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는 인기인데, 왜 한국 식품기업은 베트남에서 쉽게 실패하나
호치민·하노이 현지 진단… ‘맛’이 아니라 ‘인증·물류·입맛’ 3대 장벽에 막혔다
라면·김치·홍삼·치킨·카페까지 확산되는 K-푸드 열풍, 그러나 수익성은 별개의 문제
2010년대 중국 시장 실패 판박이 우려… “제품 대신 유통 시스템을 심어야 한다”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지난 주말 저녁, 베트남 호치민시 투득시 타오디엔의 한 한국식 고기구이 식당 앞.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베트남 젊은이들이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식당 내부의 불판 위에서는 삼겹살이 익어가고, 테이블 위에는 떡볶이와 김치찌개, 소주와 과일음료가 함께 올라왔다. 손님들은 음식을 먹기 전 먼저 스마트폰을 꺼냈다. 고기 굽는 장면을 찍고, 김치찌개가 끓는 모습을 촬영해 틱톡에 올렸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K-푸드 전성시대’다.
호치민과 하노이의 편의점 매대에는 한국 라면과 컵 떡볶이, 김밥류 제품이 자리를 잡았다. 대형마트에는 김치, 고추장, 불고기 소스, 김, 냉동만두, 홍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쇼피와 틱톡샵에서는 한국산 건강기능식품과 다이어트 식품, 단백질 제품, 어린이 영양제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된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장에서 만난 한국 식품기업 관계자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지 않았다.
“반응은 뜨거운데 남는 게 없습니다.”
“인증이 이렇게 까다롭고, 물류에서 반품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말이 지금 베트남 K-푸드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기와 사업 성공은 전혀 다른 방정식이다. 2026년 현재 베트남 식품·건강기능식품·프랜차이즈 시장은 단순한 한류 소비처가 아니다. 인증, 물류, 플랫폼, 가격, 현지 입맛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냉정한 격전지로 바뀌고 있다.
25년 이상 중국과 베트남 시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지금 베트남 식품시장은 과거 2010년대 중국 K-푸드 시장의 초기 진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한류가 문을 열었지만, 시스템을 놓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실패의 쓴잔을 마시고 있다.
■ K-푸드는 확실히 인기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하다
베트남 식음료 및 외식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식음료 산업 규모는 2024년 약 688조8000억 동, 미화 기준 약 27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푸드서비스 시장 역시 2026년 약 273억8000만 달러에서 2031년 약 452억1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0% 안팎이다.
도시화, 맞벌이 가구 증가, 배달앱 확산, 편의점 확대, 젊은 소비층의 외식 문화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이 성장의 한복판에 K-푸드가 있다.
베트남 소비자에게 한국 음식은 더 이상 낯선 외국 음식이 아니다. 라면, 김치, 떡볶이, 불고기, 치킨, 김밥, 고기구이, 핫도그, 빙수, 카페 디저트까지 일상 소비 안으로 들어왔다.
특히 10~30대 소비층에게 K-푸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본 음식, 아이돌이 먹은 간식, 유튜버가 소개한 맛집, 틱톡에서 유행한 레시피가 곧 소비로 연결된다.
호치민의 한 한국식 분식 프랜차이즈 운영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 상권에서 장사를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베트남 젊은 손님들이 먼저 찾아옵니다. 한국말 메뉴를 그대로 읽고 주문하는 손님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K-푸드가 유명해진 만큼 경쟁자도 늘었다. 한국 본사 브랜드, 한국계 현지 업체, 베트남 로컬 브랜드, 중국계 식품회사, 태국·일본 브랜드까지 동시에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이제 베트남 소비자는 단순히 “한국 음식이니까” 구매하지 않는다.
가격을 비교하고, 리뷰를 확인하고, 라이브 방송 혜택을 따지고, 배송 상태를 본 뒤 재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K-푸드는 인기다. 그러나 베트남 소비자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
■ 한국에서 잘 팔린 제품이 베트남에서 안 팔리는 이유
많은 한국 식품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이렇게 이해한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면 베트남에서도 통할 것이다.”
“한류가 강하니 한국 맛 그대로 가면 된다.”
“베트남은 성장시장이니 프리미엄 가격을 받아도 된다.”
그러나 현장은 다르다.
식품은 기념품이 아니라 반복 구매 상품이다. 한 번은 호기심으로 살 수 있지만, 계속 사게 하려면 가격, 용량, 맛, 포장, 배송, 프로모션이 모두 맞아야 한다.
한국식 매운맛도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일부 젊은 소비자는 강한 매운맛을 즐기지만, 대중시장은 다르다. 단맛, 감칠맛, 소스 농도, 식감에 대한 선호가 한국과 다르다.
