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회사보다 느려 보여도, 결국 가장 안전한 길은 ‘본인 명의 외국인투자법인’이다
외국인투자법인 설립, 자본금 30억 동 기준, DT3 투자비자, 임시거주증까지…한국 사업자가 피해야 할 차명법인 리스크와 정석 프로세스

[임재환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 호치민.하노이 ]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있다.
“법인을 먼저 세워야 하나, 비자를 먼저 받아야 하나.”
질문은 단순하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베트남은 외국인 사업자에게 비교적 열려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법인 설립, 투자등록, 은행계좌 개설, 자본금 송금, 투자비자, 노동허가 또는 노동허가 면제, 임시거주증 절차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구조다.
절차 하나를 쉽게 넘기려다 나중에 비자 연장, 은행계좌 동결, 세무조사, 지분분쟁에서 더 큰 비용을 치르는 동포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베트남 현지 브로커나 주변에서 자주 던지는 달콤한 유혹이 있다.
“일단 베트남 사람 명의로 회사를 하나 만들고 시작하시죠. 나중에 정리하면 됩니다.”
겉으로 보면 빠르다. 서류도 간단해 보이고, 초기 비용도 줄어드는 듯하다. 그러나 이 방식은 사업이 커질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시한폭탄이다. 회사 명의가 본인이 아니면 은행계좌, 계약권, 세무책임, 지분권, 매각권은 물론 가장 중요한 체류 비자의 근거까지 흔들린다. 사업이 잘될수록 오히려 위험해지는 구조다.
결론부터 말하면, 베트남에서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법인을 세우고 비자를 받는 방법은 편법 차명이 아니라 본인 명의의 외국인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중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방식은 본인 100% 소유의 1인 유한책임회사다.
1. 빠른 길은 있다, 그러나 편법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자기 회사로 사업을 시작하려면 두 가지 축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는 법인 설립이고, 다른 하나는 체류 자격이다.
외국인투자법인은 통상 투자등록 절차와 기업등록 절차를 거쳐 설립된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투자등록증, 즉 IRC를 먼저 받고 기업등록증, 즉 ERC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설명됐다. 다만 2026년 이후 투자법 개정과 관할별 실무 적용에 따라 일부 업종과 지역에서는 절차의 선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진행 전에는 반드시 해당 지역의 투자등록기관과 전문 법무법인을 통해 최신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는 먼저 합법적인 사업 목적과 주소지를 확보하고, 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계좌와 투자자본계좌를 열고, 등록 자본금을 정상 송금해야 한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투자자 비자와 임시거주증 절차로 넘어간다.
베트남 법인 설립 및 비자 취득 정석 프로세스
| 단계 | 핵심 절차 | 비고 및 주의사항 |
|---|---|---|
| 1단계 | 법인 주소 확보 | 상업용 오피스가 원칙. 주거용 아파트 주소는 제한될 수 있음 |
| 2단계 | 업종 코드 확정 | 조건부 업종보다 단순 서비스업이 빠름 |
| 3단계 | 투자등록·기업등록 절차 진행 | 관할·업종에 따라 IRC·ERC 선후 확인 필요 |
| 4단계 | 기업등록증 발급 | 한국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해당 |
| 5단계 | 세무 등록·전자세금계산서·법인계좌 개설 | ERC 발급 후 즉시 진행 |
| 6단계 | 투자자본계좌를 통한 자본금 송금 | 통상 ERC 발급 후 90일 이내 납입 필요 |
| 7단계 | 투자비자 신청 | 투자금 규모에 따라 DT 등급 달라짐 |
| 8단계 | 임시거주증 신청 | DT1·DT2·DT3 등급은 장기 체류 자격과 연결 |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약 4~8주 정도가 걸린다. 업종이 복잡하거나 주소지, 공증 서류, 투자금 출처, 업종 인허가에 문제가 생기면 3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2. 핵심은 ‘자본금 30억 동’의 문턱이다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법인을 설립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자본금 규모다.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준선은 30억 동(VND)이다. 한화로 약 1억6000만~1억7000만 원 안팎이다.
이 금액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 비자 등급과 임시거주증, 노동허가 면제 가능성이 이 기준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30억 동 이상을 출자하면 일반적으로 DT3 투자자 비자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장기 임시거주증 신청 자격과 노동허가 면제 검토가 가능하다. 반면 30억 동 미만 투자자는 DT4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 거주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물론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30억 동을 넣으면 무조건 장기 거주증이 나온다”는 식의 설명은 위험하다. 실제 임시거주증 발급 여부와 기간은 투자금, 직책, 법인 상태, 세무 이행, 관할 출입국기관의 심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다. 베트남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최소 30억 동 이상의 자본금 구조를 검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임재환 변호사의 한마디
베트남 사업에서 가장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회사는 돌아가는데, 대표가 안정적으로 체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업의 출발점은 법인 설립이지만, 사업의 지속성은 체류 자격에서 결정된다.
3. 가장 빠른 업종은 따로 있다
법인 설립 속도는 “무슨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에게 100% 지분을 비교적 쉽게 허용하고 심사가 빠른 업종이 있는 반면, 수개월 이상의 추가 인허가가 필요한 조건부 업종도 있다.
