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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비상…이전가격·원산지·신고자료 정합성 본다

2026년 07월 25일 (토)

베트남 세무·관세 당국, 23일 한국 기업 대상 온라인 질의응답…국제조세 자료 미제출 최대 1억 동
반도체·AI 투자 유치는 확대하면서 특수관계자 거래와 원산지 사후검증 강화
광물 수출세 최고 10%로 조정…“IRC·ERC와 실제 거래·신고자료 일치 여부 점검해야”

베트남 세무·관세 당국이 23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통관정책과 행정절차에 관한 온라인 질의응답을 진행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가가치세 환급, 법인세 우대, 수출입 통관, 수출가공기업 및 관세 면제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 2025년 질의 응답사진=베트남 재정경제시보
베트남 세무·관세 당국이 23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통관정책과 행정절차에 관한 온라인 질의응답을 진행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가가치세 환급, 법인세 우대, 수출입 통관, 수출가공기업 및 관세 면제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 2025년 재무부 한국기업간 국세관세대화 질의 응답사진=베트남 재정경제시보

[한국관세신문 = 정도현 기자 | 호치민·하노이]

베트남 세무·관세 당국이 23일 한국 기업을 위한 전용 온라인 질의응답 창구를 열었다.

베트남 세무 당국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정오까지 관세 당국 및 관계 기관과 함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통관정책과 행정절차에 관한 질문을 접수하고 답변했다. 주요 의제는 부가가치세 환급, 법인세 우대, 세무행정 개혁, 조세 순응 관리, 수출입 통관, 수출가공기업, 수입관세 면제 등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현지 진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행정지원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베트남 당국은 이번 행사를 한국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자·생산·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연례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정부가 세무·관세·국제조세·원산지 제도를 잇달아 정비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보면 의미는 가볍지 않다.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정책이 과거의 ‘투자 유치’에서 설립 이후의 ‘관리와 검증’까지 무게중심을 넓히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핵심 투자자’ 한국, 관리 중요성도 커졌다

한국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외국인 투자국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부터 전자부품·소재, 섬유·봉제, 자동차부품, 유통·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한국 기업은 수출과 고용, 제조업 고도화를 이끄는 핵심 파트너다. 동시에 한국 본사와 베트남 법인 사이의 원재료 거래, 로열티, 기술지원비, 경영자문료, 대여금 이자 등 국제거래가 활발한 기업군이기도 하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국제조세와 특수관계자 거래, 수출입 통관, 관세 면제, 부가가치세 환급을 둘러싼 관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베트남 당국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질의응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배경이다.

이번 질의응답 결과는 향후 베트남 재무부와 한국 기업 간 ‘2026년 세무·관세정책 대화’를 준비하는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단순한 일회성 설명회라기보다 한국 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분류하고, 이를 정책대화 의제로 연결하는 사전 절차인 셈이다.

국제조세·관세 절차 잇달아 정비

베트남 재무부는 최근 국제조세와 특수관계자 거래를 포함한 세무·관세 행정절차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지난 20일 발효된 결정 1931·1932·1933호에 따라 국제조세와 특수관계자 거래 관련 절차를 비롯해 세무·관세 분야의 다수 행정절차가 수정·대체되거나 폐지됐다.

절차가 줄었다고 해서 관리까지 느슨해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행정 간소화와 조세·관세 검증 강화는 동시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세금 신고와 전자세금계산서, 수출입 신고, 은행을 통한 송금, 투자 프로젝트 보고 등 기업 활동을 빠르게 전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각 기관에 제출한 자료 사이의 정합성이 과거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베트남 법인이 신고한 매출·매입과 세금계산서, 관세 신고가격, 은행 송금액, 투자자본금 납입 내역 등이 서로 맞지 않으면 세무조사나 관세 사후심사 과정에서 소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행정절차는 간소화되지만 기업이 남긴 데이터는 더 오래, 더 구체적으로 검증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제출하겠다” 안 통한다

베트남 정부는 국제조세 정보제공 의무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7월 21일 발효된 시행령 291/2026/NĐ-CP에 따르면 세무 당국이 국제조세 정보교환을 위해 요구한 자료를 기한보다 5일 이상 늦게 제출하면 1,000만~3,000만 동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출하면 과태료가 3,000만~5,000만 동으로 높아진다. 제출 또는 연장 기한이 끝난 뒤 15일이 지나도록 자료를 내지 않거나, 세무 당국의 정보 수집과 검증을 방해하면 5,000만~1억 동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과태료보다 더 큰 위험은 제출자료 사이의 모순이다.

예컨대 베트남 법인은 컨설팅 비용으로 회계처리했지만 한국 본사는 기술지원비로 기록한 경우, 계약서에 명시된 로열티율과 실제 송금액이 다른 경우가 문제 될 수 있다.