건강기능식품은 더 복잡하다.
한국에서는 홍삼, 유산균, 콜라겐, 루테인, 단백질, 다이어트 제품 등이 익숙한 카테고리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제품 효능 설명, 섭취 방법, 가격 신뢰, 원산지 확인, 후기, 인플루언서 설명이 구매 전환을 좌우한다.
호치민의 한 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제품이라는 말만으로 팔리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베트남 소비자는 이제 성분표를 보고, 가격을 비교하고, 틱톡 후기를 봅니다. 제품 설명을 베트남 소비자 언어로 바꾸지 못하면 좋은 제품도 잘 안 팔립니다.”
즉, 문제는 제품력이 아니라 번역력이다.
단순히 한국어를 베트남어로 옮기는 번역이 아니다. 한국 제품의 장점을 베트남 소비자의 생활방식, 가격 감각, 건강 인식, 구매 채널에 맞게 다시 설명하는 능력이다.
■ 진짜 전쟁은 통관 이후에 시작된다
한국 식품기업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인증과 통관이다.
식품은 일반 소비재와 다르다. 베트남에 수입·유통하려면 제품군에 따라 식품 자가공표, 제품 등록, 식품안전 서류, 성분표, 제조사 관련 서류, 원산지 증명, 베트남어 라벨 등이 필요하다.
일반 가공식품은 자가공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건강기능식품과 영양보충식품, 영유아용 제품, 특수용도식품은 더 엄격한 등록과 심사가 요구될 수 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광고 표현도 민감하다.
“치료”, “완치”, “질병 예방”처럼 의약품으로 오해될 수 있는 표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마케팅 문구를 그대로 번역해 쓰면 베트남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베트남어 라벨도 중요하다.
제품명, 원산지, 수입자, 제조사, 성분, 중량, 보관방법, 유통기한, 사용법, 주의사항 등 필수 정보가 제대로 표시돼야 한다. 라벨이 부실하면 통관 지연이나 판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한국에서 샘플을 보내 반응을 본다. 반응이 좋다. 급하게 컨테이너를 보낸다. 그런데 통관 단계에서 서류와 라벨 문제가 생긴다. 제품은 항구나 창고에 묶이고, 유통기한은 줄어든다. 바이어와 셀러는 판매 일정을 놓친다.
식품은 시간이 돈이다.
유통기한이 12개월인 제품도 실제 수출, 통관, 창고 보관, 배송을 거치면 판매 가능 기간은 크게 줄어든다. 냉장·냉동 제품은 더 민감하다. 통관이 며칠만 지연돼도 품질 리스크가 생긴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식품시장에서 자주 하는 착각은 이것이다.
“통관만 되면 끝난다.”
현실은 반대다.
통관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전쟁은 그 이후, 창고와 배송, 플랫폼 리뷰, 재구매에서 시작된다.
■ 콜드체인 없이는 프리미엄 식품도 없다
베트남 식품시장의 다음 승부처는 냉장·냉동 물류다.
K-푸드가 초기에는 라면, 과자, 김, 소스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냉동만두, 냉동김밥, HMR, 밀키트, 고기류, 유제품, 건강기능식품, 프리미엄 화장품과 결합된 이너뷰티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콜드체인이다.
베트남 콜드체인 시장은 2024년 약 2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냉장창고와 냉장트럭은 늘고 있지만, 현장의 품질 편차는 여전히 크다.
호치민의 여름철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이 일반 창고에 오래 머물거나, 오토바이 배송 박스 안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품질 문제가 생긴다.
건강기능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유산균, 콜라겐 음료, 단백질 제품, 기능성 젤리, 고급 홍삼 제품은 보관 상태가 브랜드 신뢰와 직결된다.
호치민의 한 풀필먼트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제품은 포장도 좋고 품질도 좋은데, 베트남 라스트마일 환경을 너무 쉽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은 프리미엄인데 배송은 일반 제품처럼 하면 소비자는 바로 알아차립니다.”
베트남에서 콜드체인은 단순 물류 서비스가 아니다.
브랜드 신뢰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특히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 맛이 변했다, 포장이 찌그러졌다, 제품이 뜨겁게 도착했다, 유통기한이 짧다. 이런 후기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이제 한국 식품기업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베트남 물류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포장재, 보관온도, 유통기한, 박스 강도, 번들 구성, 배송 방식, 반품 정책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 틱톡샵은 기회이자 가격 붕괴의 함정이다
베트남 식품시장의 유통 권력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베트남 4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 틱톡샵, 라자다, 티키의 총거래액은 약 429조7000억 동, 미화 약 164억 달러에 달했다. 전년 대비 34.75% 증가한 규모다.
