명월간 기준 200만 명 돌파
2026년 5월약 178만 명성수기 이후에도 강한 흐름 유지

베트남 정부의 올해 목표는 더 공격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2,500만 명, 국내 관광객 1억5,000만 명을 유치해 약 1,100조 동 안팎의 관광수입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달러 기준으로는 약 420억~450억 달러 규모다.

외형만 보면 완벽한 호황기 진입이다.

하지만 현장 랜드사와 여행사, 호텔의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남는 것이 줄었다. 고물가로 인해 호텔 인건비와 차량 운영비, 가이드 비용, 식당 원가는 올랐고, 대형 글로벌 OTA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은 더 커졌다.

호치민에서 10년째 인바운드 여행사를 운영 중인 조희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손님은 확실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처럼 단체 버스 한 대 받아서 안정적으로 마진을 남기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항공권 가격은 매일 바뀌고, 차량비와 가이드비, 식당비까지 원가가 너무 빨리 오릅니다. 겉으로는 손님이 많아 보여도 실제로 남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 말이 지금 베트남 관광산업의 현실이다.

베트남 관광은 회복됐다. 하지만 과거의 수익 모델은 돌아오지 않았다.

■ “한국인은 많지만, 한국 여행사의 고객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베트남 관광시장의 핵심 송출국이다.

다낭과 나트랑은 한국 지방공항과의 직항 노선 확충에 힘입어 사실상 ‘한국인의 국민 동남아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푸꾸옥 역시 가족여행과 리조트 휴양지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수요층도 넓다. 가족여행, 골프여행, 신혼여행, 기업 인센티브 투어, 한달살기, 실버 관광까지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 방식이다.

과거 한국 여행객들은 국내 대형 여행사가 구성한 ‘항공+호텔+식사+옵션’ 패키지 상품에 의존했다. 지금은 다르다. 2030세대는 물론 5060세대까지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을 직접 비교하고, 아고다·트립닷컴·부킹닷컴에서 숙소를 예약한다. 맛집은 유튜브와 틱톡 숏폼으로 찾고, 마사지나 차량 픽업은 네이버 카페나 현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직접 연결한다.

여기서 국내 여행업계의 착각이 발생한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시장”과 “한국 여행사가 돈을 버는 시장”은 같은 말이 아니다.

베트남에 한국 관광객은 많다. 그러나 그 소비를 누가 가져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소비의 권력은 이미 전통 여행사의 손을 떠나 글로벌 플랫폼, 인플루언서 콘텐츠, 현지 직거래 채널, 호텔·리조트 직접 판매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 다낭·나트랑·푸꾸옥, 휴양지는 넘치지만 차별화는 부족하다

베트남 관광 회복의 중심에는 해변 도시가 있다.

다낭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베트남 관광지다. 나트랑은 러시아, 중국, 한국 관광객을 동시에 흡수하고 있다. 푸꾸옥은 베트남 정부와 대기업이 밀고 있는 차세대 국제 휴양지다.

하지만 성장 속도만큼 경쟁도 빨라졌다.

해변 리조트, 야시장, 마사지, 씨푸드, 호핑투어.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상품이 반복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심해졌다.

특히 다낭은 이미 성숙 관광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호텔 공급은 늘었고, 저가 항공권 경쟁도 반복된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한국인을 겨냥한 상품이 너무 많아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나트랑은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항공 노선 의존도가 높다. 푸꾸옥은 대형 리조트와 테마파크, 카지노, 골프장을 앞세워 고급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배후 도시의 소비 인프라는 제한적이다.

단순히 숙박이나 해변 관광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앞으로의 승부처는 “어떤 경험을 묶어 파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와 하이엔드 리조트, K-POP 공연 및 팬미팅과 도시 투어, 기업 맞춤형 세미나와 대규모 팀빌딩, 안티에이징 의료검진과 웰니스 휴양, 국제회의와 전시회, VIP 관광.

베트남 관광산업은 이제 단순 여행업에서 복합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 MICE, 진짜 고부가가치 게임이 시작됐다

베트남 관광의 질적 도약을 이끌 핵심 키워드는 MICE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뜻한다. 일반 레저 관광보다 객단가가 높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크다.

수백 명 단위의 기업 단체 행사는 숙박, 식음료, 대형 차량, 통역, 무대 장비, 공연, 쇼핑을 동시에 움직인다. 한 명의 관광객이 와서 호텔에 하루 묵는 것과, 기업 300명이 3박 4일 일정으로 회의와 관광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경제효과가 다르다.

베트남 주요 도시들은 이미 MICE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다낭시는 2026년 MICE 관광객 약 9만3,000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수치다. 다낭은 리조트, 국제회의, 중부 유산 관광, 팀빌딩 프로그램을 결합한 MICE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호치민시는 더 공격적이다. 대형 MICE 단체 유치를 위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00명 이상, 최소 3박 체류, 이틀 이상 시내 관광 등 조건을 충족하는 단체에 관광지 입장료, 행사장 임대료, 환영 공연, 기념품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 홍보가 아니다.
도시가 직접 고부가 관광객을 선별해 유치하겠다는 의미다.

하노이는 정치·외교·국제회의 중심지다.
호치민은 비즈니스와 전시회의 도시다.
다낭은 휴양형 MICE 도시다.
푸꾸옥은 리조트와 인센티브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다.

