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HS코드·과세가격 집중 점검…7개월간 2조9300억동 추가 징수
행정처분액 연간 목표 107% 돌파…현지 韓 제조·수출입기업 긴장
FTA 활용 늘수록 검증도 정교화…“단순 서류 보관만으론 부족”

[ 한국관세신문=정도현 특파원 | 호치민.하노이 ]
베트남에서 수입신고가 끝났다고 세관 리스크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베트남 세관당국이 통관이 완료된 뒤 기업의 원산지와 품목분류, 과세가격 등을 다시 들여다보는 ‘사후심사(Post-Clearance Audit)’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재정당국에 따르면 세관은 2026년 들어 7개월간 사후심사를 통해 2조9321억동(약 1600억원) 이상을 추가 징수했다. 2025년 12월 15일부터 올해 7월 14일까지 내려진 사후심사 결정은 919건에 달한다. 세금 추징과 행정처분 결정액은 4조2858억동으로, 이미 연간 목표의 107%를 넘어섰다.
세관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분야도 분명하다. 원산지, HS코드(품목분류), 과세가격, 수입관리정책, 지식재산권 등이다. 통관 당시 신고 내용을 전산 위험관리 시스템으로 분석한 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회계장부와 계약서, 원산지증명서, 거래가격 입증 자료까지 다시 검증하는 방식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제조·수출입기업 입장에서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설비와 부품을 들여오거나 한국·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해 베트남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원산지 관리가 복잡하다. 같은 부품이라도 용도와 사양에 따라 HS코드가 달라질 수 있고, 본사와 베트남 법인 간 거래에서는 이전가격과 수입물품의 과세가격 문제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
한·베 FTA와 VKFTA, RCEP 등 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하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세금을 줄였더라도 원산지 기준을 충족했다는 증빙이 부족할 경우 사후심사 과정에서 특혜 적용이 부인되고, 세금과 가산금이 한꺼번에 추징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 세관의 변화 방향은 명확하다. 국경에서 모든 화물을 일일이 검사하기보다는 통관 속도는 높이고, 대신 빅데이터와 위험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통관 이후 고위험 기업과 품목을 선별해 집중 검증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관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통관 이후로 이동한 셈이다.
이제는 통관 현장에서 화물을 몇 시간 빨리 찾는 것보다 3년, 5년 뒤 세관이 다시 들여다봐도 신고의 적정성을 설명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원산지증명서 한 장을 보관하는 수준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자재 구매부터 생산공정, BOM(자재명세서), 거래계약, 대금 결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핵심 글로벌 생산기지다. 그러나 생산과 교역 규모가 커질수록 세관과 세무당국의 관리 역시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이제 베트남에서의 통관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물건을 빼내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통관이 끝난 뒤에도 그 신고가 왜 적정했는지를 끝까지 증명할 수 있느냐.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이 원산지와 품목분류, 과세가격을 포함한 공급망·통관 리스크 관리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