특히 틱톡샵의 성장세는 식품·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예전에는 대형마트 입점이 목표였다. 지금은 틱톡 라이브 한 번으로 하루 매출이 만들어진다. 인플루언서가 라면을 끓여 먹고, 홍삼 젤리를 먹어보고, 다이어트 쉐이크를 흔들어 마시면 실시간 주문이 들어온다.
문제는 라이브커머스가 판매를 쉽게 만들어주는 만큼 리스크도 키운다는 점이다.
첫째, 가격이 무너진다.
라이브 방송은 할인, 쿠폰, 사은품, 무료배송을 전제로 움직인다. 한 번 낮춘 가격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
둘째, 과장 광고 리스크가 커진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인플루언서가 효능을 과하게 말하면 브랜드가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셋째, 물류가 따라가지 못하면 반품이 폭증한다.
라이브 방송으로 주문은 폭발했지만 재고와 배송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소비자는 바로 취소하거나 수취를 거부한다.
넷째, 브랜드보다 셀러가 강해진다.
플랫폼과 인플루언서가 고객 데이터를 가져가면 한국 브랜드는 단순 공급자로 밀릴 수 있다.
베트남 식품시장에서 틱톡샵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가장 빠른 가격 붕괴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현지 MCN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기업은 라이브 방송을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라이브가 유통입니다. 가격, 재고, 배송, 고객응대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방송을 해도 남는 게 없습니다.”
이 말이 핵심이다.
틱톡샵은 마케팅 채널이 아니다. 판매, 물류, 고객관리, 콘텐츠가 결합된 유통 시스템이다.
■ 간판만 한국식… 운영 시스템 없는 프랜차이즈의 한계

베트남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치킨, 고기구이, 분식, 카페, 디저트, 베이커리, 샤브샤브, 패스트푸드, 한식 뷔페까지 다양한 한국식 외식 모델이 베트남 시장에 들어왔다.
호치민과 하노이의 주요 상권에서는 한국식 치킨집과 고기구이집, 카페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다낭과 나트랑, 푸꾸옥 같은 관광지에서도 한국식 외식 브랜드가 늘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제품 수출보다 훨씬 어렵다.
맛을 표준화해야 하고,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며, 직원 교육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임대료, 인건비, 인테리어 비용, 가맹점 관리, 위생 점검,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구조도 모두 변수다.
한국에서 성공한 매뉴얼이 베트남에서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베트남 직원은 한국식 서비스 속도와 다르게 움직인다. 현지 소비자는 한국 소비자와 다른 시간대에 몰린다. 배달 주문 비중이 높고, 단체 회식 문화와 가족 외식 문화도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고기구이와 치킨, 카페 업종은 원가 관리가 핵심이다.
핵심 원재료를 한국에서 전량 수입하면 원가 경쟁력에서 밀린다. 반대로 현지 원재료로 바꾸면 맛과 품질의 표준화가 흔들릴 수 있다. 이 균형을 잡지 못하면 프랜차이즈는 빠르게 무너진다.
호치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 사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많이 옵니다. 문제는 6개월 뒤입니다. 직원이 바뀌고, 맛이 흔들리고, 원가가 오르고, 임대료가 오르면 그때부터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간판이 아니다.
반복 가능한 운영 시스템이다.
베트남에서 한국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려면 브랜드 인지도보다 현지 운영 매뉴얼, 원재료 조달망, 교육 시스템, 배달 플랫폼 대응, 가맹점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하다.
■ 중국이 먼저 갔던 길, 베트남이 따라간다
2010년대 중국에서도 K-푸드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라면, 김치, 치킨, 카페, 빙수, 건강식품까지 한때 중국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시장 주도권은 빠르게 현지 기업과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중국 로컬 식품기업은 한국식 맛을 현지 가격으로 재구성했다. 현지 프랜차이즈는 한국식 메뉴를 중국식 운영 시스템 안에 흡수했다. 알리바바, 징둥, 더우인 같은 플랫폼은 소비자 데이터를 장악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브랜드는 알려졌지만, 시장의 이익은 상당 부분 현지 플랫폼과 로컬 브랜드가 가져갔다.
베트남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로컬 식품기업들은 한국식 매운맛, 김치맛, 치즈맛, 불고기맛을 빠르게 모방하고 있다. 현지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이 강하고, 유통망도 빠르다. 틱톡 인플루언서는 한국 브랜드와 베트남 로컬 브랜드를 같은 화면에서 비교한다.
한국 기업이 방심하면 ‘K-푸드 열풍’은 한국 기업의 기회가 아니라 현지 기업의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
베트남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영원히 한국 브랜드만 사주지는 않는다.
