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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성공스토리② CREATORY] 베트남 MCN 대표주자 크레아토리는 왜 성공했는가

2026년 06월 22일 (월)

이원기 대표 “한국식 수출이 아니라, 베트남 시장과 함께 호흡한 현지화가 답이었다”
2015년 인플루언서 마케팅 불모지에서 출발해 500개 이상 브랜드와 협업…
크리에이터·콘텐츠·커머스를 연결한 현지화 전략이 성장 비결

크레아토리 임직원들이 베트남 호치민 사무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크레아토리는 베트남 현지 인재 중심의 조직 운영과 콘텐츠·커머스 결합 전략을 통해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마케팅 기업으로 성장했다.|사진=크레아토리
크레아토리 임직원들이 베트남 호치민 사무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크레아토리는 베트남 현지 인재 중심의 조직 운영과 콘텐츠·커머스 결합 전략을 통해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마케팅 기업으로 성장했다.|사진=크레아토리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 디지털 시장은 지난 10년 사이 빠르게 진화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이 시장을 주도했고, 이후 유튜브가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꿨다. 지금은 틱톡, 라이브커머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소셜커머스가 소비의 흐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 한국인이 창업한 베트남 대표 디지털 마케팅 기업이 있다. 크레아토리(Creatory)다.

크레아토리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마케팅 및 소셜커머스 전문 기업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2015년 설립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현재는 콘텐츠 제작, 인플루언서 마케팅, 브랜드 커뮤니티 구축, 라이브커머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이커머스 운영까지 아우르는 통합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브랜드, 한국 기업, 베트남 로컬 기업 등 500개 이상의 브랜드와 협업한 크레아토리는 이제 단순한 MCN 기업이 아니다. 베트남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결하는 현장형 마케팅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관세뉴스는 크레아토리 이원기 대표를 만나 베트남 진출 배경, 성공 요인, 현지화 전략,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시사점을 들어봤다.


■ “2006년 처음 본 베트남, 사람들의 에너지가 강하게 남았다”

이원기 대표와 베트남의 인연은 사업보다 먼저 시작됐다.

“2006년 베트남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의 에너지였습니다. 젊고 밝았고, 외국인에게도 매우 친절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 역동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이 대표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유력 후보지로 두고 여러 차례 현지 답사를 진행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인구 구조와 성장성이었다. 젊은 인구, 빠른 모바일 보급, 디지털 소비 확산은 두 나라 모두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베트남이었다.

“2013년 무렵 베트남 시장을 보면서 한국의 20년 전 인터넷 시장을 떠올렸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었고, 젊은 세대가 새로운 플랫폼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시장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은 커 보였습니다.”

그가 확신한 것은 단순한 시장 지표가 아니었다. 사람의 가능성이었다.

“젊고 역동적인 인재가 많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려는 에너지가 강했습니다. 결국 베트남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사업적 판단을 넘어, 이 시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먼저 기회를 본 이유

베트남은 Facebook·Zalo·TikTok 기반의 즉시 구매형 소셜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KakaoTalk·YouTube·Instagram을 중심으로 검색, 리뷰, 브랜드 신뢰를 거친 구매 구조가 강하다.|한국관세신문
베트남은 Facebook·Zalo·TikTok 기반의 즉시 구매형 소셜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KakaoTalk·YouTube·Instagram을 중심으로 검색, 리뷰, 브랜드 신뢰를 거친 구매 구조가 강하다.|한국관세신문

이 대표는 창업 당시 한국보다 베트남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봤다. 한국은 이미 성숙한 시장이었고, 베트남은 아직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이었다.

“창업을 준비할 때 저는 항상 ‘어디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가’보다 ‘어디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이미 많은 플레이어가 경쟁하고 있었고 산업 구조도 상당히 성숙해 있었습니다. 신생 기업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달랐다. 경제 성장과 함께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었고, 디지털 소비 구조도 막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미 꽉 찬 시장에서 점유율을 나누는 것보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 더 큰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베트남은 단순한 해외 진출국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 베트남 젊은 소비자는 광고보다 ‘사람’을 신뢰했다

크레아토리가 초기에 주목한 것은 베트남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평균 연령이 젊고,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랐다. 한국 소비자처럼 브랜드의 역사나 전통을 오래 따지기보다, 새로운 경험과 현재의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디지털 생태계의 변화도 뚜렷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빨라지면서 젊은 소비자들은 TV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틱톡이 본격화되기 전이었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이미 전통 미디어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대표가 가장 주목한 것은 ‘신뢰의 구조’였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기업의 일방적인 광고보다 사람의 추천을 더 신뢰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친구의 추천, 온라인 커뮤니티의 후기,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경험담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크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이 흐름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지금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소셜커머스 시장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 성공의 핵심은 ‘반 발자국 앞선 준비력’과 ‘속도’

크레아토리가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시장의 변화보다 반 발자국 앞서 움직이는 선제적 준비력과 속도”를 꼽았다.

