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만 최고일까…1952년 ‘4대 명주’에서 오늘날 백주 서열까지
마오타이·펀주·루저우라오자오·시펑주가 원조 ‘4대 명주’
우량예는 최초 4대 명주 아니지만 오늘날 최고급 백주의 한 축
장향(醬香)·농향(濃香)·청향(清香)·봉향(鳳香)…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향형(香型)’

[한국관세신문=정도현 기자|광저우.호치민]
중국 사람과 오랫동안 술을 마시다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싼 술과 좋은 술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마오타이(茅台)는 비싸다. 좋은 마오타이 한 병이 중요한 비즈니스 접대나 선물에 등장하면 그 술의 가격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술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시성(山西省) 사람에게 펀주(汾酒)는 단순히 마오타이보다 싼 술이 아니다. 산시성(陝西省)의 시펑주(西鳳酒)도 마찬가지다. 쓰촨(四川) 루저우(瀘州) 사람에게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는 오래된 지역 술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이 세 술은 마오타이와 함께 중국 현대 백주사(白酒史)의 출발점에 서 있는 술이다.
1952년 중국에서 열린 제1회 전국평주회(全國評酒會)에서 마오타이, 펀주, 루저우라오자오, 시펑주가 처음으로 국가급 명주에 선정됐다.
오늘날 말하는 중국의 원조 ‘4대 명주(四大名酒)’다. 이후 전국평주회를 거치면서 국가 명주의 범위는 넓어졌고 1989년 제5회 평주회에서는 17개 국가 명주가 선정됐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중국 최고의 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우량예(五糧液)가 이 최초의 4대 명주에는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국 술의 ‘계급’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가 있다.
역사적 계급과 오늘날 시장의 계급은 같지 않다.
1952년의 4대 명주, 중국 백주의 ‘원로원’
중국 술의 역사적 서열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1952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4대 명주로 선정된 술은 마오타이(茅台), 펀주(汾酒),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시펑주(西鳳酒)였다.
이 네 술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네 개의 유명 브랜드가 모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오타이는 장향형(醬香型), 펀주는 청향형(清香型), 루저우라오자오는 농향형(濃香型), 시펑주는 **봉향형(鳳香型)**의 대표격이다.
결국 최초의 4대 명주는 중국 백주의 서로 다른 네 세계를 보여준다.
오늘날 중국의 국가표준 체계도 백주를 하나의 획일적인 술로 다루지 않는다. 농향형·청향형을 비롯한 다양한 향형에 서로 다른 품질 기준이 존재한다. 중국의 백주를 이해하는 데 향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증류주를 흔히 ‘고량주(高粱酒)’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중국의 전통 증류주를 포괄하는 말이 백주(白酒·바이주)다. 고량주는 수수, 즉 고량(高粱)을 중심으로 만든 술이라는 원료 개념에 좀 더 가깝다.
백주의 세계로 들어가면 마오타이와 펀주를 놓고 단순히 어느 술이 더 맛있는지를 묻기가 어려워진다.
위스키에서 아일라와 스페이사이드가 다르고, 와인에서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다르듯 중국 백주도 향형과 산지에 따라 전혀 다른 술이 된다.
첫째 마오타이(茅台), 중국 술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됐다
중국을 대표하는 술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결국 마오타이로 돌아온다.
구이저우성(貴州省) 런화이시(仁懷市) 마오타이진(茅台鎭)에서 생산되는 장향형 백주다.
장향(醬香)이라는 글자만 보면 간장이나 된장 냄새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온제곡(高溫製麴), 고온발효(高溫發酵), 반복적인 증류와 장기간의 숙성을 거치며 생기는 무겁고 복합적인 발효향을 중국에서는 장향이라고 표현한다.
처음 접하는 한국인에게 마오타이는 쉬운 술이 아니다.
향은 강하고 도수는 높다. 곡물과 발효향, 볶은 곡식, 견과류, 숙성에서 생기는 복합적인 향이 한꺼번에 겹쳐진다.
