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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관광시장, 러시아 관광객이 돌아왔다…중국·한국 중심에서 다국적 시장으로 재편

2026년 06월 03일 (수)

4개월 만에 50만 명 돌파, 전년 대비 300% 급증…나트랑·다낭·푸꾸옥 중심 장기 체류형 소비시장 확대
푸꾸옥·나트랑·다낭 중심 러시아 관광객 확대…K-뷰티·K-푸드·의료관광·리조트 업계 대응 필요
2026년 1~4월 베트남 방문국 TOP10 분석…중국·한국 양강 체제 속 러시아·인도·미국 시장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 관광시장에서 러시아 관광객이 다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끊겼던 러시아발 관광 수요가 2025년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들어선 데 이어, 2026년에는 뚜렷한 확장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한 관광객 회복이 아니다. 베트남 해양관광 시장의 소비 구조가 다시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베트남 관광당국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4월 베트남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879만3,69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이 올해 목표로 세운 외국인 관광객 2,500만 명의 약 35%를 이미 달성한 셈이다.

특히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 월 200만 명 이상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것은 베트남 관광산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시장은 러시아다.

베트남 관광시장 인포그래픽. 2026년 1~4월 베트남 방문국 TOP10에서 중국과 한국이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러시아 관광객은 전년 대비 약 300% 증가하며 핵심 해양관광 수요로 떠올랐다. | 한국관세신문
베트남 관광시장 인포그래픽. 2026년 1~4월 베트남 방문국 TOP10에서 중국과 한국이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러시아 관광객은 전년 대비 약 300% 증가하며 핵심 해양관광 수요로 떠올랐다. | 한국관세신문

2026년 1~4월 베트남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약 5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약 5.7% 수준이다. 비중만 놓고 보면 절대적 규모는 중국·한국보다 작지만, 증가 속도는 단연 두드러진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러시아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300% 증가했다. 단순 계산으로 월평균 12만5,000명 안팎의 러시아 관광객이 베트남을 찾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의 회복은 이미 2025년부터 확인됐다. 2025년 베트남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60만 명 이상으로, 코로나19 이전 고점에 근접했다. 그러나 2026년 흐름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선다. 불과 4개월 만에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연말까지 러시아 관광객 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6년 1~4월 기준 베트남 방문국 TOP10을 보면 베트남 관광시장의 구조 변화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1위는 중국으로 약 185만 명, 2위는 한국으로 약 165만 명이다. 이어 러시아가 약 50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대만 43만 명, 캄보디아 40만 명, 미국 39만 명, 인도 32만 명, 일본 31만 명, 호주 25만 명, 필리핀 24만 명 순이다.

이들 10개 국가는 전체 베트남 외국인 관광객의 약 72%를 차지했다. 중국과 한국 두 시장만으로도 전체의 39.8%를 차지한다. 여전히 중국과 한국은 베트남 관광시장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은 베트남 관광시장이 더 이상 중국·한국 중심의 단순 구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러시아, 인도, 미국, 호주,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이 동시에 늘면서 베트남 관광시장은 다국적 소비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이 TOP10에 진입한 것은 동남아 역내 관광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관광객 증가의 직접적 배경은 항공 노선 회복이다.

러시아 주요 도시와 베트남 휴양지를 잇는 직항 및 전세기 노선이 확대되면서 나트랑, 다낭, 푸꾸옥, 무이네 등 해양관광지가 다시 러시아 관광객을 흡수하고 있다. 러시아 관광객은 일반적으로 장기 체류, 가족 단위 여행, 리조트 중심 소비, 해변 휴양, 스파, 골프, 현지 투어 패키지 수요가 강한 편이다.

단기 쇼핑과 도심 관광 중심의 일부 아시아 관광객과는 소비 구조가 다르다. 이 때문에 러시아 관광객의 증가는 단순한 입국자 수 증가보다 호텔·리조트·식음료·교통·투어·의료·스파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지는 나트랑과 푸꾸옥이다.

베트남 푸꾸옥 해안 전경. 러시아 관광객 증가와 항공 노선 확대에 힘입어 푸꾸옥은 나트랑·다낭과 함께 베트남 해양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 사진=푸꾸옥관광청
베트남 푸꾸옥 해안 전경. 러시아 관광객 증가와 항공 노선 확대에 힘입어 푸꾸옥은 나트랑·다낭과 함께 베트남 해양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 사진=푸꾸옥관광청

나트랑과 푸꾸옥은 과거부터 러시아 관광객 비중이 높았던 지역이다. 러시아어 간판, 러시아어 메뉴, 러시아어 가능 여행사와 리조트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무이네 역시 러시아 장기 체류객이 선호해온 전통적인 휴양지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도 러시아 시장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베트남이 올해 2,500만 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양적 확대와 고부가가치 휴양관광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특히 체류 기간이 길고 리조트 소비 비중이 높은 러시아 관광객은 베트남 해양관광 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급증하는 관광객 수요를 항공·숙박·교통·통역·의료·결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면 일시적 특수에 그칠 수 있다. 러시아어 가능 인력 부족, 현지 의료·보험 서비스, 장기 체류객을 위한 생활형 서비스,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안전·위생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일부 지역이 러시아 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지정학적 변수와 환율, 항공 제한 등에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관광시장은 늘 정치·외교·항공·환율 변수에 민감하다. 특정 국가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기회이지만, 동시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이 있다.

베트남 관광시장은 이제 한국 관광객만 보고 접근하기 어려운 다국적 소비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호텔, 리조트, 골프, 의료관광, 화장품, 식음료, 면세·유통 분야의 한국 기업은 러시아 관광객을 별도 소비군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K-뷰티, K-푸드, 건강검진, 스파, 골프 패키지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러시아어 마케팅과 장기 체류형 상품 구성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나트랑·다낭·푸꾸옥의 리조트, 골프장, 의료·웰니스 시설과 연계한 상품 개발은 향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2026년 베트남 관광시장의 핵심은 단순한 방문객 수 증가가 아니다.

어느 나라 관광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디에서 돈을 쓰며, 어떤 서비스에 만족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러시아 관광객의 급증은 베트남 관광산업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다국적 관광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베트남은 지금 중국 관광객의 회복, 한국 관광객의 안정적 유입, 러시아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 인도·미국·호주 시장의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관광산업의 판이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베트남 관광시장은 ‘많이 오는 시장’에서 ‘오래 머물고 많이 쓰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 관광객의 귀환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기사제보: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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