“트렌드가 눈앞에 나타난 뒤에 움직이면 이미 늦습니다. 저희의 핵심 경쟁력은 시장이 전환되는 신호를 남들보다 먼저 포착하고, 조직 전체가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그 변화를 맞이했다는 점입니다.”

베트남의 미디어·커머스 시장은 변화 주기가 짧다. 플랫폼이 바뀌면 소비 방식이 바뀌고, 소비 방식이 바뀌면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크레아토리는 이 변화를 단순히 따라가지 않았다. MCN으로 출발해 브랜드 마케팅 그룹으로 진화했고, 다시 소셜커머스와 AI 기반 마케팅 기업으로 확장했다.

“유행을 따라다닌 것이 아닙니다. 시장이 반드시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들이 주저할 때 인프라와 인재에 먼저 투자했습니다.”

이 대표는 여기에 현지 조직에 권한을 위임하는 현지화 전략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행력이 결합되면서, 크레아토리가 시장의 추격자가 아니라 개척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시스템과 베트남의 현지 감각을 결합하다

크레아토리의 경쟁력은 단순히 한국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강점은 국적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경험해 본 실행 체계와 시스템 역량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전 네이버 라인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프로젝트 운영 체계, 콘텐츠 품질 관리 등 한국 기업이 가진 시스템 역량을 베트남 현지팀의 시장 이해와 결합했다.

“결국 한국의 시스템과 베트남 현지의 인사이트를 결합한 것이 우리만의 경쟁력이 됐습니다.”

중요한 점은 일방적인 이식이 아니었다. 한국의 방식을 베트남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경험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에 맞는 실행 방식을 현지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 현지화의 본질은 ‘권한 위임’이었다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현지화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의사결정은 여전히 한국 본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크레아토리의 현지화는 달랐다. 핵심은 현지 팀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었다.

“베트남 시장은 베트남 사람이 가장 잘 압니다. 전략과 시스템은 함께 만들되, 현장 실행과 의사결정은 현지 팀 중심으로 운영했습니다. 한국팀은 글로벌 사례와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현지팀은 시장 실행과 판단을 담당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베트남 현지 직원들의 강점으로 빠른 적응력과 실행력을 꼽았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트렌드가 등장했을 때 학습 속도가 빠르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힘이 크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팀은 쉽게 만들 수 없습니다. 크레아토리 성장의 절반 이상은 현지 인재들 덕분입니다.”


■ 베트남 소비자는 신뢰하는 크리에이터를 통해 빠르게 구매한다

틱톡 라이브커머스는 베트남 소비시장에서 제품 홍보와 구매 전환을 동시에 이끄는 핵심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MCN 기업들은 크리에이터 신뢰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축이 되고 있다.| 한국관세신문 AI로 생성한이미지
틱톡 라이브커머스는 베트남 소비시장에서 제품 홍보와 구매 전환을 동시에 이끄는 핵심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MCN 기업들은 크리에이터 신뢰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축이 되고 있다.| 한국관세신문 AI로 생성한이미지

한국과 베트남 소비자는 구매 여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 소비자는 구매 전 가격 비교, 후기, 브랜드 평판, 배송 조건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베트남 소비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크리에이터의 추천이나 라이브커머스 콘텐츠를 통해 즉각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라이브 방송이나 숏폼 콘텐츠를 보는 도중 바로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만큼 평소에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간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커뮤니티 구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플랫폼별 전략도 달랐다. 틱톡은 제품의 발견과 구매 전환에 집중했다. 페이스북은 커뮤니티와 브랜드 신뢰를 쌓는 채널로 활용했다. 인스타그램은 브랜드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 포지셔닝에 적합했다.

이 대표는 “각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목적과 심리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배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초기 위기는 ‘신뢰 부족’이었다

크레아토리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가장 큰 위기는 신뢰 확보였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생 외국계 기업에 마케팅 예산을 맡기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라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며 하나씩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때로는 한국 기업이라는 배경이 장벽이 되기도 했다. 베트남 시장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검증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장벽을 넘은 것은 성과와 레퍼런스였다.

실패도 있었다. 초기에는 팔로워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전환 성과는 단순 팔로워 수보다 참여도와 신뢰도에 더 크게 좌우됐다.

이 경험은 크레아토리가 데이터 기반 크리에이터 평가 및 매칭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 MCN에서 소셜커머스로, ‘그로스 파트너’로 진화하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크레아토리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었다.

초기에는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와 인플루언서 캠페인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브랜드 전략 수립, 콘텐츠 제작, 소셜 채널 운영, 커뮤니티 관리, 퍼포먼스 마케팅, 라이브커머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이커머스 운영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체계를 갖췄다.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은 소셜커머스다.

“이제 브랜드들은 단순히 조회수나 도달률만 묻지 않습니다. 결국 실제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요구합니다. 크레아토리가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결하는 영역에 집중한 이유입니다.”

