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수출 3197억·수입 3401억 달러…20년 만의 성장 뒤 205억 달러 적자
대미 흑자 914억 달러, 대중 적자 930억 달러…‘중국산 중간재-미국 수출’ 구조 심화
세관법 개정해 환적·전자상거래 단속 강화…C/O 지방 이관에는 현장 혼선
식품안전 새 규정은 다시 유예…당분간 기존 시행령 15호 적용

[한국관세신문=정도현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의 상품 교역액이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66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을 앞지르면서 205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미국을 상대로 914억 달러의 흑자를 낸 반면 중국에는 9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부품과 원재료를 들여와 베트남에서 생산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공급망 구조가 한층 뚜렷해진 것이다.
교역 규모가 커지는 만큼 베트남 정부의 관리도 촘촘해지고 있다. 원산지와 위조상품, 환적화물, 국경 간 전자상거래, 수입식품 안전에 대한 규제가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하거나 베트남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는 시장 확대의 기회인 동시에 통관과 원산지 사후검증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7개월 교역액 6598억 달러…무역수지 205억 달러 적자
베트남 세관의 최신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7월 베트남의 상품 수출입액은 659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 증가했다.
앞서 베트남 통계국은 같은 기간 교역액을 6595억8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통계국의 월간 추정치와 이후 집계된 세관 잠정치 사이에 약 2억 달러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전체적인 증가율과 무역구조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세관 집계 기준 1~7월 수출은 319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통계국이 발표한 수입액은 3400억5000만 달러로 34.8% 늘었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13.1%포인트 높았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1~7월 205억2000만 달러의 상품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50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적자의 성격은 소비재 수입보다 생산과 투자를 위한 중간재·자본재 수입에 가깝다. 전체 수입 가운데 생산수단에 해당하는 자본재와 원부자재는 3199억5000만 달러로 94.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기계·장비·도구·부품이 전체 수입의 56.9%, 원료·연료·소재가 37.2%였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의 수출 의존도도 여전히 높다. 1~7월 외국인투자기업의 수출은 2558억9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80.1%를 차지했다. 베트남 국내 기업의 수출은 636억4000만 달러로 19.9%에 머물렀다.
베트남의 수출 확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제조기업과 외국계 공급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서 벌어 중국에 지급…대중 무역적자 40% 급증
교역 상대국별로 보면 베트남 공급망의 구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1~7월 1047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베트남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다.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91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중국산 수입액은 1386억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93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증가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도 324억 달러로 86.9% 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기계·장비, 섬유·신발 원부자재 등을 수입한 뒤 베트남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구조가 교역 통계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같은 구조는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하는 동력이지만 동시에 통상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의 실질적 생산공정과 중국산 부품 비중, 원산지 기준 충족 여부를 엄격하게 들여다볼 경우 베트남 진출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산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베트남산 원산지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자유무역협정이나 수입국의 원산지 규정에서 정한 세번변경기준, 부가가치기준 또는 특정 공정기준을 충족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한국 기업은 중국산 부품 사용 여부 자체보다 적용 협정별 원산지결정기준과 생산공정, 원재료 투입 내역을 일관되게 입증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세관법 개정…환적화물도 지식재산권 단속
베트남 국회는 지난 8월 23일 제16대 국회 제1차 임시회에서 세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474명 가운데 471명이 찬성했다.
개정법은 종이서류 중심의 세관 행정을 데이터와 자동화 시스템, 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실기업의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한편 위험도가 높은 화물과 기업에는 검사를 집중한다는 방향이다.
지식재산권 침해 화물에 대한 세관 권한도 강화된다. 기존 수출입 화물뿐 아니라 베트남을 거쳐 제3국으로 이동하는 환적화물도 지식재산권 침해 징후가 있으면 세관 절차가 일시 중단될 수 있다.
권리자가 침해 가능성을 입증할 자료와 법에서 정한 보증을 제출하면 세관에 통관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세관이 명백한 위조상품 또는 지식재산권 침해 징후를 발견한 경우 직권으로 수출입·환적 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근거도 확대된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 상품 역시 정식 세관 절차와 감독 대상에 포함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운영자와 물류업체에는 세관이 요구하는 거래·배송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개정 세관법은 2027년 3월 시행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5월 베트남의 지식재산권 보호·집행 체계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 이후 나왔다. 미국은 광범위한 위조상품 유통과 국경 단속 부족, 환적화물에 대한 세관 권한의 한계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한국 화장품과 식품, 패션·생활용품 기업에는 위조상품을 국경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호를 받으려면 베트남에 상표권을 등록하고 정품임을 입증할 계약서와 수출입 자료, 공식 유통망 정보를 갖춰야 한다. 한국어 상표나 한류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주류·승용차 등 12개 품목, 수입 관문에서 통관
통관 장소에 관한 규정도 변경됐다.
베트남 정부는 결정 제31/2026/QĐ-TTg를 통해 수입 관문 세관에서 통관해야 하는 12개 품목군을 지정했다. 이 결정은 8월 14일부터 시행됐으며 2019년의 결정 제23/2019/QĐ-TTg를 대체했다.
