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도 증설 러시…中 에틸렌 공급 확대에 한국 NCC 270만~370만t 감축
베트남 철강 수입 절반이 중국산…중국·제3국·한국시장서 ‘삼중 압박’
관세만으로 못 막는다…범용재 줄이고 고부가·저탄소 산업으로 체질 바꿔야

[한국관세신문=정도현기자|광저우.호치민]
중국 광둥성 포산(佛山)을 가면 중국 제조업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실감할 수 있다.
광저우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이 도시는 세라믹과 가구로 유명하지만 철강과 금속가공, 화학소재 업체들도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공장과 창고, 도매시장, 물류망이 하나의 거대한 제조 생태계처럼 연결돼 있다.
2000년대 초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의 공장이 늘어나는 것을 반겼다.
중국이 공장을 지으면 한국산 철강과 기계가 팔렸다. 플라스틱·섬유·가전 공장이 늘어나면 여수와 울산, 대산에서 만든 한국산 석유화학 중간재가 중국으로 향했다.
당시 중국의 성장은 한국 제조업의 가장 확실한 주문서였다.
2026년은 정반대다.
중국은 이제 철강도, 석유화학 제품도 직접 만든다. 문제는 단순히 자급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이 만든다.
중국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철강과 화학제품이 세계시장으로 밀려나오면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안에서뿐 아니라 베트남과 아세안, 그리고 한국 내수시장에서도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선 「한중관계 다시보기」에서 한중 산업관계가 ‘보완’에서 ‘경쟁’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면, 철강과 석유화학은 그 변화가 가장 거칠게 나타나는 현장이다.
과거 중국의 성장이 한국 제조업의 이익을 키웠다면, 지금 중국의 공급과잉은 한국 제조업의 허리를 압박하고 있다.
■ 중국 철강 1억3120만t이 세계로 나왔다

숫자는 냉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Steel Outlook 2026」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수출은 2025년 1억3120만t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153% 증가했다.
중국이 세계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9%에서 2025년 **41%**까지 뛰었다. 같은 해 세계 철강 수출이 6.2% 감소했지만 중국의 수출은 13.8% 증가했다.
더 중요한 숫자는 ‘과잉’이다.
OECD가 인용한 글로벌 철강 과잉설비 자료를 보면 2025년 3분기 중국이 차지한 세계 철강 생산능력과 수요 간 격차는 전체의 **54%**에 달했다. 세계 철강 과잉설비 문제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중국이 철강 생산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9억6010만t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0억t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둔화와 인프라 투자 약화로 내수 수요가 더 빠르게 식으면서 남은 제품이 해외시장으로 향했다.
여기에서 중국 철강의 역설이 나온다.
덜 만들었는데 더 많이 수출했다.
철강산업은 장치산업이다. 고로와 대규모 제철소는 주문이 줄었다고 하루아침에 멈출 수 없다.
공장에는 고용과 지방정부 세수, 은행 대출, 협력업체와 물류회사까지 촘촘하게 묶여 있다. 가동률을 급격히 낮추면 기업 하나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해외시장으로 밀려나오는 구조다.
한국은 그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 한국도 방어벽 세웠다…중국산 열연에 최대 33.10%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올해 2월 일본·중국산 열연제품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최종 판정했다.
중국산에는 **28.16~33.10%**의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했다. 다만 바오산 등 중국 6개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가격을 유지하는 ‘가격약속’을 제시해 별도 적용을 받는다.
무역구제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무역위원회는 지난 9월 17일 중국산 H형강에 대해 앞으로 5년 동안 가격약속을 시행하면서 **28.23~32.72%**의 덤핑방지관세 부과 조치를 연장하도록 건의했다.
중국산 봉강에는 **25.08~27.96%**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했다.
하지만 관세를 세운다고 문제가 깔끔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OECD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동남아향 철강 반제품 수출은 전년보다 약 300% 증가했다. 완제품에 무역구제 조치가 확대되면서 슬래브와 빌릿 등 반제품 형태의 교역이 늘어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이런 무역 흐름이 기존 무역구제 조치의 효과를 약화시킬 위험을 지적한다.
철강 전쟁이 이제 단순한 관세율 싸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어디에서 쇳물을 만들었고, 어느 나라에서 얼마만큼 가공했는지까지 추적해야 하는 공급망 정보전으로 바뀌고 있다.
■ 호치민에서 보면 더 선명하다…베트남 철강 절반은 중국산

중국의 공급과잉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중국과 한국만 바라봐서는 제대로 읽기 어렵다.
베트남에 오면 훨씬 선명해진다.
2026년 1~7월 베트남의 철강 수입은 905만8148t, 금액으로는 66억8456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중국 본토산은 450만6284t으로 전체 수입량의 **49.75%**를 차지했다.
베트남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철강 2 톤 가운데 1 톤이 중국산인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산 철강 수입은 86만4945t으로 전체의 9.55%였다. 중국산 물량은 한국산의 5배가 넘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베트남의 중국산 철강 수입량 자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2% 줄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베트남 수입 철강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고 있다.
