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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현기자정보통] ② 커피특집:스타벅스도 장악하지 못한 나라…하이랜드·로컬 카페가 강한 이유

2026년 07월 14일 (화)

40만~50만 개 카페가 만든 생활문화…로부스타·연유·저가·장시간 체류가 경쟁력
밀라노커피·푸옥롱·카티낫까지 토종 브랜드 약진…Z세대 중심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진화

호치민 골목의 로컬 카페. 베트남에서 카페는 단순한 음료 판매점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하고, 쉬고, 만나는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관세신문  AI 생성 이미지
호치민 골목의 로컬 카페. 베트남에서 카페는 단순한 음료 판매점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하고, 쉬고, 만나는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관세신문 AI 생성 이미지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호치민 1군 응우옌후에(Nguyen Hue) 거리의 오후 2시. 스타벅스 매장 안은 외국인 관광객과 노트북을 펼친 젊은 직장인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미터 떨어진 골목 안 로컬 카페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연유커피를 마시는 오토바이 운전사, 화상회의 중인 스타트업 직원, 시험공부에 열중한 대학생, 틱톡 영상을 촬영하는 젊은이들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다. 커피잔은 작지만 머무는 시간은 길다. 이곳에서 카페는 음료를 파는 매장이 아니라, 베트남 도시 생활의 가장 익숙한 배경이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 가격은 2만 5,000동(약 1,300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손님들은 대여섯 시간씩 편하게 머무른다. 베트남에서 카페는 단순한 음료 판매점이 아니다. 사무실이자 공부방이며, 회의실이자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상적인 ‘생활 공간’이다. 그리고 바로 이 독특한 문화가 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조차 베트남 시장을 온전히 장악하지 못한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베트남 전역의 커피숍 수는 40~50만 개로 추산된다. 인구 1억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민 200~250명당 1개꼴이다. 특히 호치민, 하노이, 다낭, 하이퐁 등 대도시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카페 상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업계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은 식당보다 카페에 더 오래 머문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시작”… 일상이 된 카페 라이프

베트남인의 커피 사랑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선다. 현지 시장조사업계와 커피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2.5~3kg 수준으로 추산된다. 수치상으로는 한국과 비슷한 범주에 있지만, 도시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커피 문화의 밀도는 훨씬 강하다.

호치민과 하노이의 직장인들에게 커피는 하루의 시작이다. 오전에는 진한 블랙커피, 점심 무렵에는 연유커피, 저녁에는 카페 미팅이 이어진다. 젊은 층은 과제, 과외, 화상회의, 프리랜서 업무, SNS 콘텐츠 촬영까지 카페에서 해결한다.

호치민 투득시(Thu Duc)와 7군 지역에서는 “카페가 곧 오피스”라는 표현도 흔하다. 실제로 신도시 상권에서는 넓은 좌석, 와이파이, 콘센트, 주차 공간을 갖춘 카페가 오피스텔·아파트·대학가 상권의 핵심 시설로 자리 잡았다.

카페 문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형 카페나 유명 프랜차이즈의 입점 여부가 상권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호치민 일부 신흥 상권에서는 유명 카페 브랜드가 입점한 이후 주변 점포 임대료가 상승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다. 도시의 속도, 청년층의 라이프스타일, 소비문화, 부동산 상권이 만나는 복합 공간이다.


베트남 커피 시장에서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현지인의 일상과 입맛을 반영한 로컬 카페 문화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베트남 커피 시장에서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현지인의 일상과 입맛을 반영한 로컬 카페 문화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 로부스타·연유·얼음의 삼박자… 베트남 커피 문화의 뿌리

베트남 커피 문화의 뿌리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로부스타, 연유, 얼음이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며, 로부스타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꼽힌다. USDA 기준 베트남의 2025/26 커피 생산량은 약 3,100만 백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로부스타가 약 3,000만 백, 아라비카가 약 100만 백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로부스타 중심의 커피 산업 구조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강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 강한 맛을 연유의 단맛과 얼음의 청량감으로 중화하면서 독자적인 커피 문화를 만들었다.

그 대표가 ‘카페쓰어다(Cà phê sữa đá)’다. 진한 로부스타 원액에 연유와 얼음을 더한 이 음료는 베트남 커피 문화의 상징이다. 길거리 좌판부터 고급 프랜차이즈까지 거의 모든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에그커피, 코코넛커피, 소금커피, 치즈폼 커피 등으로 메뉴가 다양화되고 있다. 하노이의 에그커피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대표 메뉴가 됐고, 호치민과 다낭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코코넛커피와 소금커피가 SNS형 음료로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커피의 경쟁력은 맛 자체만이 아니다. 로컬 원두, 저렴한 가격, 강한 카페인, 달콤한 연유, 더운 날씨에 맞는 얼음 문화가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 스타벅스 150개 vs 하이랜드 1,000개… 시장 지배한 로컬 브랜드

베트남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사실상 로컬 브랜드가 압도하고 있다. 2026년 기준 현지 매장 수 추정치를 살펴보면 시장의 판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현지 업계 추산을 종합하면 베트남 주요 커피 체인의 매장 수는 다음과 같다.

