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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성공스토리 ③ WIREBARLEY] 삼성전자 35년 베테랑, 스타트업으로…이기호의 두 번째 베트남 도전

2026년 09월 12일 (토)

- 은행 창구 대신 스마트폰…베트남→한국 8만동에 당일 송금
- 2024년 베트남발 서비스 시작, 2025년 호찌민 법인 설립
- 이기호 법인장 “싸고 빠른 것보다 중요한 건 안전과 신뢰”
- 6000명으로 시작한 도전…호찌민 넘어 하노이·다낭으로

와이어바알리 이기호 법인장. 와이어바알리는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모바일 해외송금 서비스를 확대하며 디지털 송금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 사진제공=와이어바알리 베트남
와이어바알리 이기호 법인장. 와이어바알리는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모바일 해외송금 서비스를 확대하며 디지털 송금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 사진제공=와이어바알리 베트남

[한국관세신문=정도현기자|호치민.하노이]

호찌민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내는 일은 오랫동안 번거로운 금융업무였다.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창구를 찾아야 했다. 송금 목적을 설명하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거래에 따라 중개은행을 거치면서 수수료가 추가되고 실제 한국 계좌에 돈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틈을 메운 것이 교민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사설 환전’이었다.

카카오톡이나 지인을 통해 베트남 동을 건네고 한국 계좌로 원화를 받는 방식이다. 빠르고 편리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보호받기 어려웠다.

한국 핀테크 기업 와이어바알리(WireBarley)가 베트남에서 주목한 시장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은행보다 간편하면서 사설 환전보다 안전한 송금.

와이어바알리는 2024년 7월 베트남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5년 8월에는 호찌민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에서 베트남으로’ 들어오던 송금을 넘어 이제는 ‘베트남에서 세계로’ 나가는 돈의 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 삼성전자 35년, 퇴임 후 선택한 곳은 스타트업

베트남 사업을 이끄는 이기호 법인장의 경력부터 눈에 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35년간 근무했다. 이 가운데 약 22년을 미국·유럽·동남아 등 해외에서 보냈다. 모두 9개 국가에서 생활하며 글로벌 사업을 경험했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전자 베트남 판매법인장을 맡았다.

대기업에서 35년을 보낸 뒤 선택한 곳은 또 다른 대기업이 아니었다.

해외송금·결제 전문 핀테크 스타트업이었다.

와이어바알리 유중원 대표와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 삼성전자 같은 부서에서 선후배로 근무했다. 유 대표가 해외 유학을 떠난 뒤에도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장 임기를 마친 이 법인장이 호찌민 생활을 계속하던 시기에 베트남 사업 확대를 준비하던 와이어바알리와 다시 연결됐다.

이 법인장은 말했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해외 사업을 하며 배운 경험을 역동적인 한국 기업에 다시 접목해보고 싶었습니다. 와이어바알리의 젊은 구성원들이 가진 열정과 빠른 실행력도 큰 매력이었습니다.”

현재 그는 와이어바알리 베트남 법인장을 맡는 동시에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 계열 유통기업 페트로셋코(Petrosetco) 그룹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첫 해외 서비스부터 베트남과 인연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선 와이어바알리. 베트남 현지 행사에서 유중원 와이어바알리 대표가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모바일 해외송금·결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제공=와이어바알리 베트남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선 와이어바알리. 베트남 현지 행사에서 유중원 와이어바알리 대표가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모바일 해외송금·결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제공=와이어바알리 베트남

와이어바알리는 2016년 한국에서 설립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7년 호주에서 첫 해외 서비스를 시작했고, 초기 첫 송금 구간 역시 호주에서 베트남으로 보내는 거래였다.

베트남과의 인연이 사업 초기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홍콩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누적 이용자는 110만명, 앱 누적 다운로드는 220만건을 넘어섰다. 누적 거래액은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기준 7개 송금국에서 46개 수취국으로 연결되는 520개 이상의 송금 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출발하는 개인 해외송금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44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 왜 베트남인가…사람이 움직이자 돈도 움직였다.

베트남 해외송금 시장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이동이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는 유학생, 근로자, 주재원, 사업가,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인적 교류가 만들어져 있다.