첫 잔에서 “맛있다”는 생각보다 “이것이 무슨 향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해 마시면 평가가 달라진다.
입안에서 향이 여러 단계로 변하고 술을 마신 뒤에도 잔향(殘香)이 길게 남는다.
마오타이의 힘은 여기에 있다.
단순히 비싼 술이 아니라 장향형 백주의 기준점이자 현대 중국의 국가적 상징성을 획득한 술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 백주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는 우량예와 함께 중국 상장 백주기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브랜드·기업가치를 유지하는 최상위권 기업이다.
그래서 현재의 중국 술 ‘계급’을 시장가치와 상징성으로 나눈다면 마오타이는 사실상 최상단에 놓인다.
둘째 펀주(汾酒), 마오타이보다 오래된 ‘청향(清香)의 자존심’
마오타이만 알고 펀주를 모른다면 중국 백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축을 놓친 것이다.
산시성(山西省) 펀양(汾陽) 싱화춘(杏花村)을 중심으로 발전한 펀주는 청향형(清香型)의 대표 술이다.
청향은 말 그대로 향이 맑고 깨끗하다.
마오타이의 장향처럼 무겁고 복합적인 발효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우량예나 루저우라오자오 같은 농향형의 화려하고 달콤한 향과도 다르다.
곡물의 비교적 순수한 향과 깔끔한 뒷맛이 중심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의외로 펀주가 중국 전통 명주의 좋은 입문주가 될 수 있다.
한국인은 소주, 특히 증류식 소주의 깨끗한 곡물향에 익숙하다. 지나치게 향긋하거나 단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마오타이보다 펀주가 먼저 입에 맞을 수도 있다.
펀주의 가치를 가격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적 위상으로 보면 펀주는 마오타이와 함께 1952년 최초 4대 명주에 들어간 중국 백주의 원로(元老)다.
오늘날 마오타이가 시장의 왕이라면 펀주는 중국 백주의 역사와 청향형의 정통성(正統性)을 상징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술보다 오래된 ‘발효 공간’을 마신다
쓰촨성(四川省) 루저우의 루저우라오자오는 이름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라오자오(老窖)’를 오래된 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자오(窖)는 술이 발효되는 발효구덩이, 즉 교지(窖池)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오래된 술이 아니라 오래된 발효 공간이다.
중국 전통 농향형 백주는 진흙으로 만든 발효교(發酵窖)를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그 안의 미생물 생태계가 술의 향을 만들어낸다.
루저우는 중국 농향형 백주의 중요한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으며 쓰촨 지방자료도 루저우를 농향형 백주의 대표적인 역사적 산지로 설명한다.
루저우라오자오의 대표적인 최고급 제품에 국교1573(國窖1573)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1573’은 단순히 오래돼 보이기 위해 붙인 숫자가 아니다.
이 술의 정체성을 오래된 발효교와 연결시키는 숫자다.
농향형의 맛은 마오타이와 상당히 다르다.
잘 익은 과일과 꽃, 곡물 발효에서 나오는 달콤하고 화려한 향이 강하다.
마오타이의 장향을 어렵게 느끼는 한국인이라면 오히려 농향형에서 고급 중국 백주의 매력을 먼저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루저우라오자오는 그런 농향형의 역사적 기준점에 서 있다.
넷째 시펑주(西鳳酒),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봉향(鳳香)’
마지막은 시펑주다.
한국에서는 네 술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중국 백주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술이다.
시펑주는 산시성(陝西省) 바오지(寶雞) 일대를 대표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펀주의 고향인 산시는 山西, 시펑주의 고향인 산시는 陝西다. 한국어로는 모두 ‘산시’라고 적는 경우가 많아 혼동하기 쉽다.
시펑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유명 백주의 향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펑주는 독자적인 봉향형(鳳香型)을 대표한다.
청향처럼 깨끗한 느낌이 있으면서 농향처럼 풍부한 부분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봉향이라는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마오타이와 우량예만 놓고 중국 술을 판단한 사람에게 시펑주는 상당히 흥미롭다.
