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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통관 ‘7월 대개편’ 비상 , “물건부터 보내고 보자” 통하지 않는다 !

2026년 07월 08일 (수)

베트남 수출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HS코드·원산지·라벨 규제
7월 1일부터 29개 법률·34개 시행령 동시 발효…HS코드·원산지·라벨 오기재 땐 통관 지연 가능성
식품·화장품·건기식·전자제품 수출기업, ‘선적 후 조정’ 대신 사전 컴플라이언스 체계 갖춰야

베트남이 2026년 7월부터 통관·세금·전자상거래 규제를 대거 개편하면서 한국 수출기업의 HS코드, 원산지, 라벨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물류 현장. | 한국관세신문
베트남이 2026년 7월부터 통관·세금·전자상거래 규제를 대거 개편하면서 한국 수출기업의 HS코드, 원산지, 라벨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물류 현장. | 한국관세신문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

“한국에서 이미 대박 난 제품입니다. 베트남 현지 통관은 일단 물건부터 보내놓고 어떻게든 해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최근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는 국내 중소 소비재 기업 관계자들에게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른바 ‘선(先)선적 후(後)조정’ 방식이다. 과거에는 현지 파트너나 통관 대행사를 통해 사후 보완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6년 7월 현재, 이 같은 접근법은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방식이 되고 있다. 베트남 세관과 세무당국의 관리 방식이 이전보다 훨씬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개 법률·34개 시행령 동시 발효…촘촘해지는 규제 그물망

베트남 정부는 7월 1일을 기해 대규모 규제 개편에 들어갔다. 현지 투자·법률 정보기관인 Vietnam Briefing에 따르면 이번 개편에는 29개 법률, 2개 조례, 34개 시행령이 포함됐다. 세금, 디지털 비즈니스, 전자상거래, 사이버보안, 통관 집행 등 외국계 투자기업과 수출입 기업의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대거 포함됐다.

수출입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베트남 정부가 지난 5월 공포해 이달부터 발효한 세관 행정위반 처벌 규정, 이른바 ‘시행령 169호’(Decree 169/2026/ND-CP)다. 이 시행령은 기존 세관 행정위반 처벌 규정인 Decree 128/2020/ND-CP를 대체하는 성격을 갖는다. HS코드, 과세가격, 원산지, 서류 제출 지연, 관세 납부 지연, 전자통관 절차 위반 등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위반 사항을 새 기준으로 정비했다.

이번 개편의 본질은 단순히 벌금 항목을 손질한 데 있지 않다. 베트남 세관 행정의 방향이 ‘서류 한 장씩 건별로 확인하던 방식’에서 기업의 회계자료, 세금 신고, 생산기록, 은행 거래, 선적자료, 재고자료를 종합적으로 대조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글로벌 로펌 DFDL은 이를 두고 베트남 세관이 통합적이고 위험 기반의 데이터 집행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HS코드 하나 잘못 잡아도 통관 지연…마케팅 일정까지 흔들린다

베트남 세관 행정은 단순 서류 확인에서 회계자료, 세금신고, 선적자료, 원산지 증빙을 종합 대조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베트남 세관 행정은 단순 서류 확인에서 회계자료, 세금신고, 선적자료, 원산지 증빙을 종합 대조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위험은 HS코드 오류다. 같은 화장품이라도 일반 스킨케어 제품인지, 기능성 표현이 들어간 제품인지, 의약적 효능을 암시하는 제품인지에 따라 사전 등록 요건과 관세율, 검사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일반 건강식품으로 판매되던 제품이 베트남에서는 식품안전 등록, 라벨 심사, 광고 표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통관 지연이 단순한 행정 지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 중소기업이 박스당 10달러짜리 콜라겐 젤리 1만 박스, 총 10만 달러 규모 물량을 베트남에 수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세관 또는 식품 관련 당국이 성분 표기, 기능성 표현, 라벨 문구를 문제 삼아 통관을 2주만 지연시켜도 창고료, 보관료, 물류비, 유통 일정 차질이 동시에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판매 일정이다. 최근 베트남 소비재 시장은 틱톡샵, 쇼피, 라자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라이브커머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통관 일정이 밀리면 온라인몰 입점, 인플루언서 콘텐츠 공개, 라이브 방송, 프로모션 일정까지 줄줄이 흔들린다. 결국 ‘통관 실패’가 곧 ‘마케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원산지와 과세가격도 지뢰밭이다. 베트남 세관은 수입 신고가격이 지나치게 낮거나,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서 가격 산정 근거가 부족하거나, 로열티·금형비·운송비 등 과세가격에 포함돼야 할 요소가 누락됐다고 판단하면 사후 추징에 나설 수 있다. “한국 브랜드 제품이니 당연히 Made in Korea”라는 판단도 위험하다. 원재료 비중이나 실제 제조공정 일부가 중국, 베트남, 제3국에서 이뤄졌다면 원산지 증명과 표시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현지 파트너 명의로 수입하고, 온라인 판매는 다른 법인으로 진행하며, 광고 계정은 개인 명의로 운영하는 방식은 향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수입자 명의, 세금계산서, 플랫폼 매출자료, 광고비 지출 자료가 서로 맞지 않으면 세관과 세무당국의 사후 점검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60일 이내 자진 보완” 통로도 열려…성실기업은 기회

다만 이번 개편이 기업을 압박하는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시행령은 성실한 기업이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통로도 마련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통관 정산보고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기업이 신고 오류를 자진 수정·보완하고, 세관의 정식 검사 결정이 내려지기 전이라면 행정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다. 최종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사후 정산액이 발생한 경우에도 일정 조건 아래 과세가격 수정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기업 내부의 컴플라이언스 능력이다. 자재명세서, 즉 BOM과 가격 산정자료, 원산지 증빙, 라벨 검토자료, 수입자 계약서, 세금 신고자료, 온라인 판매자료가 사전에 정리돼 있지 않다면 세관이 부여한 자진 보완 기회조차 활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료 체계를 갖춘 기업은 통관 리스크를 줄이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후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인구 1억 명, 젊은 소비층, K-브랜드 선호,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한국 식품·화장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기업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2026년 7월을 기점으로 베트남 진출 공식은 달라지고 있다. 제품의 매력도만으로는 부족하다. HS코드, 원산지, 라벨, 수입자 명의, 세금 구조, 온라인 판매 구조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

베트남 통관의 문턱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정교해지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샘플 발송이 아니다. 제품별 HS코드, 인증, 원산지, 라벨, 세무 리스크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물건부터 보내고 보자”는 말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라 리스크가 되고 있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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