한국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25년 8월 한국에 체류하는 베트남 국적 유학생은 10만7807명에 달했다. 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35.3%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2025년 5월 기준 국내 베트남 국적 취업자는 1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한국 기업 주재원과 파견직원, 현지 사업가와 자영업자는 한국으로 생활비와 자금을 보낸다. 한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가정의 학비·생활비 송금 수요도 있다.

한국에서는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이 고향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결혼이민자들도 정기적으로 베트남 가족에게 송금한다.

사람이 국경을 넘으면 결국 돈도 국경을 넘는다.

베트남 송금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숫자도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SBV) 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호찌민시로 유입된 해외 송금액은 103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이는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송금액이 아니라 호찌민시가 전 세계에서 받은 전체 해외송금액이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에서 해외송금이 얼마나 큰 금융시장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 8만동에 한국까지…은행 창구가 스마트폰 안으로

와이어바알리가 내세우는 가장 직접적인 경쟁력은 비용과 속도다.

현재 베트남에서 해외로 보내는 개인송금 수수료는 금액과 관계없이 건당 8만동이다.

한국으로 보내는 경우 정상적인 심사 절차가 완료되면 당일 지급을 지원한다. 다른 수취국은 평균 1~2영업일이 걸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은행에 직접 갈 필요도 없다.

회원가입과 본인 확인, 송금 신청, 진행 상황 확인까지 스마트폰 앱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 법인장은 기존 은행 송금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은행을 이용할 경우 거래 조건에 따라 중개은행과 수취 단계에서 비용이 발생하면서 전체 수수료가 4만원 안팎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있습니다. 와이어바알리는 베트남발 개인송금에 8만동의 고정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은행 4만원’은 모든 은행과 모든 송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금액은 아니다. 송금액과 금융회사, 중개은행 등에 따라 비용은 달라진다.

중요한 변화는 가격 자체보다 해외송금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해외송금은 시간을 내서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금융업무였다.

핀테크가 등장하면서 이제 해외송금은 스마트폰으로 필요할 때 바로 신청하는 생활 금융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 해외송금의 진짜 장벽은 ‘규제’

하지만 해외송금은 배달앱이나 쇼핑 플랫폼과는 다르다.

돈이 국경을 넘기 때문이다.

외환관리부터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자금 출처와 송금 목적 확인까지 여러 단계의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와이어바알리가 베트남 서비스 과정에서 외국인 고객에게 비자나 임시거주증(TRC), 노동허가서, 근로계약서 등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금 목적과 국적에 따라서도 필요한 서류가 달라진다.

이 과정은 고객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금융에서는 편리함 못지않게 안전이 중요하다.

이 법인장은 말했다.

“복잡하면 고객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금융 규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생략할 수도 없습니다. 규제를 준수하면서 고객의 불편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핀테크의 경쟁력입니다.”

와이어바알리는 현지 은행과 결제 파트너를 활용해 송금망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2월에는 베트남 결제기업 9Pay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9Pay는 와이어바알리에 베트남 내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다.

결국 해외송금 앱의 뒤편에는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 결제기업, 해외 지급망을 연결하는 복잡한 인프라가 존재한다.

고객에게는 버튼 몇 번의 송금이지만 그 뒤에서는 수많은 금융 절차가 움직인다.

■ ‘그레이마켓’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와이어바알리가 실제 경쟁해야 할 상대는 은행만이 아니다.

교민사회에 오래 존재해온 비공식 환전시장도 있다.

이 법인장은 와이어바알리 베트남 사업에 합류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 문제를 꼽았다.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그레이마켓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베트남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해외송금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설 환전은 빠르고 간편하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을 믿는 것 외에는 안전장치가 부족하다.

사고가 나면 돈을 되찾기도 어렵다.

따라서 핀테크 기업의 역할은 단순히 은행보다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공식 시장을 이용하던 소비자를 얼마나 안전한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들이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싸면서 빨라야 한다.

동시에 안전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해외송금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 있다.

■ 110만명 글로벌 고객…베트남에서는 이제12,000명

글로벌 규모와 비교하면 베트남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다.

회사 측이 2026년 9월 초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12,000명을 넘어섰고 송금 건수는 5,000건 이상이다.

