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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세신문 기획] 베트남 시장, 냉정하게 다시 본다 ③ MCN·라이브커머스

2026년 05월 21일 (목)

“광고보다 라이브”…베트남 소비권력, 틱톡으로 이동했다
“광고는 죽고, 라이브가 팔았다”… 베트남 소비권력 뒤집는 MCN 전쟁

틱톡라이브를 활용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 한국관세신문 AI생성
틱톡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한국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베트남 인플루언서 | 한국관세신문 AI생성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최근 오후 9시, 호치민 투득시의 한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

강한 조명 아래 20대 여성 진행자가 한국산 마스크팩을 들고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자 채팅창에는 수천 개 댓글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지금 구매하면 30초 안에 추가 할인 들어갑니다.”

방송 시작 1시간 만에 판매 수량은 수천 개를 넘어섰다. 스튜디오 뒤편에서는 운영 인력들이 실시간 시청 유지율과 구매 전환율 데이터를 동시에 체크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광고가 아닙니다. 소비자를 얼마나 오래 화면 안에 붙잡아두느냐가 핵심입니다.”

2026년 베트남 소비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을 꼽으라면 단연 MCN(Multi Channel Network)과 라이브커머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광고시장은 TV와 페이스북 중심 구조였다. 브랜드는 방송 광고를 집행하고, 유통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지금 현장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소비자는 더 이상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틱톡 라이브를 보고, 인플루언서 후기를 믿으며, 실시간 방송 안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조사업체 메트릭(Metric)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라이브커머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틱톡샵 역시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쇼피(Shopee)와 함께 핵심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MCN 산업이 있다.

20년 가까이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현재 베트남 MCN 시장은 과거 중국 왕홍(网红) 산업 초기와 매우 닮아 있다.

다만 속도는 훨씬 빠르다.


■ “방송국은 약해지고, 플랫폼은 강해진다”

베트남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플랫폼 중심 재편이다.

숏폼·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기반 생태계가 급성장하면서 기존 방송 중심 광고 구조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리포털(DataReportal)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베트남 인터넷 이용자는 약 8000만 명 수준이며 스마트폰 보급률은 8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30대 소비층은 유튜브·틱톡·페이스북 숏폼 소비 시간이 TV 시청 시간을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방송국이 콘텐츠를 만들고 연예인이 소비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소비를 결정한다.

콘텐츠 시장의 권력이 ‘제작사’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호치민 7군과 투득시 일대에서는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MCN은 하루 수십 회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며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다.

쇼호스트 교육부터 상품 기획, 방송 연출, 팬덤 관리까지 모두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호치민 기반 한국계 MCN기업 CREATORY의 이원기 대표는 “지금 베트남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단순 판매 경쟁이 아니라 콘텐츠 체류시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결국 플랫폼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제 라이브커머스는 단순 판매 방송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콘텐츠 산업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틱톡 기반 라이브커머스가 베트남 MCN 산업 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틱톡 기반 라이브커머스가 베트남 MCN 산업 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 베트남 MCN 산업, 이미 새로운 권력이 됐다

베트남 MCN 기업들은 이제 단순 콘텐츠 관리회사를 넘어 유통·광고·커머스를 통합한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YeaH1, POPS Worldwide, Creatory 등은 이미 제작·광고·커머스·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통합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POPS Worldwide는 동남아 최대 규모 디지털 콘텐츠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으며 수천 개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IP를 운영 중이다. YeaH1 역시 베트남 증시에 상장된 대표 미디어 그룹으로 MCN·광고·커머스 사업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 제작, 인플루언서 육성, 광고 집행, 라이브커머스, 브랜드 판매, 팬덤 운영까지 동시에 움직인다.

광고회사와 연예기획사, 홈쇼핑 기능이 하나로 결합된 형태에 가깝다.

실제 일부 MCN은 광고 수익보다 라이브커머스 판매 수수료와 브랜드 운영 매출 비중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팔로워”보다 중요한 건 “판매 전환율”이다

현재 베트남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 조회수가 아니다.

핵심은 얼마나 실제 구매로 연결되느냐다.

과거 인플루언서 산업은 브랜드 이미지 광고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틱톡 라이브 한 번으로 수천 개 제품이 판매되고, 실시간 매출이 발생한다.

호치민 기반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예인 광고 모델 계약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떤 크리에이터가 실제 구매 전환을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지 업계에서는 일부 상위 크리에이터들이 2~3시간 방송만으로 수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더 이상 광고 모델이 아니다.