브랜드명추정 매장 수 (2025~2026년 기준)              
 Milano Coffee 로컬 초저가 약 2,000개 
 Highlands Coffee로컬 중대형 약 855개
 Phuc Long로컬 차+커피 237개
Starbucks Vietnam  글로벌 프리미엄 127개
 Katinat로컬 Z세대

업계 선두인 하이랜드 커피는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 빌딩은 물론 지방 도시와 골목 상권까지 넓게 진출하며 ‘국민 카페’에 가까운 지위를 확보했다.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상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확장한 반면, 하이랜드는 베트남인의 일상 동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베트남 소비자에게 하이랜드는 특별한 날 찾는 카페라기보다, 출근길에 들르고 친구를 만나고 노트북을 펼치는 생활형 브랜드다. 이 점이 스타벅스와의 결정적 차이다.

푸옥롱은 차와 커피를 결합한 메뉴 경쟁력으로 성장했고, 카티낫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SNS 친화적 음료로 Z세대를 빠르게 흡수했다. 더커피하우스는 한때 빠르게 확장했지만, 최근에는 점포 효율화와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커피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매장을 많이 낸 브랜드가 아니다. 베트남인의 생활 리듬을 가장 잘 읽은 브랜드다.

베트남 커피 브랜드 매장 수 순위. 밀라노 커피와 하이랜드 커피 등 로컬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한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인포그래픽
베트남 커피 브랜드 매장 수 순위. 밀라노 커피와 하이랜드 커피 등 로컬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한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인포그래픽

■ 글로벌 공룡 스타벅스는 왜 베트남을 압도하지 못했나

스타벅스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후 프리미엄 상권과 외국인·고소득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베트남 전체 커피 시장을 지배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다.

첫째는 맛의 차이다. 스타벅스는 아라비카 중심의 글로벌 커피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베트남 소비자는 로부스타 특유의 강한 맛과 진한 농도에 익숙하다. 연유커피, 아이스커피, 강한 카페인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스타벅스의 맛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거나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둘째는 가격이다. 스타벅스 베트남의 라떼와 음료 가격은 대체로 8만~10만 동 안팎이다. 로컬 일반 카페의 커피는 2만5,000~4만 동, 로컬 프랜차이즈는 4만~7만 동 수준에서 형성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2~4배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셋째는 공간 문화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집과 직장에 이은 ‘제3의 공간’을 내세워 성장했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에게 제3의 공간은 이미 골목 카페, 길거리 플라스틱 의자, 동네 로스터리, 로컬 프랜차이즈 안에 존재했다.

베트남에서는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 없는 카페, 오토바이를 쉽게 세울 수 있는 카페, 친구들과 시끄럽게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은 카페가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진다. 스타벅스의 세련된 공간은 매력적이지만, 베트남인의 일상 전체를 대체하기에는 문화적 거리가 있었다.

결국 스타벅스가 베트남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다만 베트남의 로컬 카페 문화가 그만큼 강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표준화된 성공 공식보다 현지 생활문화의 힘이 더 컸던 시장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 “Z세대의 감성을 잡아라”…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하는 시장

최근 베트남 커피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Z세대의 부상이다. 이들은 커피 맛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 사진이 잘 나오는 인테리어, 음료의 색감, 브랜드의 SNS 감성까지 함께 소비한다.

카티낫의 성장은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감각적인 매장 디자인, 도심 핵심 상권 입지, 비주얼 중심의 음료, SNS 확산 전략을 앞세워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층을 빠르게 흡수했다. 베트남 카페 시장이 단순 음료 판매에서 취향과 정체성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하이랜드가 대중성과 접근성을 장악했다면, 카티낫은 감성과 트렌드를 공략하고 있다. 푸옥롱은 차와 커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메뉴로, 중원(Trung Nguyên)은 베트남 커피 정체성과 프리미엄 원두 이미지를 통해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이제 베트남 커피 시장은 한 가지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길거리 카페, 대형 로컬 프랜차이즈, 프리미엄 체인, 스페셜티 카페, SNS형 콘셉트 카페가 동시에 성장하는 다층적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 공급망 강국에서 소비문화 강국으로

1부에서 살펴본 것처럼 베트남은 이미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이자 글로벌 커피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베트남 커피의 진짜 힘은 생산량에만 있지 않다.

베트남은 이제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를 넘어, 커피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 브랜드화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하이랜드, 중원, 푸옥롱, 카티낫 등은 스타벅스를 모방해 성장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인의 일상과 입맛, 공간 문화를 브랜드로 바꿔 성공했다.

이 점에서 베트남 커피 시장은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베트남 소비시장을 공략하려면 글로벌 성공 공식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인의 시간 사용 방식, 가격 감각, 오토바이 동선, 더운 날씨, SNS 문화, 장시간 체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커피 한 잔은 작지만, 그 안에는 베트남 도시 소비시장의 구조가 담겨 있다. 스타벅스가 베트남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이유도,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도 결국 같은 곳에 있다.

베트남 카페는 음료점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하고, 쉬고, 만나고, 자신을 표현하는 생활 플랫폼이다. 세계 커피 업계가 지금 베트남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로부스타 생산량 때문만이 아니다. 스타벅스 이후 시대의 카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 답의 일부가 이미 호치민과 하노이의 로컬 카페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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