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쉬인, 공장 직판·150달러 소액면세 결합해 초저가 시장 장악
유해제품·환불분쟁·개인정보 국외이전 문제까지…싼 가격 뒤 ‘숨은 비용’
막기보다 같은 규칙 적용해야…K뷰티·K푸드 역직구 확대가 반대편 해법

[정도현 기자 | 광저우·호치민]
중국 광저우의 도매시장과 선전(深圳) 화창베이(華強北) 전자상가를 오래 다녀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풍경이 있다.
한 건물 안에 휴대전화 케이스와 조명, 장난감, 의류, 생활용품, 자동차 액세서리까지 수만 종류의 공산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때 한국 수입업자와 세계 각국 상인들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찾아와 물건을 떼어가던 ‘세계의 공장’ 현장이다.
20년 전 한국 상인은 중국으로 갔다.
제품을 확인하고, 가격을 흥정하고, 컨테이너에 실어 한국으로 보냈다.
2026년은 다르다.
이제 중국의 공장이 한국 소비자를 직접 찾아온다.
스마트폰을 켜고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나 테무(Temu), 쉬인(SHEIN)을 열면 중국 광둥성과 저장성, 장쑤성의 생산자와 판매자가 한국 소비자의 손바닥 위에 나타난다.
중간 도매상도, 한국 수입업체도, 오프라인 매장도 건너뛴다.
제품 하나가 중국 공장에서 한국 소비자의 현관문까지 직접 움직인다.
한중 소비재 무역의 가장 큰 변화는 여기에 있다.
중국이 한국에 물건을 파는 단계를 넘어, 중국의 유통 플랫폼 자체가 한국 소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 8조5080억원 해외직구 시장…65.5%가 중국산
숫자는 이 변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액은 8조5080억원으로 전년보다 5.2%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발 직구액은 5조5742억원이었다.
전체 해외직구의 **65.5%**다.
중국발 직구액은 전년보다 14.9% 증가했다. 반면 미국발 직구는 17.6% 감소한 1조4157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해외직구를 상징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지금은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소비자의 해외 장바구니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공장과 중간재 시장만 바꾼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소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 ‘공장 직판’과 150달러 면세가 국경을 허물었다
중국 C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를 단순히 ‘싸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면 부족하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수입·유통 구조는 대략 이렇다.
중국 공장 → 수출업자 → 한국 수입업자 → 도매상 → 소매상 → 소비자.
알리·테무·쉬인의 구조는 훨씬 짧다.
중국 공장·판매자 → 플랫폼 → 한국 소비자.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 각 단계에서 붙는 마진도 줄어든다.
여기에 한국의 소액면세 제도가 결합한다.
현재 개인이 자가사용 목적으로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은 일반적으로 물품가격 미화 150달러 이하일 경우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미국발 목록통관 물품은 200달러 이하 기준이 적용된다.
과거 이 제도는 개인의 간헐적인 해외 구매에 편의를 주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플랫폼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천만 개 상품이 면세 한도 아래 가격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국제특송과 모바일 결제가 결합하면서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초국경 유통망이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3000원, 5000원짜리 제품도 중국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소액면세와 플랫폼이 만나면서 ‘국경 없는 소매시장’이 열린 것이다.
■ 가격은 싸졌다…그러나 책임은 더 멀어졌다
문제는 가격표에 적혀 있지 않은 비용이다.
서울시는 2024년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에서 판매되는 식품용기·화장품·의류·위생용품 등 330개 제품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쉬인에서 판매된 여성용 속옷 한 제품에서는 국내 기준치의 2.9배에 달하는 아릴아민이 검출됐다.
법랑 식기에서는 카드뮴이 국내 기준의 최대 97.4배를 초과한 사례가 나왔고, 화장품 14개 제품도 국내 안전기준을 초과하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사례를 ‘중국산이 위험하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누가 사전에 안전성을 확인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다.