■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착각: 맛있으면 팔린다
식품시장에서 맛은 기본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맛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격이 맞아야 한다, 라벨이 정확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충분해야 한다, 배송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플랫폼 리뷰가 좋아야 한다, 현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반복 구매가 가능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자주 제품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그러나 베트남 시장은 제품 이후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누가 수입자인가, 누가 인증을 책임지는가, 어느 창고에 보관되는가, 어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가, 누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가, 반품은 누가 처리하는가, 소비자 클레임은 누가 응대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좋은 제품도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베트남 식품시장의 권력은 제조사에서 유통 플랫폼, 물류사, 인플루언서, 현지 수입자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단순 공급자로 남으면 마진은 줄고 리스크는 커진다.
■ 향후 3년, 베트남 K-푸드 시장을 바꿀 키워드

앞으로 베트남 식품·건강기능식품·프랜차이즈 시장은 몇 가지 흐름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이다.
홍삼, 유산균, 콜라겐, 단백질, 루테인, 어린이 영양제, 다이어트 제품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광고 표현과 제품 등록, 라벨 규제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둘째, HMR과 냉동식품 확대다.
맞벌이 증가와 1~2인 가구 확대, 편의점·배달앱 성장으로 냉동만두, 냉동김밥, 즉석국, 밀키트, 간편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콜드체인 투자 증가다.
프리미엄 식품과 건강식품, 냉동 HMR 시장이 커질수록 냉장·냉동 창고와 라스트마일 배송망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넷째, 틱톡샵 중심 식품 판매 확대다.
식품도 더 이상 마트 진열대에서만 팔리지 않는다. 라이브 방송, 숏폼 레시피, 인플루언서 시식 콘텐츠가 구매 전환을 만든다.
다섯째, 프랜차이즈 운영 경쟁 심화다.
치킨, 고기구이, 카페, 분식, 디저트 업종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운영 역량이 없는 브랜드는 빠르게 정리될 수 있다.
여섯째, 현지 로컬 브랜드의 반격이다.
베트남 기업들은 한국식 맛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현지 유통망을 갖춘 로컬 브랜드가 K-푸드 카테고리 안에서 한국 기업과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 정도현 기자의 베트남 시장 인사이트: 한국 기업 실행전략 3가지
첫째, 제품보다 먼저 인증과 수입 구조를 설계하라.
베트남 식품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접근은 “일단 보내고 보자”는 방식이다. 식품 자가공표, 건강기능식품 등록, 베트남어 라벨, 광고 문구, 수입자 책임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단순 식품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성분, 효능 표현, 섭취 방법, 소비자 안내 문구까지 현지 규정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둘째, 현지 입맛과 가격대를 다시 설계하라.
한국 맛 그대로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매운맛, 단맛, 용량, 포장 단위, 가격대를 베트남 소비자 기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프리미엄 제품이라도 첫 구매 장벽을 낮출 소포장, 체험형 패키지, 라이브 전용 구성, 번들 상품이 필요하다. 베트남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지만, 가격 대비 효율을 매우 냉정하게 본다.
셋째, 물류와 플랫폼을 함께 잡아라.
쇼피와 틱톡샵 입점만으로는 부족하다. 재고 관리, 배송 속도, 콜드체인, 반품 처리, 고객 응대, 리뷰 관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
특히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배송 경험이 브랜드 신뢰를 결정한다. 광고비를 늘리기 전에 제품이 어떤 상태로 소비자 손에 도착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 결론 — K-푸드의 다음 승부는 식탁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난다
20년간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지켜보며 확인한 사실은 하나다.
음식은 결국 현지화된다.
처음에는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열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지 소비자와 현지 유통망, 현지 플랫폼을 이해한 기업이 시장을 가져간다.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본질도 같다.
베트남은 더 이상 한국 음식을 신기하게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 음식을 비교하고, 재해석하고, 현지화하며, 플랫폼 안에서 다시 유통시키는 시장이다.
한국 식품기업이 베트남에서 살아남기 위한 답은 단순하다.
“맛을 팔지 말고, 식품 유통 시스템을 심어라.”
그 시스템은 인증, 수입자, 라벨, 콜드체인, 플랫폼 판매, 라이브커머스, 프랜차이즈 운영, 고객 데이터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K-푸드는 분명 베트남에서 기회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가장 빠르게 실패를 안겨주는 시장이기도 하다.
베트남 식품시장은 한국 맛을 그대로 가져가는 시장이 아니다. 한국식 품질을 베트남식 가격, 베트남식 유통, 베트남식 콘텐츠 안에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장이다.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