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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호찌민] 갈등의 긴 터널 지나, 베트남 한인사회가 다시 ‘연합’의 불을 밝히다

2026년 06월 23일 (화)

손인선 호치민한인회장, 베트남한인연합회장 취임… “하나 된 한인사회, 함께하는 미래” 선언
11월 호치민한인회장 선거 공식화… 중남부 지역 한인회 연합 구조 본격 출범

손인선 베트남한인연합회장이 태극기와 지역 한인회기를 배경으로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호치민 한인사회의 갈등을 넘어 베트남 전역 한인사회의 연합과 상생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 사진=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
손인선 베트남한인연합회장이 태극기와 지역 한인회기를 배경으로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호치민 한인사회의 갈등을 넘어 베트남 전역 한인사회의 연합과 상생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 사진=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호치민 한인사회가 오랜 반목과 갈등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하나의 이름 아래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오후 4시, 호치민시 타오디엔 지역 상차이 중식당. 이곳에서 열린 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 발대식은 단순한 회장 취임식이 아니었다. 베트남 전역에 흩어져 있던 한인사회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그동안 분열과 갈등이라는 아픈 이름으로 불리던 호치민 교민사회가 스스로 변화의 문을 여는 자리였다.

행사장에 내걸린 슬로건은 “하나 된 한인사회, 함께하는 미래”였다. 이 문장은 이날 행사의 의미를 압축했다. 지난날의 상처를 넘어 서로를 향해 다시 손을 내밀고, 지역과 세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이었다.

20일 호치민 상차이 타오디엔에서 열린 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 발대식에서 손인선 베트남한인연합회장과 중남부 지역 한인회장단, 주요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
20일 호치민 상차이 타오디엔에서 열린 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 발대식에서 손인선 베트남한인연합회장과 중남부 지역 한인회장단, 주요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

호치민 한인사회는 그동안 10만 명이 넘는 거대 교민사회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 한인회장 선출과 이임 과정에서 갈등이 반복됐고, 회장직을 둘러싼 분쟁은 동포사회의 신뢰를 흔들었다. 한때 호치민 한인사회는 ‘동포사회 분쟁 지역’이라는 불편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날 손인선 호치민한인회장의 결정은 의미가 작지 않다. 손 회장은 베트남한인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호치민한인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오는 11월 호치민한인회장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식화했다.

개인의 직함보다 공동체의 질서와 화합을 앞세운 결정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교민은 “오랜만에 한인사회가 다툼이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누가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걸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발대식은 호치민 중심으로 움직이던 한인사회의 에너지를 베트남 중남부 전역의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각 지역을 이끌 중남부 지역 한인회장단이 소개됐다.

20일 호치민 상차이 타오디엔에서 열린 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 발대식에서 임명장을 받은 각 지역 한인회장단이 손인선 베트남한인연합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
20일 호치민 상차이 타오디엔에서 열린 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 발대식에서 임명장을 받은 각 지역 한인회장단이 손인선 베트남한인연합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관세신문 정도현기자

빈증한인회장에는 정관호 회장, 달랏한인회장에는 박형선 회장, 껀터한인회장에는 문성 회장, 푸꾸옥한인회장에는 이은민 회장, 까마우한인회장에는 심일용 회장, 바리아붕따우한인회장에는 양철수 회장, 나짱한인회장에는 배수현 회장이 소개됐다. 향후 동나이한인회장판팃한인회장도 추가로 임명될 예정이다.

이는 베트남 한인사회의 무게중심이 더 이상 호치민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 기업과 교민들은 이미 빈증, 동나이, 바리아붕따우, 나짱, 푸꾸옥, 껀터, 까마우 등 베트남 중남부 전역으로 확산돼 있다.

제조업의 중심지인 빈증과 동나이, 항만·물류 거점인 바리아붕따우, 메콩델타권의 중심인 껀터와 까마우, 관광·서비스업 기반이 커지고 있는 달랏, 나짱, 푸꾸옥까지. 베트남 한인사회는 이제 ‘호치민 중심 구조’를 넘어 ‘지역 연합형 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손인선 회장의 베트남한인연합회장 취임은 그래서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다. 역할의 확장이다. 호치민 한인회장의 틀을 넘어 베트남 전역의 한인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지역 간 협력, 세대 간 화합, 교민 권익 보호, 한국 기업 지원,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은 앞으로 베트남한인연합회가 풀어가야 할 핵심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다. 공동체의 신뢰는 좋은 말보다 공정한 절차에서 나온다. 손 회장이 11월 호치민한인회장 선거를 공식화한 것은 한인사회 정상화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다.

앞으로 호치민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할 좋은 일꾼들이 당당히 나서고, 교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호치민 한인사회는 오랜 갈등의 이미지를 벗고 보다 성숙한 동포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베트남중남부 한인분포도 | 한국관세신문
베트남중남부 한인분포도 | 한국관세신문

이날 행사 포스터에는 베트남 국기와 한반도 지도, 호치민의 야경, 그리고 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의 문장이 함께 담겨 있었다. 상징은 분명했다. 베트남이라는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더 이상 흩어진 점이 아니라,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어느 공동체든 갈등은 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조정할 질서가 있는지, 서로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함께 바라볼 목표가 있는지다.

2026년 6월 20일의 발대식은 그 질문에 대한 베트남 한인사회의 하나의 답이었다.

호치민 한인사회가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박수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어질 연합의 실천이다. 새로운 회장단과 지역 한인회, 기업인과 교민, 그리고 차세대가 함께 써 내려갈 다음 페이지는 ‘분열의 역사’가 아니라 ‘연합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

베트남 한인사회의 새로운 시대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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