중국 백주가 ‘비슷하게 독한 고량주’ 몇 종류가 아니라 각 지역마다 다른 미생물과 곡물, 기후, 발효법이 만들어낸 거대한 술문화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량예(五糧液)는 왜 4대 명주가 아닌가
여기서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는다.
“그러면 우량예는 왜 없는가.”
오늘날 중국의 고급 연회나 비즈니스 술자리에서 마오타이와 함께 가장 자주 거론되는 술 가운데 하나가 우량예다.
쓰촨성 이빈(宜賓)을 대표하는 우량예는 농향형 최고급 백주의 대표주자다.
이름 그대로 여러 곡물을 배합해 만드는 술로, 화려한 과실향과 꽃향, 발효곡물의 단맛이 특징이다.
현재의 브랜드 파워나 고급시장에서의 위치를 생각하면 우량예를 중국 최고의 술 가운데 하나로 꼽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1952년 ‘4대 명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4대 명주’는 현재 시장가격 순위가 아니라 1952년 제1회 전국평주회에서 선정된 역사적 명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오타이·우량예·펀주·루저우라오자오가 중국 4대 명주”라고 표현하면 역사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1952년의 4대 명주는 마오타이·펀주·루저우라오자오·시펑이다.
우량예는 이후 국가 명주의 반열에 올라 오늘날 중국 고급 백주의 최정상급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차이를 알아야 중국 술의 ‘계급’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술에도 정말 계급(階級)이 있을까
중국에서 술은 유난히 서열화하기 좋은 상품이다.
가격 차이가 크고 선물과 접대문화가 발달했으며 브랜드에 사회적 의미까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오타이가 나오느냐, 우량예가 나오느냐, 지역 명주가 나오느냐에 따라 술자리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술 자체의 가치를 가격순으로 세우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술맛은 개인적이다.
마오타이가 펀주보다 ‘무조건 맛있다’는 객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향과 청향은 우열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장르다.
따라서 중국 명주의 계급을 굳이 나누려면 역사적 위상(歷史的位相), 향형의 대표성(代表性), 전통 제조기술, 산지의 지속성, 중국 내 문화적 상징성, 현대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함께 봐야 한다.
이 기준에서 필자가 중국 명주의 ‘계급’을 굳이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천상계(天上界) — 현대 중국 백주의 최고 상징
마오타이(茅台)
장향형의 절대적인 기준점이다. 역사와 문화, 정치·경제적 상징성,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까지 모두 갖췄다.
우량예(五糧液)
최초 4대 명주는 아니지만 현대 중국 고급 백주 시장에서는 마오타이와 함께 최정상급을 형성한다. 농향형을 대표하는 최고급 명주의 하나다.
명문가(名門家) — 역사와 향형을 대표하는 정통 명주
펀주(汾酒)
1952년 최초 4대 명주. 청향형의 기준이다.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1952년 최초 4대 명주이자 농향형의 역사와 발효교 문화를 상징한다.
시펑주(西鳳酒)
1952년 최초 4대 명주. 봉향형이라는 독립적인 백주 세계를 대표한다.
젠난춘(劍南春)
쓰촨 농향형의 대표 명주로 역대 국가 명주 계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랑주(郎酒)
마오타이와 함께 장향형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쓰촨의 대표 고급주다.
제후급(諸侯級) — 지역을 넘어 전국적 명성을 확보한 명주
양허(洋河), 구징궁주(古井貢酒), 동주(董酒), 솽거우(雙溝), 우링주(武陵酒) 등이 여기에 들어갈 만하다.
모두 각 지역과 향형을 대표할 충분한 역사와 개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 분류를 중국 정부가 정한 공식적인 술의 등급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역사·문화·기술·시장가치를 종합해 중국 명주의 위치를 이해하기 위한 필자의 분류다.
중국 정부가 정한 공식적인 ‘S급, A급’ 같은 명주 서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술은 이 계급표와 또 다르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국 술과 중국에서 역사적 가치가 가장 높은 명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술이 연태고량주(烟台古釀)다.