틱톡샵과 쇼피의 성장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콘텐츠는 더 이상 단순한 브랜드 홍보물이 아니다. 그 자체가 판매 채널이자 매출을 만드는 파이프라인이 됐다.

“크레아토리는 단순 대행사가 아니라 브랜드의 성장과 매출 성과를 함께 만드는 그로스 파트너로 역할을 확장했습니다. 이것이 최근 몇 년간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 뷰티를 넘어 웰니스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로

한국과 베트남 인플루언서 TOP10의 팔로워 수와 주요 플랫폼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한국은 인스타그램 중심의 글로벌 셀럽 파워가, 베트남은 페이스북·틱톡 중심의 대중성과 전환력이 각각 강점으로 나타났다.|한국관세신문
한국과 베트남 인플루언서 TOP10의 팔로워 수와 주요 플랫폼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한국은 인스타그램 중심의 글로벌 셀럽 파워가, 베트남은 페이스북·틱톡 중심의 대중성과 전환력이 각각 강점으로 나타났다.|한국관세신문

베트남 디지털 시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산업군은 여전히 뷰티와 퍼스널케어 분야다. K-뷰티에 대한 신뢰가 높고, 틱톡샵과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통한 구매 전환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건강관리와 웰니스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홍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이너뷰티, 웰니스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 소비를 넘어 베트남 중산층을 중심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과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가능성이 크다. 한국 브랜드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통해 제품의 사용 경험과 가치를 현지 소비자 언어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제는 국적보다 콘텐츠의 신뢰성과 구매 경험이 성패를 결정합니다.”


■ “한국 기업이라는 생각을 버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크레아토리는 베트남에 안착한 한국계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답은 단호했다.

“저희가 한국 기업이라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한국 기업’이라는 생각을 버렸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베트남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조직 운영, 콘텐츠 기획, 크리에이터 생태계 구축 방식까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베트남 현지 기준에 맞췄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분기점은 한국식 비즈니스의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베트남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였습니다.”

이 말은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베트남은 더 이상 한국 제품을 그대로 가져와 팔 수 있는 단순 소비시장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들은 이미 빠르게 진화했고, 로컬 콘텐츠와 현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도 커졌다.


■ 베트남 진출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세 가지 조언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베트남을 한국의 연장선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어도 소비자 행동과 비즈니스 문화는 다르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모델이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는 가정은 위험하다.

둘째, 사람과 신뢰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베트남은 트렌드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시장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파트너, 핵심 인재, 충성 고객과의 관계는 단기 매출보다 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셋째, 완벽한 기획보다 빠른 실행과 피드백이 중요하다.
베트남 디지털 시장은 빠르게 바뀐다.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다시 틱톡과 소셜커머스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했다. 책상 위에서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시장에서 실행하고, 배우고, 수정하는 기업이 더 큰 기회를 잡는다.


■ 앞으로 10년, 콘텐츠·커머스·AI가 결합된다

이 대표는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반의 소셜커머스와 AI 기반 마케팅을 꼽았다.

“지난 10년이 디지털 전환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콘텐츠와 커머스, 그리고 AI가 결합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베트남 소비자는 이미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와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틱톡샵의 성장은 이 변화를 보여준다. 앞으로 브랜드들은 소비자에게 광고를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즐기는 콘텐츠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AI 기술도 마케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콘텐츠 제작, 타깃 분석, 광고 효율 최적화 등 마케팅 전 과정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소비자와 더 정교하게 소통하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K-뷰티, 건강기능식품, 유아·키즈 제품 분야에 여전히 기회가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구축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 성공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크레아토리 소속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원기 대표. 사진 맨 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크레아토리 이원기 대표다.| 사진제공=이원기대표
크레아토리 소속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원기 대표. 사진 맨 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크레아토리 이원기 대표다.| 사진제공=이원기대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크레아토리 성공의 본질이었다. 이 대표의 답은 간단했다.

“사람입니다.”

플랫폼은 계속 바뀐다. 페이스북의 시대가 있었고, 유튜브가 성장했으며, 지금은 틱톡과 소셜커머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AI가 더 큰 변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함께 일해 온 사람들과 쌓은 신뢰는 남는다.

“지난 10년 동안 크레아토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사, 크리에이터, 임직원들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크레아토리의 성장 과정은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베트남 소비자의 시선으로 배우고, 현지 인재를 믿고, 시장 변화보다 반 발자국 먼저 움직여야 한다.

베트남은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의 제조기지도, 한류에 기대어 물건을 밀어낼 수 있는 단순 소비시장도 아니다. 콘텐츠가 소비를 만들고, 크리에이터의 신뢰가 구매를 이끌며, 소셜커머스가 매출을 만드는 시장이다.

크레아토리는 한국인의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철저히 베트남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성장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성공은 단순한 해외 진출 성공담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어떻게 현지화하고, 어떻게 시장과 함께 성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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