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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장이 흔들린다”…한국 기업들, 베트남 넘어 ASEAN으로 이동

2026년 05월 16일 (토)

베트남 일극체제에서 국가별 역할 분화…미중 갈등이 바꾼 아시아 제조업 지도
단순 생산 이전 넘어 공급망·원산지·기술까지 분산하는 ‘멀티 ASEAN 시대’ 개막

2026년 미중 갈등구조속 대한민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한다 | 기사의 이해를 위해 AI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
2026년 미중 갈등구조속 대한민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한다 | 기사의 이해를 위해 AI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

[정도현 기자 | 아시아총괄사업부]

한때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전략은 사실상 하나였다.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 베트남으로 간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 베트남은 삼성전자 생산기지와 한국 제조업 이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26년 들어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중 갈등 장기화, 미국의 원산지 검증 강화, 공급망 분산 압박이 커지면서 이제 기업들은 베트남만이 아니라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까지 동시에 검토하기 시작했다.

동남아가 더 이상 단일 생산기지가 아니라 국가별 역할이 나뉘는 ‘멀티 ASEAN 공급망’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베트남…여전히 최대 제조 거점

현재까지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투자 중심은 단연 베트남이다.

한국의 대(對)베트남 교역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870억~9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베트남은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권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 규모는 더 압도적이다.

한국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약 9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 사례는 Samsung Electronics다.

삼성전자는 박닌, 타이응우옌, 호찌민등에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기업으로 평가된다.

LG Electronics, Hyosung Corporation, POSCO 역시 대규모 생산거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 제조업 평균 임금은 최근 연 6~8%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고, 호찌민·하노이 핵심 산업단지 임대료도 3~4년 새 40% 이상 오른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우회수출 단속을 강화하면서 단순 “베트남 조립 생산” 모델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태국…“자동차 왕국”에서 EV 허브로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국가는 태국이다.

한국과 태국의 교역 규모는 연간 약 150억 달러 안팎으로 베트남보다는 작지만, 산업 구조는 훨씬 고도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태국은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약 190만~200만 대 수준으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최근 태국 정부는 동부경제회랑(EEC)을 중심으로 전기차(EV), 배터리,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BYD는 약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태국 EV 공장 설립에 나섰고, Great Wall Motor도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태국이 “자동차·EV 공급망 거점”으로 재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태국 정부는 최근 한국과 CEPA(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니켈과 배터리 공급망 장악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자원 강국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교역 규모는 최근 약 2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했다.

핵심은 배터리 산업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사례는 Hyundai Motor Company와 LG Energy Solution이다.

양사는 카라왕 지역에 전기차 및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차 현지 공장은 연간 15만 대 생산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광 수출 제한, 현지 가공 의무화, 배터리 클러스터 구축등 강경 산업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 제조업 유치가 아니라 “원자재→배터리→완성차” 까지 연결되는 공급망 장악 전략에 가깝다.

말레이시아…반도체와 AI 인프라 부상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교역 규모는 약 25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후공정, AI 서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페낭 지역은 이미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허브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미국·대만·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이 노동집약 제조라면, 말레이시아는 기술 인프라형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어 기반 비즈니스 환경과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도 강점으로 꼽힌다.

“China+1”에서 “China+ASEAN Multiple”로 과거 한국 기업들의 전략은 단순했다.

생산은 중국 일부 이전은 베트남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은 제조·조립, 태국은 자동차·EV,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원자재, 말레이시아는 반도체·AI 인프라식으로 역할이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단일 국가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China+1”이 아니라 “China+ASEAN Multiple” 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제 동남아 전략은 ‘생존 전략’이 됐다

과거 기업들은 인건비만 봤다.

하지만 지금은 지정학 리스크, 원산지 검증, 공급망 안정성, 자원 확보, 기술 생태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은 베트남, 자동차는 태국, 원자재는 인도네시아, 첨단부품은 말레이시아식으로 공급망을 분산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에게 동남아는 더 이상 “값싼 생산기지”가 아니다.

지금 동남아는 미중 갈등 이후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핵심 무대로 바뀌고 있다.



■ 정도현 기자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베이징·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베트남 전문 기자다. 현재 호치민 한상 및 한인사회 활동과 함께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제보 및 문의: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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