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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현기자정보통]③한국인은 왜 베트남 커피에 빠졌나…G7 넘어 스페셜티 시대 열린다

2026년 07월 21일 (화)

연유커피·RTD·홈카페 열풍…베트남 커피, 관광 기념품 넘어 소비문화로 확산
G7·비나카페·쭝응우옌·하이랜드 커피까지…한국인의 입맛을 파고드는 베트남 브랜드
세계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 공급망 강국에서 브랜드·문화 수출국으로 전환

서울 성수동의 베트남 콘셉트 카페. 연유커피와 코코넛커피를 앞세운 베트남 커피 문화가 한국 MZ세대의 새로운 감성 소비로 확산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AI 생성 이미지
서울 성수동의 베트남 콘셉트 카페. 연유커피와 코코넛커피를 앞세운 베트남 커피 문화가 한국 MZ세대의 새로운 감성 소비로 확산되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AI 생성 이미지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서울]

주말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베트남 콘셉트 카페. 매장 안은 젊은 소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유를 듬뿍 넣은 베트남식 아이스커피와 고소한 코코넛 커피를 주문한 손님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동남아 현지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G7 커피를 사 와 나눠 마시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베트남 커피 특유의 맛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한때 ‘저가 인스턴트 원료’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베트남 커피가 한국 소비시장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단순한 관광 기념품을 넘어 국내 커피 시장의 새로운 소비문화이자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MZ세대의 이국적 감성 소비, 동남아 여행의 일상화, SNS 공유 문화, 홈카페 시장 확대가 맞물리면서 베트남 커피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베트남 가면 꼭 사 온다”… 한국인의 일상이 된 로부스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커피는 필수 쇼핑 품목으로 굳어졌다. 현지 대형마트와 공항 면세점에서는 G7, 비나카페(Vinacafe), 쭝응우옌 레전드(Trung Nguyen Legend),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RTD(즉석음료) 제품을 카트에 담는 한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인기는 한국 특유의 믹스커피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진한 맛과 높은 카페인, 강렬한 풍미를 지닌 베트남식 인스턴트 커피가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이다. 국제커피기구(ICO)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약 400잔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커피 시장 규모도 10조 원 안팎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성숙한 만큼 새로운 커피 경험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홈카페, 드립백, 캡슐커피, 홈브루잉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원두 취향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 “쓴맛이 강한 저가 원두”로 치부되던 로부스타에 대한 편견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배경이다.

■ G7만 있는 게 아니다… 베트남 커피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

G7로 대표되던 베트남 커피 시장이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 쭝응우옌 레전드, 비나카페, 하이랜드 커피 등 현지 브랜드들은 RTD 제품과 프리미엄 로부스타, 스페셜티 커피 시장으로 확장하며 ‘원두 수출국’ 베트남을 ‘커피 브랜드 국가’로 바꾸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AI 생성 이미지
G7로 대표되던 베트남 커피 시장이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 쭝응우옌 레전드, 비나카페, 하이랜드 커피 등 현지 브랜드들은 RTD 제품과 프리미엄 로부스타, 스페셜티 커피 시장으로 확장하며 ‘원두 수출국’ 베트남을 ‘커피 브랜드 국가’로 바꾸고 있다. │ 한국관세신문 AI 생성 이미지

한국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베트남 커피 브랜드는 단연 G7이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커피 시장의 진화 속도는 훨씬 빠르다.

전통의 비나카페는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유지하고 있고, 쭝응우옌 레전드는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하이랜드 커피는 RTD 제품군을 확대하며 글로벌 유통망 진출을 꾀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베트남 커피 산업이 단순 인스턴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커피, 싱글오리진, 프리미엄 로부스타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호치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직접 원두를 볶는 로컬 로스터리 카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지 젊은 바리스타들은 “수확, 건조, 선별, 로스팅 과정의 품질 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베트남 로부스타도 충분히 고급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 글로벌 커피업계에서도 최근 고품질 로부스타를 뜻하는 ‘파인 로부스타(Fine Robusta)’가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 중국은 밀크티, 베트남은 커피… 달라지는 아시아 음료지도

최근 아시아 음료 시장의 판도 변화 속에서 베트남의 위치는 독특하다.

중국은 버블티와 밀크티, RTD 음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루이싱커피(Luckin Coffee), 미쉐빙청(Mixue Bingcheng) 같은 초저가·앱 기반 브랜드가 빠르게 세력을 넓혔다. 중국 음료 시장은 막대한 인구와 플랫폼 소비를 기반으로 수십조 원 규모의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소비시장’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 베트남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며 동시에 강력한 카페 문화와 관광 콘텐츠를 보유한 국가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베트남 고유의 연유커피, 즉 카페쓰어다(Cà phê sữa đá) 문화는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 관광객에게 대체하기 어려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베트남이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는 문화·여행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포화 상태의 한국 시장, 베트남 커피가 파고든 ‘틈새’

현재 국내 카페 매장 수는 이미 10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운 시장이다. 원가 부담 상승, 저가 커피 경쟁 심화,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격 논란,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겹치며 국내 커피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베트남 커피다.

베트남 커피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맛이 강렬하고, 이국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 경험이 SNS를 통해 확산되는 소비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동남아 감성’ 소비 욕구를 정확히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맞춰 국내 일부 유통업계와 식품기업도 베트남 현지 RTD 커피와 인스턴트 제품의 직접 수입 및 유통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는 더 이상 여행객이 현지 마트에서 사 오는 기념품에 머물지 않고, 한국 유통채널 안으로 직접 들어오기 시작했다.

■ [3부작 총결론] 원두 파는 나라에서 ‘문화 수출국’으로

과거 베트남 커피 산업은 글로벌 기업에 값싼 생두를 공급하는 원료 수출국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베트남 기업들은 브랜드화, 프랜차이즈 해외 확장, 프리미엄 스페셜티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며 ‘아시아 커피 허브’를 꿈꾸고 있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글로벌 브랜드 파워 구축, 품질 표준화,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베트남 커피는 더 이상 여행객의 캐리어 속에 담겨 오는 소박한 기념품이 아니다. 글로벌 식품기업의 원가를 좌우하는 전략 원자재이자, 베트남 도시민의 일상을 대변하는 문화 코드이며, 한국 소비시장 안으로 들어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상품이다.

1부에서 살펴본 닥락성의 붉은 흙길에서 수확된 로부스타 한 알은, 2부에서 확인한 호치민 골목 카페의 생활 플랫폼을 거쳐, 오늘 서울 성수동의 유리잔 속으로 들어왔다. 브라질과 아라비카가 주도해 온 세계 커피 시장의 시선은 이제 베트남 중부고원을 향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의 다음 무대는 단순한 생산량 확대가 아니다. 브랜드와 문화의 힘이다. 원두를 파는 나라에서 커피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로, 베트남은 지금 글로벌 공급망과 아시아 소비시장의 경계선을 당당히 넘어서고 있다.

기사제보 : dhjung@kc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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