한국의 중식당이나 양꼬치집에서 중국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연태고량주를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 백주의 역사적 명주 서열에서 연태고량주를 마오타이·펀주·루저우라오자오·시펑과 같은 위치에 놓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연태고량주의 가치가 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평가 기준이 다른 것이다.
한국에서 연태고량주가 성공한 이유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도수와 꽃·과일을 연상시키는 향, 부드러운 목넘김 그리고 한국식 중국음식과의 궁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원고에서도 연태고량주가 한국 소비자의 중국 백주 입문 기준점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지적했다.
공부가주(孔府家酒)도 비슷하다.
중국의 최고급 명주 서열만 놓고 보면 마오타이나 우량예와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친숙한 중국 술이었다.
수정방(水井坊) 역시 한국 고급 중식당에서 인지도가 높다.
결국 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술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술은 다를 수 있다.
술도 국경을 건너면 새로운 문화 속에서 다시 평가받는다.
중국 술은 가격보다 먼저 ‘향형(香型)’을 물어야 한다

중국 술을 처음 접하는 한국인은 대개 이렇게 묻는다.
“이 술 비싼 거야?”
조금 더 익숙해지면 질문이 바뀐다.
“마오타이하고 우량예 가운데 뭐가 더 좋은 술이야?”
그러나 중국 백주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질문은 다시 바뀐다.
“무슨 향형이야?”
장향인가.
농향인가.
청향인가.
봉향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마오타이와 우량예가 서로 경쟁하는 최고급 술이면서도 사실은 전혀 다른 세계의 술이기 때문이다.
마오타이는 장향의 정상이고 우량예는 농향의 정상 가운데 하나다.
펀주는 청향의 역사이고 시펑은 봉향의 기준이다.
이것을 한 줄에 세워 가격순으로 평가하는 것은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을 놓고 어느 지역 와인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술 한 병을 따라가면 중국의 지도가 보인다

중국을 오래 다니다 보면 술이 지역을 설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이저우(貴州) 런화이로 가면 마오타이와 장향의 세계가 나타난다.
쓰촨 이빈에서는 우량예가 있고 루저우로 가면 오래된 발효교를 만난다.
산시(山西) 펀양으로 올라가면 향이 맑아진다.
서쪽 관중평원(關中平原)의 바오지로 가면 시펑의 봉향이 나온다.
장쑤(江蘇)에서는 양허의 부드러운 농향을 만나고 저장(浙江) 사오싱(紹興)으로 내려가면 독한 백주 대신 황주(黃酒)의 세계가 펼쳐진다.
광시(廣西)에서는 쌀로 만드는 미향형(米香型)이 등장하고 광둥(廣東)에서는 또 다른 지역 발효문화가 술에 스며든다.
중국이 넓은 만큼 술도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술을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단어로 불렀다.
‘고량주’.
그리고 다시 하나의 브랜드로 중국 술 전체를 판단하려 했다.
‘마오타이’.
마오타이가 중국 최고의 명주 가운데 하나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마오타이만 알아서는 중국 술을 안다고 하기 어렵다.
펀주에는 북방의 청향이 있고, 루저우라오자오에는 오래된 발효교가 있으며, 시펑에는 관중평원이 만든 봉향이 있다.
우량예에는 쓰촨 농향의 화려함이 있다.
중국의 명주에는 분명 ‘계급’이 있다.
하지만 그 계급은 가격표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역사(歷史)가 만들었고, 지역(地域)이 만들었으며, 발효(醱酵)와 미생물(微生物)이 만들었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그 술을 마셔온 사람들이 그 서열을 완성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좋은 술을 만났다면 가격을 묻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다.
어디에서 만든 술인가.
어떤 향형인가.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은 왜 이 술을 좋아하는가.
그 질문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한 병의 술에서 중국의 지리(地理)가 보이고 역사(歷史)가 보인다.
결국 중국의 명주 이야기는 술의 순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맛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