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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935개 품목 관세 낮췄다…한국 기업에 다시 열린 ‘중국 공급망’

2026년 05월 23일 (토)

“반도체·배터리·산업자동화까지…중국의 새 공급망 전략에 한국 기업 다시 주목”

호치민 인근 빈즈엉 산업단지 | 한국관세신문
호치민 인근 빈즈엉 산업단지 | AI생성이미지

[정도현 기자 | 호치민·광저우]

최근 호치민의 한 한국계 전자부품 기업 베트남 공장.

중국 바이어들과의 화상회의가 다시 늘고 있다.
한동안 ‘탈중국’ 분위기 속에 동남아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최근 들어 중국 업체들이 다시 한국산 핵심 부품 확보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 거래처들이 최근 단가보다 공급 안정성과 품질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특히 정밀부품 쪽은 아직 한국산 선호가 분명히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수출입 잠정세율 조정안’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올해부터 총 935개 품목에 대해 잠정 수입관세 인하 또는 우대세율 적용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조정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제조업 전략 변화와 직결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첨단 제조업, 반도체, 산업 자동화, 바이오·의료, 친환경 배터리 산업등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 중인 분야의 핵심 중간재 확보 목적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전문지 재신(Caixin)은 최근 이를 두고:

“중국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저임금이 아니라 공급망 통제력”

이라고 분석했다.

“탈중국” 외쳤지만…중국은 아직 한국 부품이 필요하다

이번 관세 조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도 일부 핵심 산업에서는 여전히 한국 공급망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 KOTRA 베이징무역관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반도체·전자부품 수입 규모는 약 820억 달러(약 112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 메모리반도체 공정,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배터리 소재 산업, 산업 자동화설비 분야의 핵심 공급국 중 하나다.

특히 이번 관세 우대 확대 품목을 보면 한국 기업들의 강점 산업과 상당 부분 겹친다.

대표 사례가 산업용 마이크로모터다.

중국의 일반 MFN(최혜국) 세율은 평균 9% 수준이지만, 한중FTA 적용 시 일부 품목은 1.8% 수준까지 낮아진다.

사실상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7%포인트 이상 개선되는 셈이다.

광저우의 한 한국계 부품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중국 로컬 업체들도 고정밀·저불량률 제품은 아직 한국산을 선호한다. 특히 의료장비와 산업 자동화용은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고 말했다.

호치민 공장도 다시 중국을 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중국 현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베트남 남부 산업단지에서도 중국향 공급망 문의가 다시 늘고 있다.

특히 호치민, 빈즈엉, 동나이지역 한국계 제조업체들은 최근 중국 바이어들의 발주 문의가 다시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한 베트남 진출 한국 제조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 기업들이 단순 가격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안정 공급 여부와 품질 인증을 더 중요하게 본다”

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현재 세계 전기차 생산량 1위, 글로벌 배터리 생산 점유율 60% 이상,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첨단 제조업으로 갈수록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남아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고순도 화학소재, 반도체 공정용 세라믹 부품, 초정밀 산업용 베어링, 의료·바이오 특수소재, 배터리 재활용 핵심소재 등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이번 관세 조정을 통해 이런 핵심 중간재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의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최근 AI 서버 산업 확대, 첨단 반도체 투자, 스마트팩토리 보급, 전기차 공급망 강화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 제조 산업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된다.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비관세 장벽’

다만 현지 한국 기업들의 분위기가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관세보다 더 무서운 건 비관세 장벽”

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중국이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인증 규제, 데이터 통제, 기술표준, 원산지 검증, 공급망 추적 관리같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생산기지를 활용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산지 검증 리스크까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치민의 한 전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예전 중국 시장은 가격만 맞으면 됐지만 지금은 인증·데이터·통관 관리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다”

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올해 들어 의료기기 인증 심사 강화, 산업 데이터 해외 이전 통제, 플랫폼 보안 규정 확대, 공급망 추적 시스템 강화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은 AI·배터리·스마트팩토리 중심의 첨단 산업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중국 제조업은 AI·배터리·스마트팩토리 중심의 첨단 산업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최근 중국 경제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중국 제조업은 양적 성장 시대를 끝내고 질적 성장 단계로 진입했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단순 조립공장이 아니라 첨단 제조업 플랫폼, 글로벌 공급망 통제국가, 기술표준 중심국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역설적으로 다시 중요한 공급망 파트너로 호출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분명히 다른 점도 있다.

중국은 이제 외국 기업에 시장을 단순 개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산업 전략에 필요한 영역만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지금 한국 기업들이 다시 봐야 하는 것은 단순한 ‘중국 시장’이 아니다.

중국이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공급망 질서 자체다.

■ 정도현 기자는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베트남 지역 전문 기자다.
호치민 한상과 한인회에서 고문 및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동남아 및 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제보 및 문의: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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