즉 중국의 영향력은 단순한 일시적 물량 공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미 베트남 제조업 공급망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이 숫자가 한국에 갖는 의미는 무겁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사드 갈등, 미·중 경쟁, 팬데믹을 거치며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아세안으로 옮겨왔다.
베트남은 한국 제조업의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동안 중국 철강도 베트남으로 따라왔다.
중국산 철강은 건설 현장과 기계, 가전·자동차 공급망으로 들어간다. 한국 철강업체는 중국을 떠난 한국 기업의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에서 다시 중국 업체와 맞붙는다.
결국 한국 철강산업이 받는 압박은 세 방향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과 경쟁한다.
베트남·아세안에서는 값싼 중국산과 다시 맞붙는다.
한국 내수시장에서는 중국산 수입재를 방어해야 한다.
중국에서 경쟁하고, 제3국에서 맞붙고, 안방까지 지켜야 하는 ‘삼중 압박’이다.
■ 철강보다 더 깊은 고민…석유화학도 중국 공식이 깨졌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성장사에서도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까지 중국은 한국 석유화학기업에 최고의 고객이었다.
한국의 나프타분해시설(NCC)에서 생산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기반으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과 각종 화학 중간재를 만들면 중국 공장이 이를 받아갔다.
중국 제조업이 성장할수록 한국의 주문도 늘었다.
그러나 중국은 계속 수입만 하지 않았다.
직접 공장을 지었다.
ICIS는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2025년 한 해에만 전년보다 900만t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능력과 중국 내 수요 간 격차도 2025년 1150만t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생산량과 설비능력은 다른 개념이지만, 중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생산기반을 확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계속된다.
광둥성 후이저우 다야완에서는 CNOOC와 셸 합작사가 연산 160만t 규모의 세 번째 에틸렌 크래커를 포함한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의 ‘고객 중국’이 이제 ‘생산자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이 고객에서 공장이 됐다.
■ 중국 공장이 늘면 한국은 두 번 압박받는다
석유화학에서 중국 증설이 더 위협적인 이유는 한국을 두 단계로 압박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수입대체다.
중국이 에틸렌과 프로필렌, PE와 PP 등을 직접 생산하면 한국에서 수입할 필요가 줄어든다.
두 번째는 수출전환이다.
중국 내수에서 소비하지 못한 제품이 동남아와 다른 해외시장으로 나오면 한국 기업은 중국에 덜 팔면서 동시에 제3국 시장에서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철강에서 벌어진 현상이 석유화학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원가구조 역시 한국에 녹록지 않다.
한국은 석유화학 원료의 상당 부분을 나프타에 의존한다.
미국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활용할 수 있고, 중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스계 원료에서 강점을 갖는다.
중국은 대규모 정유·화학 통합설비와 석탄화학, 프로판탈수소화(PDH) 등 다양한 생산경로를 확대해 왔다.
한국 석유화학은 중국의 규모와 중동의 원료경쟁력, 미국의 셰일가스와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구조다.
■ 결국 한국은 NCC 270만~370만t을 줄이기로 했다
한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5년 6월 기준 1301만2000t, 프로필렌 생산능력은 1116만5000t 수준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통계를 공개하고 있는 여천NCC 자료에서도 같은 규모가 확인된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크다는 사실이 더 이상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와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난해 산업 구조개편에 합의하면서 NCC 생산능력 가운데 270만~370만t, 전체의 약 18~25%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석유화학산업 역사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조정이다.
결국 질문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공장을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가 중요했다.
지금은 “어떤 공장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여수와 대산,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설비 통합과 가동률 조정, 사업재편 논의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 그런데 한쪽에서는 180만t짜리 새 설비가 들어온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딜레마는 여기서 더 복잡해진다.
기존 NCC 생산능력을 270만~370만t 줄이려는 상황에서 울산에는 대형 신규 설비가 들어온다.
S-OIL의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크래커와 88만t 규모의 LLDPE, 44만t 규모의 HDPE 설비 등을 갖춘 대형 프로젝트다.
당초 2026년 하반기 가동이 예상됐지만, S-OIL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최신 상업가동 목표는 2027년 1월이다.
물론 샤힌 프로젝트를 기존 NCC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원료와 공정, 에너지 효율, 제품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신규 설비의 생산성이 노후 NCC보다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산업 전체로 보면 한쪽에서는 오래된 설비를 줄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최신 대형 설비가 들어오는 구조다.
결국 한국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본질은 단순한 ‘감산’이 아니다.
노후·고비용 설비에서 고효율·고부가 설비로 생산능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 답을 놓친다
여기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 철강과 석유화학의 위기는 모두 중국 때문인가.
그렇게 보면 절반만 맞는다.
중국의 대규모 생산능력과 수출 확대가 세계 철강가격과 석유화학 마진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OECD 역시 중국의 철강 과잉설비와 수출 확대가 국제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범용제품 중심의 생산구조를 충분히 빠르게 바꾸지 못했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던 높은 수익이 오히려 구조전환을 늦추는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용 초고장력강과 전기강판, 조선·에너지용 고급강재 등 기술과 품질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한국 기업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의 품질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범용재다.