이 네 도시가 앞으로 베트남 MICE 시장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과 지자체도 이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베트남을 단순한 관광 목적지로 볼 것이 아니라, 전시·문화·산업 교류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 하늘길이 지도를 바꾼다…‘롱탄 쇼크’에 대비하라

관광의 맥박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항공 인프라다.

베트남 관광시장이 커지는 이유도 항공 노선이 빠르게 복원됐기 때문이다. 한국 지방공항에서 다낭, 나트랑, 푸꾸옥, 호치민, 하노이로 가는 직항 노선이 늘면서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더 가까운 시장이 됐다.

하지만 항공은 기회이자 리스크다.

노선이 열리면 관광지는 뜬다. 노선이 줄면 관광지는 바로 흔들린다.

베트남 남부의 관문인 호치민 떤선녓국제공항은 오랫동안 만성적인 포화 문제를 겪어왔다. 제3터미널 개장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장기적인 해법은 동나이성에 건설 중인 롱탄국제공항이다.

롱탄국제공항 1단계는 연간 여객 2,500만 명, 화물 120만 톤 처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여객 1억 명, 화물 500만 톤 규모까지 확장될 계획이다.

롱탄공항이 본격 가동되면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 베트남 관광·물류·비즈니스 지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호치민, 붕따우, 무이네, 달랏, 메콩델타, 푸꾸옥으로 이어지는 관광 동선도 다시 짜일 가능성이 높다. 남부 베트남 전체가 하나의 관광·물류·비즈니스 허브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항공은 단순히 사람을 나르는 산업이 아니다. 도시의 경제권을 바꾸는 산업이다.

■ 중국이 먼저 갔던 길, 베트남이 따라간다

이 변화는 중국 관광시장이 먼저 걸었던 길과 닮아 있다.

중국 관광산업도 초기에는 저가 단체관광으로 시장을 키웠다. 이후 항공망, 고속철, 호텔 체인, OTA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시장 주도권은 전통 여행사에서 대형 플랫폼과 지역 관광기업, 리조트 그룹으로 이동했다.

베트남도 같은 길 위에 올라섰다.

과거에는 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았다. 지금은 플랫폼이 수요를 만든다.

과거에는 관광지가 상품이었다. 지금은 콘텐츠가 관광지를 만든다.

과거에는 호텔이 숙박을 팔았다. 지금은 리조트가 경험과 소비 시간을 판다.

관광산업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베트남 관광을 홍보하는 것은 여행사 브로셔가 아니다. 틱톡과 유튜브의 짧은 영상이다. 항공사는 실시간 변동 가격제로 마진을 통제하고, 빈펄(Vinpearl), 선그룹(Sun Group) 같은 현지 대기업 리조트는 자체 플랫폼과 앱을 통해 고객을 직접 흡수하고 있다.

한국 중소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는 이 변화 속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대형 OTA는 고객을 직접 확보한다.
항공사는 패키지 기능을 강화한다.
호텔과 리조트는 자체 판매 채널을 키운다.
현지 소규모 업체는 차량, 마사지, 골프, 투어 상품을 쪼개 팔며 가격 경쟁에 들어간다.

그 사이 전통 여행사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좋은 상품을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콘텐츠를 직접 만들며, 플랫폼 안에서의 노출을 관리하지 못하면 진입 자체가 어려운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관광도 결국 플랫폼 산업이 되고 있다.

■ 고부가 관광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가격 경쟁만 남는다

베트남 관광산업이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수익성이다.

저가 단체관광과 쇼핑 강요형 상품은 단기 매출을 만들 수는 있지만 관광지 이미지를 훼손하고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린다.

한국 기업도 베트남을 여전히 ‘저렴한 휴양지’나 ‘박리다매 패키지 시장’으로만 보면 미래가 없다. 단순 송객을 넘어 구조를 설계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한국 여행사는 단순 패키지 판매자가 아니라 MICE 기획자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 병원은 베트남 의료관광 파트너로 고부가 상품을 설계해야 한다.
공연기획사와 지자체는 K-콘텐츠 공연 및 전시·문화 교류를 현지 관광 상품과 결합해야 한다.
한국 항공사는 단순 노선 경쟁을 넘어 지역 관광 상품과 연결해야 한다.

베트남 관광산업은 이제 단순 여행업이 아니다.
항공, 호텔, 전시, 공연, 의료, 쇼핑, 테크 플랫폼이 결합된 복합 서비스 산업이다.

■ 기자의 눈 – 관광객을 ‘보내는’ 시대는 끝났다

베트남 관광시장은 분명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과거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숫자는 늘었지만 권력은 이동했다.
단체에서 개별로, 단순 숙박에서 복합 경험으로 판이 바뀌었다.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공식은 명확하다.

“관광객을 베트남으로 보내려 하지 말고, 베트남의 관광 시스템을 설계하라.”

국내 업계가 베트남을 여전히 저가 패키지 목적지로만 취급한다면 남는 것은 제 살 깎아 먹기식 가격 경쟁뿐이다.

항공, MICE, 의료, 공연, 골프, 콘텐츠, 플랫폼을 현지 파트너와 함께 융합 설계할 수 있는 기업만이 거대하게 재편되는 베트남 고부가 관광시장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다.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다. 누가 베트남 관광산업의 다음 구조를 장악하느냐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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