이제는 ‘판매 채널’ 그 자체가 되고 있다.


■ 중국이 먼저 갔던 길, 베트남이 따라간다

2015년 이후 중국은 왕홍 경제와 라이브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시장을 재편했다.

알리바바, 더우인(抖音), 콰이쇼우(快手) 기반 판매 구조는 전통 유통을 빠르게 무너뜨렸다.

대표적인 중국 왕홍 리자치(李佳琦)는 한 번의 방송으로 립스틱 수만 개를 판매하며 ‘립스틱 오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상위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한 명이 연간 수천억 원대 거래액을 만드는 구조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베트남이 같은 흐름 위에 올라서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평균 연령 약 32세의 젊은 인구 구조와 높은 스마트폰 사용률, SNS 중심 소비문화, 빠른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맞물리며 라이브커머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구글·테마섹·베인앤드컴퍼니의 ‘e-Conomy SEA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25년 약 45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단순 유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통 권력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착각

많은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베트남 시장을 ‘좋은 제품만 공급하면 팔리는 시장’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현장은 전혀 다르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제품이 아니다.

틱톡 알고리즘과 MCN 네트워크, 현지 인플루언서, 라이브 운영 능력이다.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팔린다.

실제 일부 한국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판매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틱톡 기반 라이브커머스 전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홍삼·건강식품 브랜드들은 한인 유통망과 백화점·마트 중심 판매에서는 강세를 보였지만, 현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숏폼 콘텐츠와 라이브커머스 운영 역량에서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국 브랜드들은 현지 크리에이터와 공동 기획한 ‘라이브 전용 상품’을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중국 뷰티·생활용품 브랜드들은 틱톡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방송 시간대별 할인 정책, 실시간 미션형 판매, 한정판 패키지 등을 운영하며 빠르게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이원기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광고 캠페인 중심 사고가 강하지만, 베트남 젊은 소비자들은 이미 ‘참여형 콘텐츠 소비’로 이동했다”며 “제품 설명보다 방송 재미와 실시간 소통 능력이 실제 구매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은 아직 광고를 만들고 있지만 중국 기업은 이미 방송을 만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 라이브커머스의 본질은 ‘엔터테인먼트’다

현재 베트남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강한 방송은 단순 판매 방송이 아니다.

재미, 리액션, 실시간 소통, 게임형 이벤트, 팬덤 문화가 결합된 ‘쇼(show)’에 가깝다.

실제 호치민 라이브커머스 현장에서는 실시간 할인 미션, 팬 참여형 게임, 댓글 추첨 이벤트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일부 인기 방송은 동시 접속자 수만 수만 명에 달한다.

라이브커머스는 단순 유통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증명한 구조다.

그리고 이 흐름은 화장품, 식품, 패션, 건강기능식품, 외식 프랜차이즈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다만 업계 안에서는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라이브 방송에서는 과장 광고와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이 반복되고 있으며 플랫폼 알고리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중소 셀러들은 플랫폼 노출 정책이 바뀌자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도 경험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플랫폼이 트래픽을 주지만 언제든 정책 변화로 시장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MCN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크리에이터 수익 양극화와 콘텐츠 품질 저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향후 3년, 베트남 MCN 시장의 핵심 키워드

앞으로 베트남 MCN·라이브커머스 시장은 다음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 틱톡샵 중심 유통 확대
  • MCN 대형화·플랫폼화
  • 브랜드 직접 판매 감소
  • 인플루언서 기반 소비 강화
  • AI 기반 콘텐츠 제작 증가
  • 한국·중국 자본 경쟁 심화
  • 라이브커머스 전문 인력 수요 확대
  • ‘콘텐츠 + 커머스 + 팬덤’ 결합 가속화

업계에서는 향후 2~3년 안에 베트남에서도 중국식 ‘슈퍼 왕홍’ 구조가 본격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베트남 소비시장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20년간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지켜보며 확인한 사실은 하나다.

유통 구조가 바뀌면 시장 권력도 함께 이동한다.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본질 역시 같다.

베트남 유통 권력은 이제 공장과 매장에서 스마트폰 화면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소비시장의 승부는 더 이상 제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자의 시간을 장악하느냐가 시장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 정도현 기자는 2000년부터 중국 베이징·광저우, 2019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동남아 전문 기자다. 현재 베트남 한상 및 한인사회 활동과 함께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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