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검증·내국수출입 관리 강화
삼성 협력사 포함 한국 기업 공급망 리스크 확대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이 2026년 들어 원산지 검증과 사후심사를 대폭 강화하며 수출입·통관 체계를 사실상 전면 재편하고 있다. 현지 진출 한국 제조기업과 물류업계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단순 세율 조정이 아니라 원산지 검증, 신고 책임, 사후심사까지 동시에 강화되면서 “베트남 통관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베트남을 중국산 우회수출 경유지로 주시하기 시작하면서 베트남 세관도 관리 수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실제 베트남 전체 수출입 규모는 2025년 약 7,8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FDI 기업 비중은 약 7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LG·효성·포스코 등 한국 기업 역시 베트남 수출 경제의 핵심 축이다.
최근 개정된 내국수출입 제도에서는 기업 책임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과거처럼 포워더·관세사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 세관은 현재 HS CODE 오분류, 원산지 허위기재, 수입 후 용도 변경, 원부자재 추적 불일치 등에 대한 사후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위험관리(Risk Management) 기반 전산 시스템 확대와 함께 통관 이후에도 기업 데이터를 장기 추적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호치민의 한 한국계 물류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서류만 맞으면 됐지만 지금은 ERP 자료와 생산 흐름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실상 기업 공급망 전체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내국수출입(On The Spot) 관리 강화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거래 실체, 물품 이동 증빙, 계약 구조, 세금 환급 요건 등을 훨씬 엄격하게 검증하고 있다.
삼성 협력업체 구조처럼 베트남 현지 생산망에 깊숙이 들어간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베트남 통관 행정이 과거 중국이 거쳐 갔던 방향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역시 미·중 무역갈등 이후 원산지 검증과 공급망 추적, 디지털 세관 체계를 빠르게 강화한 바 있다.
특히 “통관 이후 관리(Post Clearance Audit)” 중심으로 행정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현재 베트남과 닮은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차이점도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국가안보 중심의 통제 강화 성격이 강했다면, 베트남은 미국과 글로벌 공급망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대외 신뢰 확보형 관리 강화’ 성격이 더 짙다는 평가다.
우선기업(AEO) 제도 역시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단순 수출 규모보다:
- 내부통제
- 원산지 관리
- 디지털 데이터 연계
등 공급망 관리 능력이 핵심 평가 요소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이 더 이상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공급망·통관·데이터 관리 역량까지 요구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될수록 세관 규제 역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정도현 기자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베이징·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베트남 전문 기자다. 현재 호치민 한상 및 한인사회 활동과 함께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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