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상반기 수출입 5,500억 달러 육박…물류비는 GDP의 16~17%
까이맵항∼내륙기지 운송에 성수기 3~5일…보관료·체화료·대기료 ‘눈덩이’
장기계약·전용창고 없는 중소기업 타격 커…“도로·수로·통관 통합 개혁해야”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
베트남 남부 최대 관문인 까이맵-티바이(Cái Mép-Thị Vải) 심해항. 항구에서 호치민시권 내륙컨테이너기지(ICD)까지 컨테이너 한 대를 옮기는 데 성수기에는 3~5일이 걸린다.
선박이 입항해도 화물을 즉시 빼내기 어렵다. 반출 차량을 기다리고 상습 정체 구간을 통과한 뒤, 내륙 물류기지에서 다시 하역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하루가 지연될 때마다 항만 보관료와 컨테이너 체화료(Demurrage), 차량 대기료가 붙는다.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에 이런 비용은 관세율표에는 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출입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숨은 관세’로 작용한다.
교역액은 5,500억 달러, 물류 인프라는 병목
베트남 산업무역부가 지난 24일 호치민에서 개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베트남 물류산업의 기회’ 포럼에 따르면, 베트남의 2026년 상반기 상품 수출입액은 5,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증가했다.
미국·유럽·중국·한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제조·수출 거점으로 베트남의 위상이 커진 결과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수출입 증가율 8%, 수출 증가율 15~16%를 목표로 내걸었다.
문제는 교역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물류 인프라와 행정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물류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물류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6~17%를 차지한다. 세계 평균으로 제시되는 10~12%는 물론 싱가포르 8%, 일본 11%, 말레이시아 13%보다 높다.
생산 현장에서 낮은 인건비와 제조원가로 확보한 가격 경쟁력을 항만 반출과 내륙 운송, 창고 보관 과정에서 다시 잃는 구조다.
베트남 정부가 2025~2035년 물류서비스 발전전략을 통해 GDP 대비 물류비를 12~15%까지 낮추고, 세계은행 물류성과지수(LPI) 상위 40개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항만보다 막히는 ‘항만 다음 구간’

베트남 물류의 병목은 항만 시설 자체보다 항만과 산업단지·ICD를 연결하는 배후 수송망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남부에는 미주·유럽 직항 노선을 처리할 수 있는 까이맵-티바이항이 있다. 북부에는 삼성·LG와 협력업체들의 수출입을 담당하는 하이퐁항과 락후옌(Lạch Huyện) 심해항이 있다.
항만 처리 능력은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그러나 항만과 산업단지, 공항, 철도, 내륙 물류기지를 잇는 도로망과 복합운송 체계는 물동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사이공신항공사(Saigon Newport Corporation) 물류서비스센터의 레 낌 끄엉 부센터장은 포럼에서 “성수기에는 까이맵항에서 ICD까지 화물을 옮기는 데 3~5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ICD의 처리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신규 물류기지를 건설할 토지와 투자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항만의 하역 능력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컨테이너가 항구 밖으로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면 물동량이 늘어날수록 주변 도로와 내륙 물류기지의 혼잡은 오히려 심해진다.
베트남 물류업계는 호치민시 제3·제4순환도로와 벤륵-롱타인 고속도로를 항만 배후망과 조기에 연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동나이강과 사이공강을 따라 수로형 ICD를 확대해 도로에 집중된 컨테이너 운송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기업보다 중소 협력업체가 먼저 흔들린다
이 같은 물류 병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대응력 차이를 키운다.
대기업은 선사·물류회사와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전용 창고와 일정 규모의 재고를 확보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반면 물동량이 적은 한국 중소기업은 선복이나 빈 컨테이너 확보 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운임 상승과 운송 지연에 따른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박닌·타이응우옌·하이퐁의 전자기업은 중국과 한국에서 부품과 생산설비를 들여와 완제품을 다시 수출한다. 호치민·동나이·빈즈엉의 섬유·신발·가구·식품기업도 원재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을 반복한다.
이런 공급망에서는 부품 하나가 늦어져도 생산라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납기가 촉박한 전자부품이나 계절성이 강한 의류·신발은 2~3일의 지연만으로도 비싼 항공운송으로 전환하거나 거래처의 클레임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통관서류 보완, HS코드 검토, 원산지 확인, 세관 검사까지 겹치면 기업은 운송비뿐 아니라 재고비용과 금융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체감하는 가장 큰 부담은 운임의 절대액만이 아니다. 화물이 언제 공장에 도착하고 언제 항구에서 반출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류의 ‘가격’보다 ‘정시성과 예측 가능성’이 더 큰 경영 위험이 된 셈이다.
온라인 신고만으로는 부족하다
베트남 정부도 물류 병목이 도로와 항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브엉 뚜언 남 베트남 재정부 세관관리감독국 부국장은 포럼에서 “운송 인프라 확충과 함께 세관 행정절차 개혁이 물류 효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베트남 세관은 도로·해운·철도·항공과 항만, 물류센터, 자유무역지대, 비관세구역을 하나의 절차로 연결하는 통합형 통관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운송수단별로 분절된 신고와 관리 절차를 연결해 복합운송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온라인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수출입신고 자료와 세금계산서, 원산지증명서, 선하증권, 운송장, 항만 반출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돼야 한다. 세관과 항만운영사, 선사, 창고, 운송업체가 동일한 데이터를 확인하지 못하면 종이서류를 기다리던 시간이 온라인 승인 대기시간으로 바뀌는 데 그칠 수 있다.
전산화의 성패는 신고 화면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통관자료와 실제 화물의 이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싸게 만드는 나라”에서 “제때 보내는 나라”로
베트남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단순 가공기지가 아니다. 중국과 한국에서 원재료와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을 생산하고, 미국·유럽·한국 등으로 수출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핵심 고리로 자리 잡았다.
이 구조에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임금만이 아니다. 원재료가 공장에 도착하는 시간, 완제품이 항만과 세관을 통과하는 시간, 납기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글로벌 선사 머스크(Maersk)는 베트남의 강점으로 아시아 주요 항로와 17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꼽았다. 동시에 싱가포르·상하이·말레이시아·홍콩과 경쟁하려면 항만과 도로, 내륙수로, 세관을 연결하는 복합운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도 베트남 투자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인건비와 공장 임대료만 볼 것이 아니라 항만까지의 실제 운송시간, 우기와 성수기의 적체 가능성, 대체 항만·수로 이용 여부, ICD 처리 능력, 세관 검사 대응체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물류 병목은 성장의 결실을 갉아먹는다. 베트남이 ‘싸게 만드는 나라’를 넘어 ‘제때 안전하게 보내는 나라’로 전환하지 못하면 물류비는 앞으로도 한국 기업이 부담해야 할 보이지 않는 관세로 남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