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관광객 몰리는 베트남, 관광산업 체질이 바뀐다”
베트남 관광산업, 전쟁·항공유·환율의 삼중 파도 넘을 수 있을까

[정도현 기자 | 호치민·푸꾸옥]
베트남 관광산업이 사상 최고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국가관광청(VNAT)과 현지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4월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8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수치다. 특히 4월 한 달에만 약 203만 명이 입국하면서 베트남은 4개월 연속 월 200만 명 이상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중국과 한국은 여전히 베트남 관광시장의 양대 축이다. 2026년 초반 기준 중국과 한국은 베트남 외국인 관광객 순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두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0% 안팎으로 평가된다. 대만, 미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도 주요 송출 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지 관광업계 분위기는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동 정세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해상 물류 불안, 국제유가 변동성이 관광산업 전체 비용 구조를 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호치민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광객 숫자는 늘고 있지만 업계 수익성은 예전만 못합니다. 결국 가장 큰 변수는 유가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관광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비용 압박으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항공업계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권 가격 인상, 유류할증료 확대, 저비용항공사(LCC) 수익성 악화, 일부 비수익 노선 축소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베트남 여행업계에서는 한국·베트남 노선 운임 상승 우려와 함께 러시아 노선 공급 불안, 유럽 장거리 노선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관광산업은 구조적으로 ‘항공 의존형 관광시장’이라는 점에서 유가 변수에 민감하다.
태국처럼 육로 관광객 비중이 큰 국가와 달리 한국·일본·러시아·유럽·인도 관광객 대부분은 항공편을 통해 베트남에 들어온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관광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급증한 러시아 관광객 역시 지정학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푸꾸옥과 나트랑에서는 러시아 관광객 증가 효과가 뚜렷하다. 일부 리조트들은 러시아어 가능 직원 채용, 러시아 음식 메뉴 확대, 장기 체류 패키지 운영까지 나서고 있다.
하지만 관광업계 내부에서는 경계감도 적지 않다.
한 리조트 관계자는 “러시아 관광 특수는 국제정세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결제망 문제, 항공 제재, 환율 불안, 유가 급등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장거리 관광 수요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베트남 관광산업의 체질 변화다.
과거 베트남은 ‘저렴해서 가는 여행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호치민·다낭·푸꾸옥·나트랑 등 주요 관광지는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
1박 1000달러 이상 럭셔리 리조트와 프라이빗 풀빌라, 고급 골프 관광, 미쉐린 레스토랑, 카지노·요트 관광 등이 확대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고유가 시대에는 오히려 이런 프리미엄 관광 구조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광업계에서는 단순 저가 패키지 관광보다 장기 체류형·고소비 관광객 중심 시장이 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본다. 베트남 정부 역시 최근 단순 방문객 숫자보다 관광객 체류 기간과 소비액 확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현지 업계가 한국 관광객을 특히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관광객은 골프, 마사지, K뷰티, 카페, 미식, 가족여행 등 체류형 소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낭 골프 관광, 푸꾸옥 가족형 리조트 시장, 호치민 프리미엄 소비 시장에서는 한국 관광객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치민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은 규모가 크고, 한국 관광객은 소비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 주요 관광지에서는 한국어 메뉴판, 한국식 서비스, 한국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관광산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 방문객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관광객 증가는 항공, 호텔, 외식, 유통, 면세,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경제 전반을 움직이는 소비산업 효과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TikTok과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 마케팅까지 결합되며 관광 자체가 거대한 소비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호치민과 하노이에서는 관광객 대상 라이브커머스, 여행 연계 TikTok Shop, 인플루언서 기반 관광 마케팅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관광산업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라고 본다.
전쟁, 유가, 환율, 항공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얼마나 고소비 관광객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장기 체류를 늘릴 수 있는지, 프리미엄 관광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베트남은 지금 ‘싼 여행지’에서 ‘아시아 소비·체류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 관광객이 서 있다.
■ 정도현 기자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베이징·광저우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활동 중인 중국·베트남 전문 기자다. 현재 호치민 한상 및 한인사회 활동과 함께 동남아·중국 경제·산업 분야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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