110만명의 글로벌 이용자와 비교하면 작은 숫자다.

와이어바알리도 올해 목표를 단기간에 시장을 장악하는 데 두고 있지 않다.

첫 단계는 호찌민에서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어와 베트남어 상담을 강화하고 실제 이용자의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한다.

다음은 하노이다.

한국 제조기업과 주재원이 많은 북부지역까지 서비스를 알리고 이후 다낭 등 중부지역으로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코참(KOCHAM)과 한인회 등 현지 경제단체·교민사회와의 협력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4년 7월에는 호찌민한인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결국 핀테크 사업도 마지막에는 사람과 신뢰의 문제로 돌아간다.

■ 삼성과 스타트업, 가장 다른 것은 ‘속도’

35년간 근무했던 삼성전자와 지금의 스타트업은 무엇이 가장 다를까.

이 법인장의 답은 ‘속도’였다.

대기업에는 이미 시스템이 있다.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경험이 축적돼 있다.

반면 스타트업은 작은 시장 변화 하나가 사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가 바뀌면 시스템을 수정해야 하고, 금융 파트너의 조건이 변하면 서비스 구조도 바꿔야 한다.

한 사람의 판단과 실행이 곧 회사의 성과로 이어질 때도 많다.

“대기업은 이미 확립된 프로세스와 시스템 안에서 일합니다. 스타트업은 외부의 작은 환경 변화에도 바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솔선수범과 책임감이 훨씬 중요합니다.”

35년 동안 완성된 시스템 안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배운 사람이 이제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기업에서 다시 해외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기호 법인장의 두 번째 베트남 생활이 이전과 다른 이유다.

■ “9개국을 살았지만 베트남은 특별했다”

그에게 베트남은 단순히 회사에서 배정받은 해외시장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재직 중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 9개 국가에서 생활했지만 베트남은 처음부터 유독 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첫 부임 때부터 이상할 만큼 친근했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 사람들의 다정함과 근면성실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한국의 고도성장기를 직접 경험한 세대라는 배경도 있다.

“한국의 20~30년 전 역동적인 성장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지금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에너지를 느낍니다. 앞으로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계속 직접 보고 싶습니다.”

대기업 퇴임 이후에도 베트남을 떠나지 않은 이유다.

( www.wirebarley.com )

■ 기자의 시각

지난 20여 년간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많은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봤다.

해외 진출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 가운데 하나는 의외로 단순하다.

‘한국에서 됐으니 베트남에서도 될 것이다.’

그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베트남은 더 이상 값싼 인건비만 보고 공장을 세우는 제조기지가 아니다.

한국 브랜드라는 이름만 붙이면 제품이 팔리는 시장도 아니다.

소비자는 훨씬 영리해졌고 로컬기업의 경쟁력도 빠르게 올라왔다.

금융은 더 어렵다.

국가마다 외환 규제와 금융관행이 다르고 돈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방식도 다르다.

수수료 8만동은 경쟁사가 낮출 수 있다.

앱 기능도 따라 할 수 있다.

송금 속도 역시 기술이 발전하면 차이가 줄어든다.

그러나 현지 규제에 대응한 경험, 은행과 결제회사를 연결한 네트워크, 고객이 반복적으로 돈을 맡길 수 있게 만든 금융 신뢰는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다.

앞서 이 시리즈에서 만난 크레아토리는 한국식 마케팅을 그대로 수출하지 않고 베트남의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를 중심에 놓았다.

이퓨쳐 역시 한국 교재를 파는 데 머물지 않고 현지 기업과 함께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는 길을 택했다.

와이어바알리의 베트남 실험도 본질은 같다.

한국의 서비스를 베트남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금융시장 안에 들어가 현지의 규제와 소비방식에 맞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국경을 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그들이 움직이면 돈도 움직인다.

결국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은 ‘누가 돈을 보낼 수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더 싸고, 더 빠르고, 무엇보다 더 믿을 수 있게 보낼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삼성전자에서 35년을 보낸 베테랑이 퇴임 후 다시 호찌민 현장에 선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관리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와이어바알리와 이기호 법인장의 베트남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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