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교역 7701억달러…전년 대비 28.7% 증가
수입 35.3% 늘며 205억달러 무역적자
물류비 GDP의 16~17%…수출기업 수익성 압박
호찌민 화물 88.7% 도로 의존…철도·수로로 분산 추진

[한국관세신문=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의 수출입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역 확대의 이면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 못지않게 항만까지 운송하고, 창고에 보관하고, 통관을 거쳐 해외시장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22일 하노이에서 재정부·건설부·공안부 등 관계 부처와 업종별 협회, 물류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출 촉진을 위한 물류비 절감 대책회의’를 열었다. 교역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물류비와 통관시간, 항만·창고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베트남의 가격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1~8월 베트남의 상품 교역액은 7701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7% 증가했다. 수출은 3748억4000만 달러로 22.4% 늘었지만 수입은 3953억 달러로 35.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약 20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수입 증가를 경기 악화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전체 수입액 가운데 생산설비와 원·부자재 등 생산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94%를 넘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하면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기계와 부품, 원재료를 더 많이 들여오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투자기업(FDI)이 베트남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점도 이런 구조를 보여준다. 베트남의 수출 증가가 곧바로 국내 부가가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부품과 원재료를 들여와 베트남에서 조립·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특성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역 규모가 커질수록 물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베트남 물류보고서 2025’에 따르면 베트남의 물류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6~17%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섬유·의류업계에서는 공장에서 항만까지 발생하는 국내 물류비가 매출의 9~10%에 달하는 반면 기업 평균 이익률은 3~5%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을 싸게 만들어도 운송과 창고, 통관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베트남 제조업의 경쟁력이 이제 임금과 생산원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관과 행정절차도 물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화물이 실제로 반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가운데 세관 처리 이외의 각종 인허가와 전문검사, 시험·운송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행정절차의 전산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원본 서류 제출이나 별도 시스템 접속이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운송비뿐 아니라 통관 지연에 따른 재고비용과 납기 위험까지 부담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가 물류 문제를 단순한 ‘운송비’가 아니라 통관·행정·재고관리를 모두 포함하는 ‘공급망 비용’으로 보기 시작한 이유다.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시도 대응에 나섰다.
호찌민시 산업무역국은 21일 수출입·공급망 관련 회의를 열고 물류비 절감과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올해 1~8월 호찌민시의 수출액은 약 660억 달러로 7.82% 증가했고, 수입액은 726억9000만 달러로 11.86% 늘었다. 컴퓨터·전자제품과 부품 수출만 145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호찌민시 화물 운송의 88.7%가 도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인 한계로 꼽힌다.
공단에서 항만까지 화물이 도로에 집중되면서 교통 정체와 운송시간 증가, 비용 상승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찌민 남동부의 깟라이(Cát Lái)항과 주요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베트남 남부 물류의 대표적인 병목 구간으로 지적돼 왔다.
호찌민시는 이에 따라 소아이랍(Soài Rạp)·롱따우(Lòng Tàu) 수로 준설과 항만 연결망 개선, 순환도로 3·4호선 건설, 안빈(An Bình)역 국제복합화물역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에 집중된 물류를 수로와 철도로 분산해 운송비와 시간을 동시에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물류 문제는 직접적인 경영 변수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건비와 공장 임대료가 투자지역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항만까지의 거리, 통관에 걸리는 시간, 부품 재고를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가 생산원가를 좌우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해 공급망 추적과 환경·원산지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물류비뿐 아니라 관련 데이터 관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이제 더 이상 ‘저임금 생산기지’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상품 교역액이 9301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교역 1조 달러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교역 규모만 놓고 보면 베트남은 이미 세계 주요 무역국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하지만 교역 규모가 커지는 것과 공급망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앞으로 베트남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공장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보다 공장과 항만, 철도와 도로, 통관과 행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베트남의 다음 성장 시험대는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싸게 세계시장과 연결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