국내 제조·수입업체는 품목에 따라 KC인증과 표시의무, 안전기준, 리콜제도 등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해외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는 제품은 기존 정식 수입유통 구조와 다르게 들어온다.
사전관리와 책임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싸게 산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행정기관, 사회가 나눠 부담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낮아졌지만 책임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 소비자 상담 5341건…가장 많은 불만은 ‘계약불이행’
소비자 피해도 숫자로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타오바오 등 중국계 주요 플랫폼 4곳을 분석한 결과, 2023~2025년 관련 소비자 상담은 모두 5341건이었다.
피해 유형은 배송 지연과 오배송, 반품 배송비 미환급 등을 포함한 **계약불이행이 39.7%**로 가장 많았다.
청약철회 거부가 25.8%, 품질 불만이 15.7%로 뒤를 이었다.
거래 구조는 짧아졌지만 분쟁 구조는 오히려 복잡해진 셈이다.
국내 온라인몰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판매자나 플랫폼을 상대로 비교적 명확하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 플랫폼에서는 판매자와 플랫폼, 물류업체, 결제업체가 서로 다른 국가에 있을 수 있다.
가격은 국경을 넘었지만 소비자보호 제도는 아직 국가 단위에 머물러 있다.
이 간극이 커지고 있다.
■ 개인정보도 상품과 함께 국경을 넘는다
중국 플랫폼에서 국경을 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구매내역과 각종 이용정보도 함께 움직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4년 알리익스프레스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19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사 당시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중국 판매자가 18만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에는 테무에도 개인정보 국외이전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13억6900만원의 과징금과 17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 역시 중국 플랫폼만의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원칙은 사업자의 국적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처리한다면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글로벌인데 규제는 국내법에 머물러 있다.
전자상거래가 만든 새로운 숙제다.

■ 한국 유통업체의 진짜 경쟁자는 ‘중국 쇼핑몰’이 아니다
중국 C커머스의 확산은 한국 중소상인과 유통업체에도 압박이다.
과거 한국 온라인 판매자는 중국에서 제품을 골라 들여온 뒤 창고에 보관하고, 국내 플랫폼에 광고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통관비와 물류비, 광고비와 플랫폼 수수료, 재고비용이 발생했다.
지금은 같은 생산지의 중국 판매자가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다.
결국 한국 판매자가 중국에서 사온 제품과 중국 공장의 판매가격이 같은 화면에 동시에 나타난다.
소비자는 즉시 비교한다.
따라서 이번 경쟁은 ‘한국 쇼핑몰 대 중국 쇼핑몰’의 싸움이 아니다.
중국 공장가격과 한국 유통가격이 직접 경쟁하는 구조다.
이 변화는 한국 유통업계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의 유통마진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했는가.
가격이 더 비싸다면 빠른 배송과 품질보증, 정품 인증, 교환·환불, 애프터서비스에서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만 요구한다고 국내 유통업체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애국소비’로는 소비자를 돌릴 수 없다
국내 유통업계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비자는 싸기 때문에 알리와 테무로 간다.
비슷한 상품이 국내 온라인몰에서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기존 유통구조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따라서 “중국 제품은 위험하다”거나 “국내 플랫폼을 이용해 달라”는 메시지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국내 업체가 제공해야 할 것은 가격 외의 가치다.
빠른 배송과 검증된 품질, 환불과 교환의 편리함, 정품보장과 애프터서비스다.
소비자가 가격 차이를 인정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 유통망의 역할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 정부도 ‘막느냐, 여느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정부 대응 역시 차단 중심으로만 가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해외직구는 이미 소비자의 생활이 됐다.
소비자가 얻는 가격·상품선택의 편익도 분명하다.
