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하노이에 사는 프엉 타인(Phuong Thanh·47세)씨는 다음 날 아침 발표를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려다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매달 수만 동씩 내고 쓰던 공유 계정의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이 갑자기 잠겨버린 것이다. 데이터 동기화까지 엉켜버린 탓에 그날 밤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타인씨는 공유 계정 이용을 완전히 끊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Microsoft Office), 넷플릭스(Netflix), 스포티파이(Spotify), 유튜브 프리미엄(YouTube Premium)까지 모두 정식 계정으로 전환했다. 그녀는 “처음엔 조금이라도 아끼려 했는데, 이제는 안정성이 우선”이라며 “개발자의 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마음도 편하다”고 말했다.
하노이에 사는 29세 직장인 흥 부(Hung Vu)씨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엔 포토샵(Photoshop)·프리미어(Premiere)·윈도우(Windows) 등 이른바 ‘크랙(crack)’ 버전을 즐겨 썼지만, 크리에이티브 직종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쓰는 도구에 돈을 내는 것이 곧 그것을 만든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두 사람의 경험은 베트남 사회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불법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이용, 공유 계정 거래가 한때 별다른 죄의식 없이 통용됐던 베트남에서, 이제는 정품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IT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지식재산권 인식 제고, 정품 서비스의 편의성·안정성, 그리고 접근 가능한 가격 정책을 꼽는다. 학생 할인, 가족 요금제, 저가 구독 패키지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불법’과 ‘정품’ 사이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노트북 수리 전문 업체 ‘수아 추아 랩톱 24h(Sua Chua Laptop 24h)’의 하 만 끄엉(Ha Manh Cuong) 부사장은 “5년 전만 해도 고객의 약 80%가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비율이 30~40%로 뚝 떨어졌다. 끄엉 부사장은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짚었다. 업무 중 사고가 나거나 데이터를 잃거나, 랜섬웨어(ransomware)에 감염된 후에야 사람들이 깨닫는다는 것이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사고가 났을 때 수습 비용이 정품 라이선스 구매 비용의 “10~20배, 심지어 수백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Bộ Văn hóa Thể thao và Du lịch) 저작권국 팜 티 낌 오안(Pham Thi Kim Oanh) 부국장도 “베트남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실태는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소프트웨어 저작권 환경이 긍정적으로, 그것도 전환점이라 할 만큼 변화했다”며 “국제기구의 통계 수치뿐 아니라 기업 사회의 사고방식에서도 변화가 뚜렷이 감지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국은 특히 정부 기관, 은행,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법 복제에서 정품 서비스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는 베트남이 국제 협약 이행과 저작권 법제 정비를 꾸준히 추진해온 결실이라는 평가다.

출처: VnEx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