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TOPIK·유학·K-콘텐츠 결합
베트남 청년층 ‘한국어 러시’ 확산
한국 대학·지방 제조업 구조까지 변화 조짐
한국어 열풍·유학생 11만명 시대… 한국 산업현장의 버팀목이 된 베트남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에서 한국어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한류의 언어로 인식되던 한국어는 이제 베트남 청년들에게 한국 취업과 한국 유학, 계층 이동을 위한 현실적인 기회의 언어가 되고 있다.
최근 저녁 시간, 호치민 7군의 한 한국어학원.
교실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과 EPS-TOPIK 문제집을 든 학생들로 가득했다. 20대 대학생부터 지방 출신 취업 준비생까지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왜 한국에 가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지금 베트남 청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기회의 나라다.”
실제 2026년 베트남에서는 한국어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국어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영어·일본어 중심이던 외국어 시장이 이제는 한국 취업, 한국 유학, 한국 기업 취업, K-콘텐츠 영향과 결합되며 완전히 새로운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베트남 전역으로 번지는 ‘한국어 열풍’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어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약 50여 개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으로 하노이대, 베트남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 다낭외국어대 등 주요 대학들이 한국어학과와 한국학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 중이다.
특히 하노이, 호치민, 다낭, 건터, 하이퐁 등 주요 도시에서는 한국어학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지 교육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한국어 관련 학원 및 교육센터가 1,000개 이상 운영되는 것으로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호치민과 하노이에서는 EPS 취업반, TOPIK 유학반, 한국기업 취업반, 통번역 과정 등이 세분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박닌·타이응우옌 지역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계열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한국어 교육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국어 공부하는 베트남 청년 수 급증

베트남 교육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한국어를 공부하는 인구는 수십만 명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취업과 직접 연결되는 EPS-TOPIK 응시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26년 한국 정부와 베트남 정부는 EPS(고용허가제)를 통해 약 4,200명의 베트남 노동자를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제조업 3,000명, 어업 1,000명, 임업 150명, 서비스업 50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실제 시험 응시자는 모집 정원의 수배에 달한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미:
“한국어 시험 자체가 인생 역전 시험이다”
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 한국에 있는 베트남 노동자·유학생 규모
현재 한국 내 베트남인은 이미 거대한 커뮤니티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 교육부와 법무부 통계 기준에 따르면 한국 체류 베트남인은 약 33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 유학생 약 10만~11만 명
- 노동자(E-9·E-7 등) 약 12만 명
- 기타 체류비자 및 결혼·가족 체류 등 약 10만 명 수준으로 분석된다.
특히 베트남 유학생 수는 이미 중국을 넘어 한국 최대 외국인 유학생 그룹으로 올라섰다.
과거 중국 유학생 시장을 경험했던 한국 대학들이 이제는 베트남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6년 기준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은 약 31만 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베트남 학생이 약 11만 명으로 전체의 37~38%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유학생 증가를 넘어선 변화다.
현재 한국 대학가는 지방대 생존, 등록금 구조, 지역경제 유지 측면에서 베트남 유학생 의존도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 최근 달라지는 베트남 청년층의 선택

흥미로운 부분은 최근 베트남 청년층 분위기가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어, 일본 취업, 일본 기능실습생 시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화 약세, 일본 임금 정체, 높은 생활비, 폐쇄적 조직문화 등이 영향을 미치며 한국 선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 한류 콘텐츠
- K-POP
- 한국 드라마
- 삼성·LG 브랜드 이미지
- 베트남 내 한국기업 증가
등과 연결되며 압도적인 친숙함을 확보했다.
현재 베트남 청년층 외국어 선호 흐름은 대체로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순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현지 교육업계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한국어는 “취업과 바로 연결되는 언어”라는 점에서 실용성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다.
■ 한국 지방 산업이 베트남 청년에게 의존하는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국 지방 산업현장은 베트남 노동력이 없으면 유지가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
충청·경북·전라 지역 산업단지에서는 부품소재, 농축산업, 식품가공, 뿌리산업 분야 인력난이 심각하다.
현장에서는:
“베트남 인력이 빠지면 공장 라인이 멈춘다”
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다.
특히 중소 제조업과 지방 산업단지에서는 베트남 노동력이 사실상 핵심 생산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이들을 단순한 ‘외국인 노동자’ 정도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 베트남 청년들에게 한국은 단순히 돈을 버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을 배우고 계층 상승을 시도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 이제는 ‘값싼 노동력’ 시대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베트남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호치민과 하노이의 젊은층은 이제 TikTok Shop, 전자상거래, 콘텐츠 산업, 디지털 프리랜서, 스타트업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즉 앞으로는 “한국에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세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결국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베트남 청년들을 단기 노동력이 아니라 미래 산업 파트너로 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이 중국 노동력에 의존했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한국 산업과 지방경제는 베트남 청년들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베트남 청년들은 더 이상 한국 산업의 보조 인력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한국 대학, 제조업, 지방경제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한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