수입신고 가격과 세무상 매입가격, 은행을 통한 결제금액이 서로 맞지 않거나 계약서·세금계산서·송금증빙의 거래 목적이 다르게 기재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세무조사나 관세 사후심사가 시작된 뒤 자료를 모아 대응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관리가 확대될수록 계약 체결과 수입신고, 송금, 회계처리가 이뤄지는 단계부터 자료를 일치시켜야 한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서로 다른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더 큰 세무·관세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

수출입 회복과 함께 늘어나는 세관 수입

베트남 세관 직원이 항만에서 수출입 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베트남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동시에 원산지·품목분류·신고가격에 대한 사후검증을 강화하면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의 세무·통관 자료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베트남 세관
베트남 세관 직원이 항만에서 수출입 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베트남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동시에 원산지·품목분류·신고가격에 대한 사후검증을 강화하면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의 세무·통관 자료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 한국관세신문 , 베트남 세관

베트남의 수출입 회복세는 지역 세관의 세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관세 13지역은 올해 들어 7월 14일까지 2조8,193억4,000만 동의 세관 수입을 기록했다. 총리가 배정한 연간 목표의 89.99%에 해당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6%, 금액으로는 1조 동 이상 증가했다.

이 지역의 수출입 규모는 47억9,414만 달러, 신고 건수는 4만1,967건으로 집계됐다.

세수 증가를 이끈 품목은 수입 석탄과 석유제품, 조선용 기계·설비, 담배 제조용 원부자재, 설탕, 수출 광물 등이었다. 특히 기계·설비 관련 세수는 9,028억7,000만 동으로 전년 동기보다 6,650억 동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증가를 한국산 반도체 장비나 부품 수입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역 세관이 밝힌 세수 증가의 직접적인 배경은 석탄과 석유제품, 특정 알루미늄 제련 프로젝트용 설비 등이다.

그럼에도 베트남의 제조업 투자와 기계·설비 수입 확대가 세관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자본, 반도체·AI로 이동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노동집약형 제조업에서 전자·반도체·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 전자·응용기술 전문매체가 인용한 HSBC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초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 증가 속도는 아세안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을 보였다.

베트남이 세계 인공지능 관련 장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2%에서 2025년 12.4%로 확대됐다. 단순 조립기지에서 전자·반도체·AI 장비 공급망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역할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반도체·AI·바이오와 첨단기술 프로젝트를 우선 유치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첨단산업 투자가 늘어날수록 수입설비의 관세 면제, 연구개발 비용, 기술사용료, 본사와 현지법인 간 거래가격에 대한 검증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 우대와 사후관리는 서로 반대되는 정책이 아니다. 베트남은 우수한 투자는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되, 투자 이후의 세금·통관·자금 흐름은 더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수출 바닥재, 원산지 검사 강화

수출품 원산지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베트남 세관은 최근 미국으로 수출되는 목재 바닥재와 관련 제품을 대상으로 품목분류와 원산지, 생산능력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들여와 베트남에서 단순 가공한 뒤 베트남산으로 표시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무역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본사나 제3국에서 반제품을 들여와 베트남에서 최종 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실질적인 생산공정을 입증해야 한다. 베트남에 공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의 베트남 원산지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재료와 완제품의 HS코드 변경,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생산설비와 인력, 원재료 투입량, 생산·재고 기록 등이 실제 공정과 일치해야 한다.

신고된 생산능력을 넘어선 수출, 원재료 수입량과 완제품 생산량의 불일치, 형식적인 가공공정은 사후검증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수출 당시 원산지증명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더라도 사후검증에서 생산 근거를 입증하지 못하면 특혜관세 배제와 관세 추징, 거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물 수출세 최고 10%로 인상

베트남 정부는 23일부터 시행령 201/2026/NĐ-CP를 적용해 일부 광물과 비스무트 제품의 수출세를 조정했다.

장석 계열 일부 품목의 수출세는 기존 5%에서 10%로 올랐다. 불화칼슘 함량이 97% 이하인 형석은 3%에서 10%, 97%를 초과하는 형석은 3%에서 5%로 인상됐다. 류사이트·네펠린 계열 광물도 3%에서 10%로 조정됐다.

원광과 저가공 자원의 해외 반출을 줄이고 베트남 안에서 고부가가치 가공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 방향으로 해석된다.

베트남산 광물과 금속, 세라믹 원료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기업은 품목별 HS코드와 적용세율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수출세 인상이 현지 공급가격에 전가될 가능성과 장기계약의 세율 변경 조항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모든 광물·금속의 세율이 일괄적으로 10%로 오른 것은 아니다. 품목과 성분, 가공 상태에 따라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품목 확인이 필요하다.

투자금액보다 중요한 ‘신고자료의 일치’

베트남 정부가 한국 기업에 보내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반도체·AI·첨단 제조업 투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것, 그리고 투자 이후의 세금·통관·원산지·자금 흐름은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이제 투자 규모와 생산실적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투자등록증명서(IRC)와 기업등록증명서(ERC)에 기재된 사업 내용이 실제 영업과 일치하는지, 수입신고 가격과 회계장부의 매입가격이 맞는지, 본사와 현지법인 간 특수관계자 거래가 계약서와 송금자료에 동일하게 반영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외부 회계·법무·통관 대행업체가 관리하던 세무·관세·투자보고 계정의 접근권도 회사가 직접 확보해야 한다. 신고가 정상적으로 끝났다는 설명에 의존하지 말고 접수증, 제출 완료 화면, 신고서 원본과 송금증빙을 회사 내부에 보관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기회의 시장이다.

그러나 성공의 기준은 달라졌다. 얼마를 투자했느냐 못지않게 실제 거래와 신고자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일치시킬 수 있느냐가 기업의 생존력을 결정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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