비교적 허가가 빠른 업종
| 업종 | 활용 예시 |
| 경영컨설팅·시장조사 | 한국 기업 진출 지원, 전략 자문 |
| 마케팅·PR | 브랜드 홍보, 디지털 마케팅 대행 |
| 콘텐츠 제작 | 영상, SNS, 홍보 콘텐츠 기획·제작 |
| 행사기획·무역지원 | 바이어 발굴, 세미나, 론칭쇼 |
| IT 서비스 | 웹·앱 개발, 시스템 관리, 플랫폼 운영 지원 |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업종
| 업종 | 주의사항 |
| 도소매·유통업 | 별도 비즈니스 라이선스 필요 가능 |
| 식품·화장품 수입판매 | 제품 등록, 라벨링, 수입 조건 확인 필요 |
| 물류·여행업 | 조건부 업종 심사 가능 |
| 교육기관 설립 | 커리큘럼, 시설, 인허가 요건 확인 필요 |
| 의료·병원 | 고난도 조건부 업종 |
| 부동산 개발 | 외국인 투자 제한 및 별도 요건 존재 |
따라서 빠른 설립과 안정적 비자 확보가 최우선이라면 처음부터 모든 업종을 다 넣으려 해서는 안 된다. 초기에는 컨설팅, 마케팅, 콘텐츠 제작, 무역지원 등 단순 서비스업으로 출발하고, 법인이 안정화된 뒤 필요한 업종을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이 훨씬 안전하다.
베트남 법인 설립에서 욕심은 속도를 늦춘다. 처음부터 “무역도 하고, 유통도 하고, 화장품도 팔고, 교육도 하고, 행사도 하겠다”고 하면 심사는 복잡해진다. 반대로 사업 목적을 명확히 줄이면 허가 속도는 빨라진다.
4. 왜 ‘차명 회사’는 파멸의 지름길인가

현지 사정에 어두운 초기 진출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베트남 직원이나 현지 파트너의 명의를 빌리는 차명 회사다.
“서류도 간단하고 일주일이면 나옵니다. 일단 제 명의로 만들고 나중에 공증 각서 쓰면 됩니다.”
이 말은 분쟁이 발생하는 순간 거의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첫째, 법적 권리가 약하다.
베트남 법상 회사의 주인은 명의자다. 법인 설립 자체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사전 검토 없이 업종, 지분 구조, 계약 관계, 명의를 정리하지 않은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제 비즈니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특히 법적 명의가 베트남인에게 있다면, 분쟁 발생 시 베트남 법원에서 권리를 다투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적·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사업 운영상 부담과 심리적 압박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둘째, 체류 자격이 흔들린다.
차명 회사의 경우 본인이 공식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비자를 받을 수 없다. 결국 관광비자, 단기 상용비자, 타사 스폰서 비자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구조가 된다.
셋째, 사업이 잘될수록 위험해진다.
매출이 작을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이 커지고, 계좌 잔액이 늘고, 거래처가 생기고, 매각 가치가 발생하는 순간 명의자가 실질적 통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
넷째, 세무와 형사 리스크가 생긴다.
명의대여, 허위계약, 실제 투자자 은폐, 세금 신고 불일치가 발견되면 단순 민사분쟁을 넘어 행정제재나 형사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차명 법인은 “빠른 길”이 아니라 “남의 이름으로 내 사업을 맡기는 일”이다. 이는 사업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5. 베트남은 ‘서류의 나라’가 아니라 ‘기록의 나라’다
베트남 비즈니스 현장을 오랜 기간 취재하며 깨달은 공통점이 있다. 초보 사업가들은 눈앞의 서류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 행정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서류가 아니라 그 서류 뒤에 남는 기록이다.
진짜 본인 돈이 합법적인 루트로 들어왔는가.
그 돈이 지정된 투자자본계좌를 거쳐 송금되었는가.
등록된 상업용 주소에서 실제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가.
세금 신고 내용과 은행 매출 기록이 일치하는가.
대표자의 체류 자격과 회사 직책이 일치하는가.
베트남 과세당국과 출입국관리기관은 이 기록들이 서로 모순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과거처럼 “현지 사람이 알아서 대충 처리해 준다”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 사업자일수록 첫 단추부터 합법적인 기록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세무조사, 비자 연장, 은행 실사, 투자금 회수, 지분 매각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6. 승리하는 베트남 진출 7대 로드맵
베트남 시장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자리를 잡으려면 정석을 압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 일곱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라.
편법 명의대여를 배제하고 본인 100% 소유 외국인투자법인으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둘째, 자본금 문턱을 넘겨라.
가능하다면 최소 30억 동 이상의 자본금 구조를 검토해 DT3 투자비자와 장기 체류 자격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업종을 슬림화하라.
초기에는 허가가 빠른 컨설팅, 마케팅, 콘텐츠 제작, 무역지원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넷째, 적법한 주소지를 확보하라.
법인 등록과 실사가 가능한 상업용 오피스 주소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주소 하나가 설립 속도를 좌우한다.
다섯째,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만들라.
투자금은 반드시 법인 투자자본계좌를 통해 정상 송금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여섯째, 체류 자격을 합법화하라.
투자자 지위, 대표자 직책, 비자 등급, 임시거주증이 서로 맞아야 한다.
일곱째, 확장은 단계적으로 하라.
유통, 수입판매, 교육, 여행, 의료 등 복잡한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은 법인 설립 이후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안전하다.
잣대를 엄격히 들이댈수록 사업은 단단해진다
베트남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그 기회는 시스템을 존중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래 머문다.
베트남에서 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내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고, 내 돈으로 당당히 투자하고, 내 자격으로 합법적인 비자를 받는 것.
그것이 정석이고, 결국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 본 스페셜 리포트는 베트남 현지 행정 절차 강화와 차명 법인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 투자자들을 돕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임재환 캘리포니아 변호사의 실무 법률 자문과 정도현 기자의 현장 취재 기록을 바탕으로 가장 안전하고 정석적인 진출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