대상 품목은 담배와 시가 등 담배제품, 주류, 맥아로 만든 맥주, 16인승 미만 승용차, 항공기·요트, 휘발유, 냉방능력 9만BTU 이하 에어컨, 카드게임용 카드, 제사용 종이제품, 폭발물 전구체·산업용 폭발물, 국방·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물품, 방역 위험이 경고된 국가·지역에서 수입되는 물품이다.
규제 대상 품목과 비대상 품목이 하나의 선하증권에 함께 기재된 경우 원칙적으로 전체 화물을 수입 관문 세관에서 통관해야 한다.
다만 모든 화물이 예외 없이 최초 도착항에서 통관되는 것은 아니다. 공장 건설용 기계·설비·자재, 국내 생산·수출가공·가공무역용 물품, 비관세구역이나 보세창고 반입물품, 면세점용 물품, 긴급구호 물품, 국방·안보 전용 물품, 일정 요건을 갖춘 저장시설로 반입되는 휘발유, 혼재화물 집하장 반입물품, 우편·특송화물 등에는 별도의 통관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예외가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은 자신이 수입하는 물품이 12개 품목에 해당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가공 목적에 따른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통관 장소를 잘못 판단하면 보세운송과 창고료가 증가하고 생산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원산지증명서 지방 이관…지역별 심사 차이 노출

수출기업이 자유무역협정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제출하는 원산지증명서(C/O) 발급체계도 재편됐다.
베트남 산업무역부 시행규칙 제26/2026/TT-BCT는 5월 29일 발효됐다. 이에 따라 산업무역부가 직접 발급하는 C/O 양식은 12종으로 줄었고, 나머지 양식은 8월 1일부터 성·시 산업무역국이 담당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C/O 처리 비중은 8월 첫 15일 동안 올해 1~7월 평균보다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연계, 기존 기업정보 이전, 담당자의 전문성, 보완서류 요구와 심사기준에서 지역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디지털경제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7일까지 접수된 C/O 신청은 160만 건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이미 전자시스템에 등록된 기업정보를 지방 발급기관에 자동 이전하고, 수정·보완 신청의 심사기준을 전국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베트남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한·베트남 FTA와 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운데 어떤 협정을 적용할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협정마다 원산지 기준과 증명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C/O가 발급됐다고 해서 원산지 검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세관이 사후검증을 요청하면 수출자와 생산자는 원재료 명세서, 공급계약서, 생산공정표, 원가자료 등을 통해 원산지를 다시 입증해야 한다.
식품안전 시행령 46호 유예…현재는 시행령 15호 적용
식품 수입업계는 올해 초 준비되지 않은 규제 시행이 통관 현장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1월 26일 식품안전법의 일부 조항과 시행조치를 규정한 시행령 제46/2026/NĐ-CP를 제정했다. 이어 1월 27일 식품의 공표·등록에 관한 결의 제66.13/2026/NQ-CP를 내놓았다.
그러나 국가검사 방식과 시료 채취, 검사기간 등에 관한 세부지침과 시행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적용되면서 항만과 국경에서 식품 통관이 지연됐다.
베트남 정부 집계에 따르면 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육로·해상·항공 관문에서 700건이 넘는 수입화물, 약 30만t이 적체됐다. 신선 농산물과 채소·과일, 쌀·벼·카사바, 일부 포장 가공식품이 주요 적체 품목이었다.
정부는 2월 결의 제09/2026/NQ-CP를 통해 두 규정의 시행을 4월 15일까지 중단했다. 이후 4월 6일 결의 제15/2026/NQ-CP를 다시 제정해 시행령 46호와 결의 66.13호의 효력을 개정 식품안전법과 개정법 시행령이 발효될 때까지 정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기존 시행령 제15/2018/NĐ-CP와 관련 지침이 계속 적용된다. 결의 제15/2026/NQ-CP는 종전 결의 제09/2026/NQ-CP를 대체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새 규정이 유예됐다고 해서 식품안전 관련 절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행령 15호에 따른 제품 자가공표, 등록, 국가검사와 전문검사 등 기존 의무는 품목별로 계속 적용된다.
한국 식품기업은 제품이 자가공표 대상인지 등록 대상인지, 동물·식물 검역이나 별도의 국가검사가 필요한지를 품목별로 확인해야 한다. 제품 성분표와 시험성적서, 제조시설 정보, 위임장, 자유판매증명서, 베트남어 라벨도 실제 적용 규정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통관 완료가 규제 대응의 끝은 아니다”
올해 베트남 통상정책의 방향은 ‘교역 확대와 관리 강화의 병행’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수출을 늘리고 FTA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원산지 세탁과 위조상품, 우회수출, 전자상거래 화물, 수입식품 안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이고 베트남이 중국산 제품의 단순 우회수출 기지로 이용된다는 의심을 피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베트남의 생산과 유통시장이 확대되면서 사업 기회는 늘지만 통관신고가 수리됐다는 이유만으로 세관 위험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원산지증명서와 원재료 구매기록, 생산공정표, 상표권 등록증, 시험성적서, 베트남어 표시사항과 유통경로를 서로 일치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해 베트남에서 생산한 뒤 미국·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실질적 생산공정과 부가가치 형성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베트남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업에 요구되는 증명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경쟁력은 가격과 납기뿐 아니라 제품이 어디에서, 어떤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