비용구조가 더 높은 상태에서 중국과 같은 제품을 놓고 가격 경쟁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번 위기는 중국의 ‘공급과잉’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의 공급능력 확대와 한국의 구조전환 지연이 동시에 만난 결과다.
■ 철강·석유화학은 왜 한국 제조업의 ‘허리’인가
철강과 석유화학을 단순한 저성장 ‘굴뚝산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철강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가전, 방위산업의 기본 소재다.
석유화학은 자동차 내장재부터 포장재와 섬유, 전자제품, 배터리와 반도체 공정 소재, 의료·생활용품까지 제조업 전반에 들어간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두 산업은 한국 제조업의 뼈대이자 허리다.
지역경제와도 직결된다.
포항·광양·당진은 철강산업과 깊게 연결돼 있다.
여수·울산·대산은 석유화학산업 의존도가 높다.
공장 하나가 멈추는 것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협력업체와 운송회사, 항만과 창고, 식당과 상가, 지방세수와 지역 부동산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구조조정은 언제나 어렵고 늦어진다.
기업도 공장을 닫기 어렵고 정부도 고용과 지역경제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 무역장벽의 시대…중국을 막으면 한국도 벽을 만난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동시에 수입 방어벽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철강 수출이 급증하자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다른 철강 생산국도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 철강을 방어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면 한국산 철강 역시 각국의 수입규제와 탄소규제, 원산지 규정을 넘어야 한다.
중국의 공급과잉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을 자극하고, 그 보호무역의 벽이 다시 한국 기업 앞에도 세워지는 구조다.
따라서 한국의 전략이 단순히 ‘중국산을 막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산을 세계시장이 선택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답은 결국 ‘덜 만들고, 다르게 만드는 것’
철강과 석유화학의 생존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중국과 같은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 가격으로 승부하는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범용 생산능력은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설비를 계속 연명시키면 향후 구조조정 비용만 커진다. 정부 지원도 모든 공장을 유지하는 데 쓰기보다 경쟁력 있는 설비와 기술로 자본을 이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철강은 고부가·저탄소 제품으로 더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초고장력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조선·에너지용 고급강재와 저탄소 제철 기술 등 가격 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술격차를 넓혀야 한다.
셋째, 석유화학은 범용 플라스틱에서 스페셜티 소재로 올라가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의료·전자·친환경 소재처럼 고객사 인증과 장기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제품은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넷째, 무역구제를 공급망 추적과 연결해야 한다.
완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제품과 제3국 가공품의 원료와 실질 생산지를 추적하고, 원산지 판정과 통관 데이터를 산업정책에 연결하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 베트남이 보여주는 한중 산업경쟁의 다음 무대
호치민에서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을 함께 바라보면 앞으로의 경쟁이 어디에서 벌어질지 보인다.
중국은 더 이상 중국 국경 안에만 있지 않다.
중국산 철강과 화학원료, 기계와 부품이 베트남으로 들어온다.
중국 기업도 베트남에 직접 공장을 짓는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고 해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과 중국 기업이 같은 제3국 시장에서 더 자주, 더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있다.
앞서 「한중관계 다시보기」 ③ 공급망 편에서 ‘중국을 떠났지만 중국산 없이는 공장이 멈추는 현실’을 짚었다.
이번 철강·석유화학 편은 그 다음 장면이다.
중국산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중국산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생산지는 베트남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러나 경쟁자는 함께 따라온다.
■ 결론 : 중국이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한국이 무엇을 만들 것인가
2000년대 중국은 한국 철강과 석유화학산업의 가장 든든한 고객이었다.
중국에 아파트가 올라가고 공장이 들어서면 한국산 철강이 팔렸다.
중국에서 자동차와 가전, 의류와 포장재 생산이 늘어나면 한국 석유화학기업의 주문도 늘었다.
당시 중국의 성장은 한국의 이익이었다.
2026년은 다르다.
중국 공장이 늘어날수록 한국의 수출시장은 좁아진다.
중국의 내수가 약해질수록 남는 철강과 화학제품은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세계시장으로 밀려나온다.
한국은 중국에서 경쟁하고, 아세안에서 다시 경쟁하며,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산을 상대한다.
그러나 중국의 공장을 한국이 세울 수는 없다.
중국 지방정부의 산업정책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
한국이 바꿀 수 있는 것은 한국 산업의 구조다.
그동안 「한중관계 다시보기」가 반복해서 던진 질문도 결국 이 지점으로 돌아온다.
중국을 버릴 것인가가 아니다.
중국의 어떤 기능을 활용하고, 어느 분야에서 경쟁하며, 어떤 의존을 줄여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철강과 석유화학에서는 그 답이 더욱 선명하다.
중국보다 싸게 만드는 경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덜 만들어야 한다.
모든 공장을 지키는 것이 산업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잃은 설비를 정리하고 살아남을 기술과 공장에 자본을 집중하는 것도 산업정책이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한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다.
그러나 공급과잉이 발생할 때마다 흔들리는 한국 산업의 구조는 바꿀 수 있다.
중국이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한국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 살아남을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한중 산업경쟁의 다음 10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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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