그래서 정책의 방향은 ‘중국 플랫폼을 막는 것’보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첫째, 제품 안전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든 해외 판매자든 한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한다면 최소한의 안전기준은 같아야 한다.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플랫폼이 신속하게 판매를 중단하고 리콜에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국내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환불·반품·분쟁조정이 해외 판매자의 이메일 주소 하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셋째, 통관과 제품안전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견된 제품과 판매자 정보를 관세당국과 제품안전기관, 소비자기관이 공유하면 위험상품을 더 정밀하게 선별할 수 있다.
넷째, 개인정보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어느 나라 기업인가보다 누구의 정보를 처리하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같은 한국 시장에서 영업한다면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규율의 출발점이다.
■ 150달러 면세, 플랫폼 시대에도 그대로 둘 것인가
소액면세 제도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 150달러 이하 자가사용 해외직구 물품에는 일정 요건 아래 관세와 부가가치세 면세가 적용된다.
문제는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의 시장 규모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개인이 가끔 해외에서 물건을 사던 시대에는 소비자 편의가 중심이었다.
지금은 거대 플랫폼이 수백만 소비자에게 초저가 상품을 상시 판매한다.
국내 판매자는 정식 수입과 인증, 세금과 물류비를 부담하는데 해외직구 물품은 소액면세를 통해 들어온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면세기준을 단순히 없애는 것도 답은 아니다.
소비자 선택과 편익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플랫폼 시대에 맞게 면세제도의 목적과 범위를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 중국 플랫폼은 위협이면서 한국 제품의 수출 통로다
이 현상을 방어의 시각으로만 볼 이유도 없다.
중국 플랫폼이 한국 소비자에게 중국 제품을 파는 통로라면, 같은 전자상거래 구조는 한국 제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2025년 한국의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액은 3조234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 해외 직접판매액은 1조7106억원으로 20.4% 늘었다.
K뷰티와 식품, 음반·콘텐츠 상품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중국 플랫폼이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길만 볼 것이 아니다.
그 플랫폼과 글로벌 전자상거래망을 한국 제품이 밖으로 나가는 길로 활용해야 한다.
앞선 한류·콘텐츠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K팝과 드라마가 화장품과 식품, 패션과 관광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전자상거래와 결합하면 한국의 역직구는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플랫폼의 ‘입구’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상품의 ‘출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결론 : 막는 것이 아니라 규율해야 한다
20년 전 한국 상인은 중국으로 갔다.
광저우와 선전, 이우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골랐다.
지금은 중국의 공장과 판매자가 한국 소비자의 스마트폰으로 들어온다.
알리와 테무, 쉬인이 바꾼 것은 쇼핑 앱 하나가 아니다.
한중 소비재 무역의 구조다.
중간 유통망이 줄어들었고, 국경의 의미가 약해졌으며, 중국 제조업의 공장가격이 한국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직접 연결됐다.
이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규칙 없이 받아들일 수도 없다.
싼 가격 뒤에는 제품안전과 통관, 세금, 개인정보, 소비자보호라는 비용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해외 판매자가 부담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부담한다.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과 행정기관,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
그래서 「한중관계 다시보기」 ⑦ 소비재·유통 플랫폼 편의 질문은 ‘중국 쇼핑몰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물건을 판다면 한국 기업과 같은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는가.
한국 기업에도 질문은 남는다.
중국 플랫폼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소비자가 왜 그 플랫폼으로 이동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가격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면 품질과 신뢰, 배송과 서비스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을 한국 상품의 수출 통로로 이용해야 한다.
앞선 「한중관계 다시보기」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보다 ‘거리 조정’의 문제라고 했다.
유통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막는 것이 아니라 규율해야 한다.
국경을 넘는 플랫폼에는 국경을 넘는 책임을 지우고, 한국 기업도 그 플랫폼 위에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중국은 이미 한국인의 장바구니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남은 문제는 중국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 장바구니 안에서 어떤 규칙으로 경쟁하게 할 것인가다.
![[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https://www.kcnews.org/news/photo/202610/15293_12229_1820.png)
출처: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